“이 노래, 나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최근 음악 영상들을 보다 보면 검정치마, 잔나비, 한로로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검정치마부터 청춘과 지나간 시간을 이야기하는 잔나비, 지치고 불안한 마음을 담아낸 한로로까지 이들의 음악은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지만 묘하게 비슷한 반응을 이끌어낸다. 바로 “가사가 내 얘기 같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의 인기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두드러진다. 대학 축제에서는 학생들이 원하는 아티스트로 이들이 거론되고, 실제 무대에 오른 뒤에는 떼창과 영상이 SNS를 통해 다시 확산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음악을 찾는 사람들이 꼭 대학생이나 20대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대도, 살아온 경험도 다른 사람들이 같은 노래를 들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지금 검정치마와 잔나비, 한로로의 음악에 빠져드는 것일까. 단순히 ‘인디 음악이 유행해서’라고 설명하기에는 이들의 음악이 건드리는 감정이 조금 더 깊어 보인다. 어쩌면 사람들이 찾는 것은 유행하는 노래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노래인지도 모른다.
● 대학 축제 섭외 1순위로 떠오른 음악, 뭐가 다를까?
최근 대학 축제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아티스트의 기준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유명 아이돌이나 대형 가수 중심이었던 축제 라인업에 잔나비와 한로로처럼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단순히 음원 차트에서 인기를 얻는 것을 넘어, 직접 공연장에서 함께 노래하고 싶은 음악으로 선택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학 축제는 또래 집단의 음악 취향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공간 중 하나다. 학생들이 직접 원하는 가수를 요청하고, 축제 라인업이 공개되면 어떤 아티스트가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최근에는 단순히 ‘유명한 가수’를 부르는 것보다, 자신의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음악을 실제 무대에서 듣고 싶어 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잔나비와 한로로가 이러한 흐름에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아티스트 모두 음악 자체뿐 아니라 공연에서 관객이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곡과 가사를 가지고 있다. 무대에서 처음 듣는 노래가 아니라 평소 자신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듣던 노래를 직접 마주하는 경험이 대학 축제의 새로운 재미가 된 셈이다.
그렇다면 검정치마까지 포함해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르도, 활동 방식도 다른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의외로 음악의 ‘소리’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가사에 있다.
● 사랑·청춘·불안…서로 다른 노래에 담긴 같은 감정
검정치마, 잔나비, 한로로의 음악은 분위기부터 꽤 다르다. 검정치마는 사랑과 관계에서 비롯된 설렘과 혼란을, 잔나비는 청춘과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한로로는 지친 일상 속 불안과 외로움을 주로 노래한다.
음악의 결은 제각각이어도 가사가 향하는 곳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 마주하는 감정을 다룬다는 것이다. 사랑에 설레고 이별에 아파하거나,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그리워하고, 이유 없이 지쳐버리는 순간까지 특별한 누군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특히 이들의 가사는 일상에서 느끼지만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을 구체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그래서 듣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노래에 자연스럽게 겹쳐볼 수 있다. 20대에게 잔나비의 청춘이 현재의 이야기라면, 더 나이가 든 사람에게는 지나온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기억이 될 수도 있다.
세대와 살아온 경험은 달라도 사랑, 외로움, 불안, 그리움 같은 감정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이들이 특정 연령대에 머물지 않고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같은 노래에서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발견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짧은 영상이 불러낸 한 소절, 음악을 다시 듣게 하다
이들의 음악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는 데에는 SNS도 빼놓을 수 없다. 유튜브 쇼츠와 릴스, 틱톡에서는 노래 전체보다 인상적인 가사 한 구절이 짧은 영상과 함께 먼저 퍼지는 경우가 많다. 영상에 삽입된 노래를 우연히 듣고 가사의 의미에 끌려 원곡을 찾아 듣는 식이다.
특히 감정을 선명하게 담아낸 가사는 짧은 영상과 만나기 좋다. 몇 초 안에 분위기를 전달하면서도 자신의 경험과 겹쳐볼 수 있어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거나 저장하기도 쉽다. 이렇게 한 문장이 마음에 남으면 영상이 사라진 뒤에도 노래 전체를 찾아 듣게 되는 것이다.
이런 소비 방식은 음악을 발견하는 경로도 바꿔놓았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가수나 장르를 먼저 찾아 노래를 들었다면, 이제는 SNS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소절이 새로운 음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사가 먼저 마음을 움직이고, 그다음 노래 전체를 찾아 듣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 유행보다 오래 남는 건 결국 ‘내 마음에 맞는 노래’
이들의 음악이 꾸준히 사랑받는 현상을 단순한 유행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대학 축제에서 함께 따라 부르고, SNS에서 가사 한 소절에 멈춰 서고, 플레이리스트에 노래를 저장하는 과정에는 자신의 감정과 닮은 음악을 찾으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
누군가는 사랑이 복잡한 날 검정치마의 노래를 찾고, 젊은 청춘을 느끼고 싶은 날에는 잔나비를 듣고, 마음이 가라앉는 순간에는 한로로의 노래가 위로가 되기도 한다. 같은 음악이라도 듣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다.
음악의 유행은 빠르게 바뀌지만 사람의 감정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사랑받는 이들의 음악도 특정 세대의 유행으로만 남지는 않는다. 어쩌면 사람들이 음악에서 찾는 것은 새로운 멜로디만이 아니라,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자신의 마음을 대신 표현해주는 한마디인지도 모른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부산대 권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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