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문 닫은 가게를 삽니다… 폐업이 만든 뜻밖의 시장

서울시립대
이아진 서울시립대 · 프렌즈 1기
2026.09.12

● 장사 접는 데도 돈이 든다고?

장사가 잘되지 않으면 가게 문을 닫는다. 하지만 폐업을 결정했다고 해서 지출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철거와 원상복구, 집기 처분 등 ‘가게를 정리하는 비용’이 발생한다.

최근 자영업 시장에서는 폐업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폐업은 62만 건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문제는 어렵게 폐업을 결정한 뒤에도 점포를 비우기 위한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 가게를 열 때 돈이 드는 것처럼, 문을 닫을 때도 돈이 필요한 셈이다.

매장 양도양수 직거래 서비스 내일사장
매장 양도양수 직거래입 서비스 ‘내일사장’

● 철거 대신 ‘가게째’ 넘긴다

그래서 주목받는 것이 점포 양도양수다. 가게를 모두 철거하는 대신 기존 인테리어와 시설, 집기 등을 남겨둔 채 다음 창업자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특히 카페에서 카페, 음식점에서 음식점처럼 비슷한 업종이 들어온다면 기존 시설을 상당 부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점포 양도양수 플랫폼 ‘내일사장’에서는 지난해 약 120억 원 규모의 권리금 거래가 이뤄졌다. 점포를 정리하려는 사람과 새롭게 가게를 열려는 사람을 연결하는 거래가 온라인 플랫폼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폐업자는 철거 비용을 줄이고 남아 있는 시설의 가치를 일부 회수할 수 있다. 새 창업자 역시 인테리어와 설비를 처음부터 마련하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정리해야 할 가게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저렴하게 시작할 수 있는 가게가 되는 것이다.

● 권리금보다 중요한 건 ‘덜 잃고 나가는 것’

물론 가게를 넘기는 거래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좋은 입지나 단골, 시설 등의 가치를 인정받아 권리금을 받고 점포를 넘기는 일은 흔했다.

달라진 것은 거래의 목적이다. 자영업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높은 권리금을 받는 것보다 폐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해진 점포도 늘었다. ‘얼마를 더 받고 나갈 수 있을까’보다 ‘얼마나 덜 잃고 나갈 수 있을까’가 중요해진 것이다.

이는 점포 거래가 단순히 좋은 가게에 웃돈을 얹어 사고파는 것을 넘어, 폐업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변화를 보여준다.

매몰비용 형상화 이미지
매몰비용 형상화 <AI 생성>

● 이미 쓴 돈은 잊어라? ‘매몰비용’의 재발견

이 현상은 경제학의 ‘매몰비용’과도 연결된다. 매몰비용은 이미 지출해 다시 회수하기 어려운 비용을 말한다. 가게를 열며 큰돈을 들인 인테리어나 특정 업종에 맞춰 설치한 설비 역시 폐업하는 순간 상당 부분 가치를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필요로 하는 다음 창업자가 나타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기존 점주에게는 철거 대상인 시설이 같은 업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돈을 들여 새로 설치해야 할 자산이기 때문이다. 결국 양도양수 시장은 한 사람에게 쓸모를 잃은 자산의 가치를 다른 사람이 다시 발견하면서 만들어지는 거래라고 볼 수 있다. 버려질 뻔한 자산에 다시 가격이 붙는 셈이다.

● 폐업이 늘수록 커지는 시장의 역설

물론 이런 시장의 성장을 마냥 반가운 현상으로만 볼 수는 없다. 그 배경에는 가게를 정리하려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점은 폐업으로 하나의 가게가 사라지는 순간에도 새로운 거래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과거 자영업 시장의 고민이 ‘어떻게 가게를 잘 열 것인가’였다면, 이제는 ‘어떻게 잘 닫고 넘길 것인가’도 하나의 경제적 선택이 되고 있다.

폐업이 누군가에게는 끝이지만, 남겨진 공간과 시설은 다른 누군가에게 새로운 시작이 된다. 문 닫는 가게가 늘면서 그 ‘끝’을 거래하는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는 이유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서울시립대 이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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