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치적 자본도 쌓아야한다"…세계지식포럼이 짚은 진짜 병목

동국대
이태민 동국대 · 프렌즈 1기
2026.09.12
중간선거 두 달 앞, 세지포 조언은 판세 아닌 그 이후
데이터센터 막는 건 기술도 자본도 아닌 전력과 주민 동의
전기요금이 표심 쟁점으로…양당 모두 편들기 어려워져
2026 세계지식포럼 미국의 변곡점, 중간선거를 말하다 세션 현장
2026 세계지식포럼 ‘미국의 변곡점, 중간선거를 말하다’ 세션 현장. 왼쪽부터 신우진 사회자, 크리스 쿠싱, 댄 도너번 <직접 촬영>

제27회 세계지식포럼이 지난 8일부터 사흘간 서울 장충체육관과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9일 신라호텔에서 이어진 세션들을 들으며 가장 많이 반복해 들은 말은 전력과 주민이었다.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까지 두 달이 남았다. 하원은 공화당 218석, 민주당 214석. 9월 초 기준 네 석 차이다.

그러나 포럼에서 나온 조언은 누가 이기느냐에 있지 않았다. 크리스 쿠싱 넬슨멀린스 대정부부문 대표는 한국 기업에 “투자할 금융자본을 마련하듯 정치적 자본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자본은 정치권과 쌓아둔 관계와 신뢰를 자산처럼 본 표현이다. 돈처럼 미리 모아야 하고, 필요한 순간에 꺼내 쓴다는 뜻이다.

● 선거 결과보다 먼저 정해진 것

‘미국의 변곡점, 중간선거를 말하다’ 세션에서 쿠싱 대표와 댄 도너번 전 하원의원은 민주당의 하원 탈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두 사람이 더 길게 말한 건 판세가 아니라 그 이후였다.

민주당이 상·하원 중 한 곳만 가져가도 예산조정 절차를 통한 대형 입법은 어려워진다. 예산조정은 예산 관련 법안을 상원에서 단순 과반으로 처리하는 절차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이 경로를 탔다. 이 길이 막히면 백악관은 관세와 무역처럼 행정부 권한이 큰 수단으로 옮겨간다.

한국 기업을 향한 조언은 현실적이었다. 새 지원책을 기다리지 말고 지금 있는 제도를 기준으로 투자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의회 구도가 바뀌어도 대규모 산업지원책이 새로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었다.

● 같은 날, 다른 세션에서 같은 곳을 짚다

투자 2027: 기회는 어디에 세션 현장
‘투자 2027: 기회는 어디에’ 세션 현장. 왼쪽부터 황세운 사회자, 채드 리처드, 페드로 팔란드라니, 비프 오소 <직접 촬영>

한 시간 뒤 프로메테우스홀에서 열린 ‘투자 2027: 기회는 어디에’ 세션은 전혀 다른 이야기로 시작했다. 채드 리처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투자전략부문장은 은행·의료·엔터테인먼트가 오래 쌓아온 고객 데이터가 다음 기회라고 했고, 페드로 팔란드라니 글로벌X 리서치센터장은 전 세계 국방비가 약 3조달러에 달한다며 드론·AI·사이버보안으로 예산이 더 배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회를 말할 때는 산업 데이터와 방산이 화두였다. 데이터센터 얘기가 나오자 같은 패널들의 톤이 달라졌다.

비프 오소 누빈자산운용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에쿼티 총괄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빠르게 커지는 반면 전력망 접속 대기와 발전능력 부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제약으로는 정치를 꼽았다.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 조치와 지역사회의 전력·물 사용 반발이 늘고 있어, 사업자가 자체 발전을 설치하거나 지역사회와 함께 수용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비중은 현재 5.9%에서 2030년 약 12%, 2035년 약 20%로 오를 전망이다. 전력망 접속이 역대 최고 속도로 10년간 유지돼도 19기가와트가 모자란다. 올해 계획된 미국 데이터센터 건설의 절반 가까이는 지연되거나 취소될 전망이다.

● 전기요금은 이미 표가 됐다

쿠싱 대표는 표심을 움직이는 것이 외교·안보 이슈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미국인의 지갑에 닿는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식료품값, 휘발유값 이야기였다.

전기요금도 미국인의 지갑에 닿는다. PJM 시장감시기구(Monitoring Analytics)에 따르면 이 지역 실시간 도매 전력가격은 2026년 상반기 메가와트시당 72.54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2% 올랐다.

같은 보고서는 데이터센터가 이미 모든 고객의 에너지시장 비용을 올리고 있다고 적었다. 발전설비를 함께 늘리지 않은 채 데이터센터만 전력망에 붙이면 충격이 더 크다고도 했다. PJM 지역의 부하 증가는 주로 신규 데이터센터가 견인했고, 이것이 2025년과 2026년 상반기 에너지시장 부족 발생 빈도를 높였다고도 짚었다.

PJM 관할 지역 실시간 도매 전력가격 분포
PJM 관할 지역 실시간 도매 전력가격 분포, 2023~2026년 1~6월. 4개의 지도는 같은 기준으로 색을 매겼으며 붉을수록 높다.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버지니아(DOM) 일대가 최근 2년 사이 가장 높은 구간으로 옮겨갔다. <자료=Monitoring Analytics, 2026 Quarterly State of the Market Report for PJM(2026), Figure 3-46>

중간선거 세션에서도 데이터센터가 양당 어느 쪽에서도 인기가 없고, 전기요금 부담과 물 사용량 논쟁이 선거 쟁점으로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 세션에서 오소 총괄이 제약으로 꼽은 지역사회 반발과 정확히 같은 이야기였다.

● 그래서, 무엇을 보고 있어야 할까

AI 인프라를 볼 때 대부분 수요를 본다. 칩이 얼마나 팔리는지, 전력 수요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세지포에서 반복된 제약은 수요가 아니라 착공이었다. 변압기 조달 기간, 전력망 접속 대기열, 그리고 주민 반대. 전부 짓는 쪽의 문제다.

해법도 같은 자리에서 나왔다. 반대가 있더라도 합의 과정을 투명하게 열고, 지역사회가 받는 세수와 도로·교사 같은 편익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느냐가 수용성을 가른다는 것이다.

편익을 못 보여주면 남는 건 반대뿐이다. 쿠싱 대표가 말한 정치적 자본이 여기서도 통한다. 다만 워싱턴이 아니라 지역 주민을 상대로 쌓아야 하는 자본일 것이다.

리처드 부문장의 답은 미국 바깥을 향했다. 토지와 규제, 전력 제약으로 미국이 컴퓨팅을 충분히 빨리 짓지 못하면 수요는 더 빨리 지어줄 수 있는 나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2027년을 가르는 것은 기술의 우열이 아니라 전력 확보와 지역 동의일 수 있다. 종목을 고르기 전에 그 회사가 어디에 짓고 있는지, 그 지역 주민이 뭐라고 하는지부터 봐야 한다는 뜻이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동국대 이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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