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보는 거야.”
타로와 운세를 즐겨보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결과를 진지하게 믿지는 않더라도 좋은 내용이 나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예상하지 못한 말이 나오면 한동안 마음에 남는다. 때로는 별 의미 없이 시작한 일이 하루의 기분이나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처럼 타로나 운세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믿는다’와 ‘믿지 않는다’만으로 나누기 어렵다. 확실한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번쯤 확인해보고 싶고, 별것 아닌 결과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런 콘텐츠에 계속 관심을 갖는 걸까. 타로와 운세, 주파수 등을 둘러싼 현상 속에는 미래를 알고 싶은 마음뿐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감정을 다루려는 심리도 담겨 있다.
● 타로부터 오하아사(おは朝)까지…일상에 스며든 ‘운세’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오늘의 운세를 확인하고, 이동 중에는 타로 영상을 찾아보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과거에는 점집이나 타로카페를 직접 찾아가야 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언제 어디서든 운세를 확인할 수 있다. 포털에서 제공하는 오늘의 운세부터 유튜브와 숏폼 플랫폼의 타로 콘텐츠까지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히 생년월일이나 별자리로 하루의 운을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오늘 연락이 올까’, ‘상대방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처럼 자신의 상황에 맞는 타로를 찾아보거나, 일본 아사히 방송 테레비에서 진행하는 아침 운세 프로그램 ‘오하아사(おは朝星占い)’처럼 하루의 기분과 행동을 점쳐보기도 한다. 여기에 특정 소리나 진동수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주파수 영상까지 등장하면서 관련 콘텐츠를 접하는 방식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이처럼 타로와 운세는 특별한 날에만 찾는 콘텐츠에서 일상적으로 가볍게 소비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꼭 결과를 믿어서라기보다 심심할 때 재미로 보거나,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습관처럼 확인하는 사람도 많다. 즉 미래를 점치는 행위가 어느새 하루의 소소한 루틴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 불확실한 순간, 사람들은 왜 ‘답’을 찾을까
사람이 불안해지는 순간은 대개 결과를 알 수 없을 때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합격 여부를 기다리거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을 때처럼 아무리 고민해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울 때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 타로나 운세가 주는 것은 확정된 미래라기보다 하나의 방향이다. 실제로 결과가 맞을지 알 수 없더라도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선택에 대한 고민을 잠시 덜 수 있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현재의 선택을 믿어볼 힘을 얻고,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오히려 행동을 조심하는 계기로 삼기도 한다.
심리학에서는 불확실한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경향을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의 어려움(Intolerance of Uncertainty)’으로 설명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수록 사람은 그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 하고, 불확실성을 줄여줄 정보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타로와 운세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래를 정확하게 맞히는지보다, 알 수 없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작용하는 것이다.
● ”어? 나한테 하는 말 같은데”…왜 운세가 잘 맞는 것처럼 느껴질까
타로나 운세를 보다 보면 유독 자신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문장을 발견할 때가 있다. “최근 인간관계에서 변화가 생길 수 있다”거나 “지금은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는 식의 내용이다.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말처럼 보이지만, 막상 자신의 상황과 연결해 읽으면 묘하게 들어맞는다고 느끼게 된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개념이 ‘바넘 효과’다.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해당할 수 있는 일반적인 설명도 자신에게만 해당하는 특별한 이야기라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운세나 타로에서 제시하는 내용이 비교적 넓은 범위를 다루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특성과 맞닿아 있다.
여기에 사람은 자신에게 들어맞은 결과를 그렇지 않았던 결과보다 더 오래 기억하기도 한다. 여러 번 운세를 봤는데 대부분 평범하게 지나갔더라도 “그때는 정말 정확했어”라고 느꼈던 한 번의 경험이 강하게 남는 식이다. 이후 비슷한 내용을 접하면 이전 경험이 떠오르면서 또 한 번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결과가 실제 미래를 얼마나 정확하게 설명했는지와 별개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의미를 연결하는 순간 운세는 단순한 문장 이상의 힘을 갖게 된다. 같은 결과를 보더라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의미가 달라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미래를 맞히려는 게 아니라, 오늘을 버티려는 것
타로와 운세, 주파수 콘텐츠를 찾는 모습을 무조건 비합리적인 행동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시작하기 전 가볍게 기분을 확인하는 방법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복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결과의 정확성보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고 마음을 정리하는 데 의미를 두는 것이다.
특히 정답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작은 의식 하나가 하루의 리듬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아침에 운세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하거나 잠들기 전 주파수 영상을 틀어놓는 행동이 반복되면서 하나의 루틴으로 자리 잡는 이유다. 반드시 그 내용을 사실이라고 믿지 않더라도, 반복되는 행동 자체가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물론 운세나 타로의 결과에 지나치게 의존해 중요한 결정을 맡기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가볍게 즐기거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도구로 활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래를 미리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알 수 없는 미래를 앞두고 지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만들기 위해 찾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이 이런 콘텐츠에서 찾는 것은 복잡한 마음을 정리할 말 한마디, 하루를 시작할 작은 기대, 잠시 불안을 잊게 해줄 시간일 것이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부산대 권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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