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고 스마트폰을 보면 시력이 떨어진다”
이 말은 사실일까? 검색창에 검색하거나 AI에게 질문하면 몇 초 만에 답이 나온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나온 답을 그대로 믿어도 될까. 우리는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 믿고 싶은 사실을 반대로 가정해 보라
당신이 믿고 싶은 것을 반대로 가정해보라. 9월 9일 제27회 세계지식포럼에서 ‘가짜 통계의 함정과 팩트체크의 기술’을 주제로 강연한 앨릭스 에드먼스 교수 《주의! 거짓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 저자가 강조한 방법이다. 사람은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에는 반박할 근거부터 찾기 때문이다.
에드먼스 교수는 이를 ‘잘못된 추론의 사다리(The Ladder of Misinference)’로 설명했다. 주장이 있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사실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사실이라 해도 그 데이터가 전체를 대표하는지 봐야 하고, 데이터가 있어도 다른 설명이 없는지 따져야 하며, 마지막으로 그 증거가 모든 상황에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한 단계씩 확인하지 않으면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 직접 검증해봤다
“불을 끄고 스마트폰을 보면 시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확인해 봤다. 구글에 검색하니, AI는 ‘시력 저하와 안구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며 검색 결과를 요약해 줬다.
AI는 해당 기사를 출처로 제시했다. 출처까지 제시된 데다 평소 익숙하게 들어온 이야기인 만큼, 의심 없이 믿게 됐다.
그 다음, 반대로 생각해 봤다. “불을 끄고 스마트폰을 봐도 시력은 떨어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틀린 말처럼 느껴졌다. ‘아니, 어릴 때 부모님이 안 된다고 했는데?’ 반박부터 하고 싶었다.
다시 읽어보니 앞선 기사에선 “부모들의 흔한 잔소리 레퍼토리”라며 청소년의 사례를 들고 있었다. 잠깐, 그럼 성인은 어떨까.
관련 연구를 찾아봤다. 이 연구는 평균 21세 대학생 82명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3개월간 추적했다. 그 결과 사용 시간, 화면과의 거리, 주변 밝기와 근시 사이에서 약한 상관관계는 있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다만 표본이 작고 시력 변화를 장기간 추적하지 않아, 영향이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을 보면 시력이 떨어진다’라는 말을 성인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
같은 말도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졌다. 사실을 판단하려면 나이와 같은 조건까지 살펴야 했다.
● 의심은 나의 힘
“AI의 환각(Hallucination)이 20% 정도라면 당연히 사람들은 오류 여부를 검증하겠지만, 1%까지 내려가면 검토 과정 자체를 건너뛸 것이다”
이날 ‘구글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 : 그 모든 이야기’ 세션에서 스티븐 레비 와이어드 편집 고문은 이같이 말했다. AI가 정확해질수록 우리는 AI가 내놓는 응답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AI의 답이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니다. AI가 제시한 정보가 어디에서 왔는지, 누구에게 적용되는지, 어떤 맥락이 빠졌는지 확인하는 일은 여전히 사용자의 몫이다. 답을 얻는 일이 쉬워질수록, 그 답을 의심하는 것은 더 중요해진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고려대 박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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