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는 발표 준비, 누군가는 읽지도 않는다
조별과제가 시작되면 역할은 금방 나뉜다.
누군가는 자료를 찾고, 누군가는 PPT를 만들고, 또 누군가는 발표까지 맡는다. 문제는 모든 사람이 같은 만큼 참여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회의에 자주 빠지거나 맡은 자료를 늦게 보내고, 심한 경우 다른 조원이 만든 자료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발표 당일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최종 결과가 나오면 점수는 비슷하게 받는다.
이른바 조별과제의 무임승차다.
대학생들에게는 낯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조별과제를 시작할 때부터, 이번에는 누가 제대로 참여하지 않을지 걱정하는 경우도 많다.
● 노력은 다른데 결과는 같을 때
무임승차가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개인별 노력과 최종 결과가 정확하게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별과제는 대부분 한 팀이 하나의 결과물을 제출한다. 교수자가 개인별 기여도를 세세하게 확인하지 않는다면, 열심히 참여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비슷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시간과 노력을 더 들이지만 결과는 다른 조원과 나눠 갖게 된다.
반대로 참여를 줄이더라도 다른 팀원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면 최종 점수에는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적게 노력해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유인이 생기는 셈이다.
● 조별과제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이런 무임승차는 조별과제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경제학에서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황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로등이다.
가로등은 누군가 설치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더라도 그 길을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불빛을 이용할 수 있다. 한 사람이 가로등을 이용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이용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모두가 비용을 내지 않으려 할 때다. 누군가 대신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필요한 만큼의 가로등을 설치할 돈을 모으기 어려워진다.
● 많아지면 전체가 손해 본다
무임승차의 문제는 단순히 누군가 편하게 혜택을 얻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조별과제에서도 한 사람이 계속 참여하지 않으면 다른 조원이 대신 일을 떠안게 되고, 결국 성실하게 참여하던 사람까지 의욕을 잃을 수 있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비용 부담을 피하려 한다면 사회적으로 필요한 서비스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공공서비스의 경우에는 정부가 세금을 통해 비용을 나누고 필요한 서비스를 공급한다. 가로등과 치안, 국방처럼 많은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 결국 중요한 것은 공정하다는 믿음
조별과제가 불만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단순히 일이 많아서가 아니다. 같은 팀 안에서 누군가는 몇 시간을 더 쓰고, 누군가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는데, 같은 결과를 받는다고 느낄 때 불만이 커진다.
그래서 최근에는 조별과제에서도 동료 평가나 개인별 기여도 평가를 함께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누가 얼마나 참여했는지 확인하고 그 차이를 평가에 반영하면 무임승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조직에서도 비슷하다. 성과와 보상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동기가 떨어질 수 있다.
결국 무임승차 문제의 핵심은 게으른 사람 한 명을 찾아내는 데 있지 않다. 누가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그 차이가 결과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조별과제에서 반복되는 무임승차는 결국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열심히 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는 구조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광운대 장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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