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SBS 드라마 ‘김부장’은 첫 회 9.5%로 시작해 단 4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했고, 최종회에서는 전국 기준 23%(순간 최고 27.1%)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티빙 오리지널 ‘취사병 전설이 되다’ 역시 방송 2주 만에 tvN 월화드라마 시간대 지상파 포함 전 채널 동시간대 1위에 오르며 화제성을 입증했고, 로맨스 판타지 장르 최초로 서구 배경을 그대로 살린 디즈니+ ‘재혼 황후’는 원작이 글로벌 누적 조회수 29억7000만 회를 넘긴 초대형 IP로 오는 11월 공개를 앞두고 있다. 세 작품의 공통점은 모두 웹소설·웹툰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산업 구조 자체가 웹소설, 웹툰 콘텐츠 IP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 숫자로 증명된 산업의 ‘중심 이동’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5 웹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웹툰 산업 매출액은 약 2조2856억원으로, 전년(약 2조1890억원) 대비 4.4% 증가했다. 성장세 자체는 완만해졌지만, 매출 구성을 뜯어보면 이것이 산업 자체의 성숙을 의미함을 알 수 있다. 웹툰 IP를 활용한 2차 저작물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분야가 ‘드라마’로 38.3%에 달했고, ‘캐릭터·굿즈’(18.4%), ‘애니메이션’(10.7%)이 뒤를 이었기 때문이다. 웹툰이 더 이상 ‘스마트폰으로 소비되는 가벼운 콘텐츠’가 아니라, 영상 산업의 원천 소스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2026년 제작되는 국내 주요 드라마 중 86편이 웹툰을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발표된 자료 기준 웹툰 IP 매출 자체가 1조7000억원을 넘어서며 만화 산업 전체 성장을 견인하고 있고, 화제성 조사에서도 웹툰·웹소설 원작 드라마들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 ‘검증된 서사’는 곧 흥행 리스크 헤지
그렇다면 왜 웹툰 IP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가 유행하고 있을까? 방송사와 OTT 입장에서 웹소설·웹툰 원작이 매력적인 가장 큰 이유는 ‘리스크 관리’다. 연재 기간 동안 이미 수백만 독자의 반응을 통해 스토리의 완성도와 대중성이 검증된 상태이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오리지널 시나리오보다 흥행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 ‘김부장’의 경우 동명 웹툰이 시원한 액션과 부성애 서사로 먼저 팬덤을 확보한 뒤 드라마화됐고, 이는 SBS 금토드라마 역대 시청률 3위에 오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 역시 군대·요리·판타지를 결합한 독특한 설정이 웹소설·웹툰 연재 당시부터 입소문을 탔던 작품으로, 드라마 공개 후 tvN 월화드라마 중 방영 당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작들을 연이어 뛰어넘었다.
‘재혼황후’는 이 논리를 더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로맨스 판타지 장르는 세계관 구축 비용이 크고 흥행 예측이 어려워 오랫동안 영상화가 쉽지 않은 장르로 꼽혀왔지만, 2018년 웹소설 연재 이후 5개월 만에 누적 조회수 400만 회를 넘기고 이후 웹툰으로 확장돼 10개 언어로 번역되는 등 이미 글로벌 팬덤이 형성돼 있다. 디즈니+가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해 로판 장르에 처음 진출하면서도 원작 배경을 한국식으로 현지화하지 않고 그대로 서구풍으로 제작한 것 역시, 원작 흥행력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정으로 풀이된다. 최근 공개된 유부녀 킬러, 들쥐, 참교육 모두 이 맥락을 같이한다.
● 원작과 영상 간 ‘선순환 매출 구조’
이렇게 진행된 영상화는 단순히 드라마 한 편의 흥행으로 끝나지 않고 원작 IP 자체의 소비를 다시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드라마 방영을 전후해 원작 웹툰 매출이 3배가량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고, 극중 등장한 요리들은 CJ제일제당과 협업해 편의점 4사를 통해 실제 신제품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앞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등 다른 사례에서도 드라마 인기와 함께 원작 웹소설의 유료 매출이 급증하는 흐름이 확인된 바 있다.
이런 구조는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이득이다. 웹소설·웹툰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 직접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거나 판권을 판매함으로써, 콘텐츠 하나로 연재 매출·2차 저작물 매출·역주행 매출까지 세 번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웹소설·웹툰 원작 영상화의 잇따른 성공은 검증된 스토리를 통한 흥행 리스크 절감을 원인으로 하고, 원작-영상 간 선순환 매출 구조라는 이점을 낳는다. 웹툰 산업 매출이 2조원대에 안착하며 폭발적 외형 성장에서 ‘내실을 다지는’ 성숙기로 접어들었다는 콘진원의 진단처럼, 웹소설·웹툰 IP는 이제 단순한 읽을거리를 넘어 K-콘텐츠 전체의 안정적인 원천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서울대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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