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AI 교육도 때가 있다?···아이들의 ‘생각하는 힘’을 지키려면

성신여대
이윤재 성신여대 · 프렌즈 1기
2026.09.13
교실에서 AI를 활용하는 모습
AI 생성

“영어 작문에 AI를 활용해도 됩니다. 대신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했는지도 함께 제출하세요”

올해 교생실습으로 나간 경기도 고등학교에서 한 영어 교사에게 들은 수행평가 방식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감점하는 대신 학생들이 어떤 질문을 던지고 그 결과를 어떻게 활용했는지까지 평가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AI를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제대로 활용하는 능력 자체를 가르쳐야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실제로 AI는 이미 학생들의 일상적인 학습 도구가 되고 있다. OECD가 지난 9월 공개한 PISA 2025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만 15세 학생 중 51%가 학습을 위해 AI 챗봇을 주 1회 이상 사용한다고 답했다. 새로운 주제를 조사할 때 AI를 활용한다는 비율은 44%, 글쓰기 과제의 초안을 작성할 때 활용한다는 비율도 37%였다. 경기도 초·중·고 학생 25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생성형 AI 이용 경험은 고등학생 76.6%, 중학생 75.2%, 초등학생 47.6%로 나타났다.

AI 활용 능력이 미래의 중요한 역량이 된 지금, 학교가 이를 외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AI를 ‘잘 쓰는 법’을 일찍 가르치는 것이 언제나 더 좋은 교육일까.

● AI에게 맡긴 생각, 학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영어 작문을 예로 들어보자. 어떤 내용을 쓸지 고민하고, 적절한 단어를 고르고, 어색한 문장을 만들었다가 다시 고치는 과정에서 학생은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생성형 AI에 몇 줄의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그 과정을 상당 부분 건너뛴 채 훨씬 자연스러운 글을 얻을 수 있다. 결과물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학생의 실제 작문 능력도 그만큼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근 OECD가 발표한 PISA 2025 결과에서도 AI와 학업 성취도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았다. 글쓰기 과제의 초안을 AI로 작성하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들이 사용하는 학생들보다 높은 성취도를 보였다. 반면 AI를 학습에 활용하는 학생 가운데 학교에서 AI가 만든 정보의 품질을 판단하는 방법을 배운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이는 경향이 나타났다. AI 사용과 성취도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얼마나 많이 쓰는가’만큼 ‘어떻게 쓰도록 가르치는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 교육도 비슷한 고민을 시작했다. 교육부는 2026학년도 수행평가에서 AI를 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과목별 평가 요소에 따라 활용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AI를 사용했다면 출처 등 활용 과정을 밝히도록 지도하고 교사가 학생의 수행 과정을 직접 관찰하는 활동 중심 평가도 강조했다. 교생실습에서 접했던 ‘프롬프트까지 제출하는 영어 작문’ 역시 결과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과정까지 평가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 AI 시대에 AI를 제한한 뉴욕의 선택

뉴욕시 공립학교 교실 모습

반면 미국 뉴욕시는 올해 조금 더 강한 기준을 내놓았다. 2026~2027학년도부터 공립학교의 2K~8학년 학생이 직접 사용하는 생성형 AI를 금지했다. 3~5학년의 개인 화면 사용은 하루 30분, 6~8학년은 45분 이하를 권고한다. 어린 학생에게는 사람과 직접 상호작용하고 손으로 경험하며 배우는 과정이 발달 단계상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뉴욕시가 AI 교육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다. 고등학생은 검증·승인된 프로그램에 한해 제한적으로 AI를 사용할 수 있고, 모든 고등학생은 AI의 작동 원리와 개인정보, 편향, 학교에서의 적절한 사용법 등을 다루는 AI 리터러시 교육을 받는다. 진로·직업교육에서도 필요한 경우 AI 활용을 허용한다.

UNESCO 역시 생성형 AI 교육에 연령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생성형 AI 교육 가이드라인에서는 학생이 AI 도구를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데 연령 기준을 둘 것을 제안했으며, 교실 내 AI 도구 사용 기준으로 13세를 제시하기도 했다.

결국 질문은 ‘AI를 사용할 것인가, 사용하지 않을 것인가’보다 ‘언제부터, 어떻게 사용하게 할 것인가’에 가깝다.

● AI보다 먼저 배워야 할 ‘생각하는 힘’

스스로 생각하며 공부하는 학생

AI에 대한 의존이 아이들의 사고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서 AI를 무조건 멀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대학과 직장에서는 AI를 활용해 정보를 찾고 결과물을 만들며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학교 역시 학생들이 AI를 정확하고 책임감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다만 모든 연령에서 같은 방식의 AI 교육이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 경기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생성형 AI 활용교육 연구는 학교급에 따라 초등학생은 ‘안전한 사용자’, 중학생은 ‘비판적 정보 평가자’, 고등학생은 ‘창의적 생산자’로 차별화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초등학교에서는 기본적인 읽기·쓰기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충분히 쌓게 하고, 중학교에서는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류와 출처를 확인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이후 고등학교와 대학에서는 프롬프트 작성과 결과 검증 등 실제 AI 활용 역량을 보다 적극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점에서 뉴욕시의 선택은 참고할 만하다. 아직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만들어가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단계에서는 AI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기보다 일정 연령까지 직접 사용을 제한하거나 교사의 관리 아래 학습 목적에 맞게 활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충분한 기초 사고력을 쌓은 고등학교 이후에는 AI를 피하기보다 어떻게 질문하고 결과를 검증하며 자신의 생각과 결합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AI가 답을 쉽게 알려주는 시대일수록 스스로 고민하고 자신의 답을 만들어보는 경험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AI 교육 역시 무조건 시작 시기를 앞당기기보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따라 ‘제한이 필요한 시기’와 ‘적극적으로 활용법을 배워야 할 시기’를 구분해야 한다. 충분히 스스로 생각할 수 있을 때까지는 AI가 그 과정을 대신하지 않도록 하고, 이후에는 자신의 생각을 확장하는 도구로 활용하도록 가르치는 것. AI 시대의 교육이 찾아야 할 균형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성신여대 이윤재]

#AI교육 #생성형AI #PISA2025 #AI리터러시 #매경플러스프렌즈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