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온라인에서 살 수 있는데, 왜 굳이 매장에 갈까? 뷰티가 ‘경험’을 파는 이유

한양대
이연호 한양대 · 프렌즈 1기
2026.09.13

마음에 드는 립 제품을 발견했다면 굳이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온라인에서 색상표를 보고, 수많은 리뷰를 비교한 뒤 결제하면 집에서 제품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화장품을 직접 발라보기 위해 매장을 찾고, 성수동의 팝업스토어에 줄을 서고, 자신의 피부톤에 맞는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예약까지 한다.

온라인 쇼핑이 이토록 편리해졌는데도, 뷰티 브랜드는 왜 오히려 ‘오프라인 경험’에 투자하고 있을까.

화장품은 화면만으로 완전히 판단하기 어려운 제품이다. 같은 립 제품도 사람마다 발색이 다르고, 파운데이션은 피부톤과 피부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향과 질감 역시 사진이나 설명만으로는 온전히 전달하기 어렵다.

따라서 최근의 뷰티 공간은 단순히 화장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장소를 넘어, 소비자가 구매 전 가지고 있던 질문에 직접 답을 얻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이 제품의 정보를 제공한다면, 오프라인은 제품을 ‘믿고 살 수 있는 확신’을 제공하는 셈이다.

● 직접 발라보는 것을 넘어 ‘내 제품’을 만들어본다

최근 뷰티 브랜드의 오프라인 경험은 제품을 자유롭게 테스트하는 단계를 넘어 점점 더 개인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모레성수에서 운영되는 헤라의 ‘커스텀 매치’다. 소비자가 매장을 방문하면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피부톤을 측정하고 1대1 상담을 진행한 뒤, 개인의 피부톤과 취향에 맞는 색상을 선택한다. 이후 현장에서 전문 조제 관리사가 기기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맞는 쿠션이나 파운데이션을 제작한다.

아모레퍼시픽이 2025년 밝히기를, 헤라 커스텀 매치는 예약 오픈과 동시에 연일 마감될 정도의 호응을 얻었으며 당시 누적 방문 고객 중 외국인 비율은 약 85%에 달했다. 서비스 확대 이후 블랙 쿠션 130가지, 실키 스테이 파운데이션 205가지 등 최대 335가지 색상 가운데 개인의 피부톤에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단순히 매장에서 화장품 하나를 구매하는 것과는 다른 경험이다.

소비자는 피부를 측정하고, 상담을 받고, 자신에게 맞는 색상을 고르고,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한다.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온라인에서도 구매할 수 있지만 이러한 과정 자체는 오프라인 공간을 방문했을 때만 얻을 수 있다.

아모레성수 헤라 커스텀 매치
아모레성수의 헤라 ‘커스텀 매치’는 피부톤 측정과 상담을 거쳐 소비자에게 맞는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을 제작한다. <아모레퍼시픽>

● 브랜드를 설명하는 대신, 그 안에서 놀게 한다

모든 오프라인 공간이 제품의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브랜드는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브랜드의 분위기를 직접 느끼도록 공간 자체를 콘텐츠로 만든다.

대표적인 사례가 뷰티 브랜드 퓌(fwee)의 ‘퓌 아지트’다. 퓌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아지트를 단순한 플래그십 스토어가 아닌, 색과 즐거움, 브랜드 이야기를 경험하는 ‘몰입형 놀이터’로 소개하고 있다. 현재 성수, 연남, 부산 등에 아지트를 운영하며 소비자가 다양한 색상의 제품을 자유롭게 테스트하고 브랜드의 감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매장 내부에서는 퓌 특유의 화려한 컬러와 제품 패키지가 공간의 인테리어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온라인에서는 사진과 영상 몇 장으로 전달해야 했던 ‘퓌는 어떤 브랜드인가?’라는 질문에 공간 전체가 답하는 것이다.

여기서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한 판매점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브랜드 콘텐츠가 된다. 소비자는 제품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봤던 색, 공간, 사진을 찍었던 경험까지 함께 기억하게 된다.

퓌 아지트 매장 내부
퓌는 ‘아지트’를 단순한 플래그십 스토어가 아닌 소비자가 브랜드의 색과 분위기를 직접 경험하는 ‘몰입형 놀이터’로 소개하고 있다. <fwee>

● 팝업의 성지 ‘성수’, 브랜드의 실험실이 되다

이러한 경험형 매장이 특히 집중되는 지역이 서울 성수동이다. 성수에서는 신제품을 출시한 브랜드가 단기간 팝업을 열어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하고, 이후 정식 매장이나 플래그십 스토어로 확장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가 2026년 밝히기를, 2025년 성수의 외국인 방문객은 전년 대비 82% 증가했으며 SNS에서의 성수 관련 언급량도 2023년 약 13만4천 건에서 2025년 약 15만9천 건으로 증가했다. 또한 성수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뒤 정식 매장이나 플래그십으로 확장하는 브랜드 사례가 늘어나며 ‘팝업 → 플래그십’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구조에서 팝업스토어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임시 매장이 아니다.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제품과 브랜드 세계관을 체험하게 하는 동시에 어떤 제품에 사람이 몰리는지, 어떤 콘텐츠에 반응하는지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 역시 팝업에서 제품을 사용해보고 사진과 영상을 찍어 SNS에 공유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는 다시 온라인으로 돌아가 아직 매장을 방문하지 않은 사람에게 브랜드를 알린다.

결국 온라인에서 브랜드를 발견하고 → 오프라인에서 직접 경험하고 → 그 경험이 다시 SNS를 통해 확산되는 과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성수의 팝업이 단순히 ‘예쁜 공간’을 만드는 경쟁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간에서 경험한 내용이 브랜드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사진 한 장을 남기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 반대로 제품과 공간, 체험이 하나의 메시지로 연결된다면 오프라인 경험 자체가 또 다른 마케팅 콘텐츠가 된다.

● 제품을 파는 대신 ‘사용하는 방법’을 경험시킨다

아모레성수의 또 다른 사례에서도 오프라인 공간의 변화가 드러난다. 아모레성수는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실제 화장품을 활용해 K-뷰티 메이크업 방법을 배울 수 있는 클래스를 운영했다.

아모레퍼시픽이 공개한 자료에서 밝히기를, 서울시와 함께 진행한 K-뷰티 클래스에는 약 50개국의 글로벌 고객이 참여했으며 2024년 6월부터 11월까지 총 12회 운영됐다. 예약은 오픈 후 몇 시간 만에 마감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여기서 브랜드가 제공한 것은 제품 자체만이 아니었다.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사용하면서 한국식 메이크업 방법을 배우도록 했으며, 스킨케어 역시 클렌징부터 기초 관리와 자외선 차단까지 실제 사용 순서에 따라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즉, 제품 하나를 소개하는 대신 ‘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고 즐길 것인가’라는 사용 경험 전체를 콘텐츠로 만든 것이다. 이는 브랜드 입장에서도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처음 접하는 화장품의 기능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소비자가 직접 사용해보고 결과를 확인하게 한다면 제품에 대한 이해와 기억이 더욱 구체적으로 남기 때문이다.

아모레성수 K-뷰티 체험형 클래스
아모레성수는 글로벌 방문객이 실제 제품을 사용하며 K-뷰티 메이크업을 배울 수 있는 체험형 클래스를 운영했다. <Amorepacific Creatives>

● 오프라인의 경쟁 상대는 온라인이 아니다

온라인 쇼핑이 성장하면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최근 뷰티 브랜드의 공간을 살펴보면 두 채널은 서로를 대체하기보다 서로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수많은 제품의 가격과 리뷰를 빠르게 비교할 수 있다. 원하는 제품을 몇 번의 클릭만으로 구매할 수도 있다.

반면 오프라인은 온라인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질문에 답한다.

‘이 색이 실제로 나에게 어울릴까?’
‘발랐을 때 질감은 어떨까?’
‘이 브랜드는 어떤 분위기일까?’

소비자는 직접 바르고, 만지고, 상담받고, 때로는 자신만의 제품을 만들어보면서 구매 전 가지고 있던 불확실성을 줄여간다.

하지만 오프라인 경험의 역할은 구매에서 끝나지 않는다. 좋았던 팝업을 사진으로 남기고, 친구에게 이야기하고, 브랜드 공간을 다시 방문하고 싶어진다면 소비자는 더 이상 화장품 하나만 기억하지 않는다. 그 제품을 만든 브랜드 자체를 기억하고 좋아하기 시작한다.

결국 뷰티 브랜드가 오프라인에서 팔고 있는 것은 화장품만이 아니다. 온라인으로는 복제하기 어려운 ‘내가 직접 겪은 기억’을 함께 팔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부터 소비자와 브랜드의 관계는 ‘샀다’에서 ‘좋아한다’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한양대 이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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