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철이면 지역인재 전형이나 농어촌학생 전형처럼 지역을 고려한 선발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어디에서 자랐는지가 대학 진학 기회와 얼마나 관련이 있기에 별도의 전형을 두는 걸까. 부모의 경제력과 자녀가 자란 지역이 대학 진학, 나아가 그 이후의 경제적 기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해 한국은행 보고서 두 편을 살펴봤다.
지난 2월 나온 「지역간 인구이동과 세대간 경제력 대물림」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으로 시작한다. 고도성장기의 계층이동을 상징하는 이 말이 지금도 유효한지를 부모와 자녀의 소득·자산, 지역 이동 자료로 따져본 보고서다.
● [측정] 부모와 자녀의 소득순위는 얼마나 닮았나
대물림 정도를 재는 지표로 소득백분위 기울기(RRS)가 쓰인다. 부모와 자녀의 상대적 소득순위 사이 관계를 나타내는 값으로, 1에 가까울수록 대물림이 강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소득 RRS는 0.25로 추정됐다. 부모의 소득백분위가 10%포인트 높은 경우, 자녀의 소득백분위는 평균적으로 2.5%포인트 높은 관계가 나타났다는 의미다. 자산 RRS는 0.38로 더 높았다.
출생 세대별로 나누면 차이가 보인다. 1970년대생 자녀의 소득 RRS는 0.11, 자산 RRS는 0.28이었는데 1980년대생은 각각 0.32와 0.42였다. 최근 출생 세대에서 부모와 자녀의 경제적 순위가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 [이동]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
보고서가 주목한 변수는 이주였다. 다른 지역으로 옮긴 자녀의 평균 소득백분위는 부모보다 6.5%포인트 높았지만, 옮기지 않은 자녀는 부모보다 2.6%포인트 낮았다. 이사 전후 소득 변화를 비교한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녀 세대의 상대적 위치를 비교한 수치다.
집단별 수치도 갈렸다. 이주 집단의 소득 RRS는 0.13, 자산 RRS는 0.26이었는데 비이주 집단은 0.33과 0.46이었다. 이주 집단에서 부모와 자녀의 경제적 순위 사이 연관성이 더 낮게 나타난 것이다. 다만 이 집단별 차이만으로 이주 자체가 대물림을 줄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 이동의 기회도 고르게 주어지지는 않았다. 비수도권 출생 자녀의 수도권 이주를 살펴보면, 부모 자산이 하위 25%인 자녀는 상위 25%인 자녀보다 이주 확률이 43%포인트 낮았다. 보고서는 주거비 부담을 한 요인으로 해석했다.
● [격차] 대학 소재지에 따라 벌어진 소득 격차
비수도권에서 태어난 자녀를 놓고 보면 세대에 따라 결과가 달랐다. 보고서에서 비교한 50대 집단에서는 비수도권 거점도시 대학 졸업자의 평균 소득백분위가 61.7, 수도권 대학 졸업자가 62.3으로 비슷했다. 30대 집단에서는 수도권 61.8, 지역 거점도시 53.3으로 벌어졌다.
비수도권에서 태어나 고향에 남은 자녀의 사정은 더 뚜렷하다. 부모 소득이 하위 50%인 자녀가 여전히 하위 50%에 머무는 비율은 1971~85년생에서 50%대 후반이었는데, 1986~90년생에서는 80%를 넘었다. 두 출생 집단을 비교하면 소득 상위 25%로 올라간 비율은 13%에서 4%로 낮아졌다.
● [교육] 대학 진학 기회도 달랐다
2024년 8월 나온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은 입시 단계의 격차를 다뤘다.
2018년 기준 서울 출신은 전체 일반고 졸업생의 16%였지만 서울대 진학생 중에서는 32%를 차지했다. 강남 3구 출신은 전체 일반고 졸업생의 4%인데 서울대 진학생의 12%였다.
보고서는 이 격차가 학생의 잠재력보다 사회경제적 배경으로 주로 설명된다고 봤다. 서울과 비서울의 서울대 진학률 격차 가운데 92%가 부모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을 포괄하는 거주지역 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 [정리] 떠날 기회와 남을 자리
두 보고서는 각각 다른 지점을 봤다. 하나는 대학 진학 기회의 격차를, 다른 하나는 지역 이동과 경제력 대물림을 다뤘다. 그런데 대안으로는 같은 제도를 꼽았다. 지역별 비례선발제다. 2024년 보고서에서 제안한 방식은 일부 상위권 대학이 자발적으로 입학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는 것이다.
2026년 보고서는 여기에 지역 자체의 기회를 넓히는 과제를 더했다. 비수도권 학생의 수도권 대학 진학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비수도권 거점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 거점도시 중심의 지역 성장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속담은 그대로인데, 개천의 사정이 달라졌다. 떠날 기회를 넓히는 일과, 남아도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만드는 일이 함께 필요해 보인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성균관대 양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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