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번호는 부담스럽고 인스타는 괜찮다…20대의 새로운 연락처

광운대
장고은 광운대 · 프렌즈 1기
2026.08.02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처를 교환하는 모습

처음 만난 사람과 전화번호 대신 인스타그램 계정을 교환하는 20대의 모습을 통해 SNS가 관계의 시작과 거리 조절 방식에 미친 변화를 살펴본다.

"인스타 하세요?"

대외활동이나 동아리, 모임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헤어질 때 자주 나오는 말이다. 예전에는 연락을 이어가고 싶은 사람에게 전화번호를 물었다면, 요즘 20대는 인스타그램 아이디부터 교환한다.

대학생 A씨는 "번호를 알려주면 바로 개인적인 연락을 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있다"며 "인스타그램은 우선 팔로우만 하고 천천히 친해질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은 더 이상 사진을 올리는 공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처음 만난 사람과 연락을 남기는 연락처이자, 상대의 일상과 취향을 확인하는 디지털 명함으로 활용되고 있다.

● 번호보다 가볍게 시작하는 관계

전화번호는 상대가 곧바로 전화나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직접적인 연락 수단이다. 번호를 교환하면 이후 연락에 답해야 할 것 같은 부담도 뒤따른다. 아직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번호를 알려주는 일이 사적인 영역을 내어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반면 인스타그램에서는 반드시 대화를 시작하지 않아도 연결을 유지할 수 있다.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스토리에 짧게 반응하는 것만으로도 존재를 알릴 수 있다. 바로 연락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고, 공통 관심사가 생겼을 때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대학생 B씨는 "한 번 만난 사람과 번호를 교환하면 연락이 왔을 때 어떻게 답해야 할지 신경 쓰인다"며 "인스타그램은 게시물을 보다가 할 말이 생겼을 때 연락할 수 있어 부담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20대는 대학 수업과 동아리, 대외활동, 아르바이트 등에서 새로운 사람을 자주 만난다. 하지만 모든 만남을 가까운 관계로 발전시키고 꾸준히 연락하기는 어렵다. 관계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인스타그램은 우선 연결만 남겨두고 이후 친해질지를 결정할 수 있는 중간 단계가 된다.

새로운 인연의 가능성은 놓치지 않으면서도 불필요한 연락과 감정적 부담은 줄이는 것이다. 전화번호를 교환하는 것이 본격적으로 관계를 시작하겠다는 표현이라면, 인스타그램 팔로우는 친해질 가능성을 열어두는 행동에 가깝다.

● 연락처가 된 디지털 명함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즐겨 찾는 장소와 음식, 음악, 여행, 운동 등 개인의 취향이 담겨 있다. 이름과 전화번호만 저장되는 기존 연락처보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빠르게 파악하기 쉽다.

취향과 자기표현을 중요하게 여기는 20대에게 인스타그램 피드는 단순한 사진첩을 넘어 자신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처음 만난 뒤 상대의 피드를 살펴보며 좋아하는 음악과 음식, 자주 찾는 장소 등 공통 관심사가 있는지 확인하는 행동도 자연스러워졌다.

학교나 직장 등 소속을 중심으로 상대를 파악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눈에 나타난 취향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기준이 된 것이다. 공통점이 발견되면 다음 대화를 시작할 소재가 생기고, 관심사가 맞지 않는다고 느끼면 관계를 더 이어가지 않기도 한다.

연락처 교환 방식 설문 그래프
연락처 교환 방식 (복수 응답)

실제 우리은행이 2025년 발간한 틴즈 다이어리에 따르면,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SNS 계정을 교환한다는 응답은 70.3%로 전화번호 교환 57.5%보다 높았다. 카카오톡 교환은 15.8%에 그쳤다. 이제 첫 연결 자체가 전화번호보다 SNS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계정 교환 시 이용 서비스 설문 그래프
계정 교환 시 이용 서비스 (복수 응답)

또 계정을 교환할 때 이용하는 서비스는 인스타그램이 97.5%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뒤이어 X(트위터) 9.0%, 틱톡 3.8%, 페이스북 3.4%, 기타 1.4%, 텔레그램 0.8% 순이었다. 단순히 SNS 계정을 주고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중에서도 인스타그램이 사실상 대표적인 첫 연결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처음 만난 뒤 상대의 피드를 살펴보며 공통 관심사가 있는지 확인하는 행동도 자연스러워졌다. 공통점이 발견되면 다음 대화를 시작할 소재가 생기고, 반대로 관심사가 맞지 않는다고 느끼면 관계를 더 이어가지 않기도 한다. 소속이나 배경보다 취향이 관계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 피드가 첫인상을 대신할 때

물론 편리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계정에 나타난 일부 모습만으로 상대를 성급하게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SNS에 올라온 사진과 글은 사용자가 보여주고 싶은 장면을 선택해 구성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만난 사람을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하려는 과정에서는 게시물 수와 사진 분위기, 팔로워 수가 실제 대화보다 먼저 첫인상을 만들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확인하는 모습

대학생 B씨는 "처음 만났을 때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인스타그램을 본 뒤 예상했던 이미지와 달라 먼저 연락하지 않은 적이 있다"며 "편리하기는 해도 사람을 피드만으로 판단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은 관계의 시작을 쉽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사람을 만나기도 전에 평가하게 만드는 창구가 되기도 했다. 식당을 고르기 전 리뷰를 살펴보듯 상대의 계정을 먼저 확인하고 관계를 이어갈지 결정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다.

전화번호가 관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문이라면, 인스타그램은 문을 열기 전 상대를 살펴보는 창문에 가깝다. "인스타 하세요?"라는 짧은 질문에는 새로운 인연은 놓치고 싶지 않지만 모든 관계에 같은 시간과 감정을 쏟고 싶지는 않은 요즘 세대의 태도가 담겨 있다. 먼저 가볍게 연결하고, 취향을 살펴본 뒤, 가까워질 관계를 선택하는 것. 인스타그램은 이제 단순히 전화번호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속도와 거리를 조절하는 새로운 연락처가 되고 있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광운대 장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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