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홍대 상권에 '오타쿠존'만 늘어나는 이유는?
"오늘은 팝업 예약해놓은 거 들어갔다가 5층 가서 쿠지 좀 보고, 밥 먹고 나가서 라신반 가자."
이들을 따라 홍대 정문 거리의 빈 상가를 지나 AK플라자 건물에 들어가자 완전히 다른 모습이 보인다. 오전 11시. 점심 먹기 전인 이른 시간인데도 매장 앞은 대기 줄로 가득하다. 이들은 서브컬처를 누리는 이른바 '오타쿠'다. '오타쿠'는 좁게는 일본 애니메이션 애호가를, 넓게 보면 특정 분야에 전문가급의 지식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캐릭터 인형을 가방에 서너 개씩 매달고 캐릭터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이제 홍대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에 맞춰, 홍대의 빈 상가들도 이들을 겨냥한 '오타쿠존'으로 채워지고 있다.
● 1년 만에 두 배가량 늘어난 서브컬처 매장
공공데이터포털(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올해 6월과 지난해 동기 상가 데이터를 자체 분석한 결과, 홍대 일대 서브컬처 매장 수는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1년 사이 '라신반'을 비롯한 굵직한 서브컬처 중고 전문샵이 대거 문을 열었다. 홍대 메인 거리의 공실을 서브컬처가 채우고 있다.
● 건물주가 '오타쿠'를 환영하는 경제적 이유
'오타쿠'의 발걸음은 홍대입구역 1번 출구 인근 가챠샵에서 시작해 자연스럽게 AK플라자로 이어진다. 오전 11시부터 팝업스토어 대기 줄을 서고, 5층 '애니메이트'와 캐릭터 콜라보레이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 뒤, 피규어 매장과 인근 대형 중고샵으로 발길을 옮긴다. 한 곳만 들렀다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반나절 이상 상권 곳곳을 오가며, 마음에 드는 캐릭터 상품을 발견하면 지갑을 기꺼이 연다.
홍대 상권이 '오타쿠'를 환영하는 경제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이들은 특정 한정판 굿즈를 구매하거나 좋아하는 작품의 콜라보 카페를 경험하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방문하기 때문에 구매 전환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게다가 새로운 굿즈가 발매되거나 캐릭터의 생일 이벤트, 한정 팝업스토어가 열릴 때마다 같은 장소를 'N차 방문'하기 때문에 반복적인 매출로 이어지기도 한다.
● 양지로 올라온 서브컬처
이렇게 '오타쿠존'이 많아진 이유는 사회적으로 '오타쿠'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숨어서 즐기던 일본 애니메이션은 이제 넷플릭스 인기 순위 10위 안에 오르곤 한다. 지난해 개봉한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581만여 명의 국내 관객을 동원했다.
가장 큰 변화는 소비자들 스스로의 태도다. 좋아하는 캐릭터의 굿즈로 가방 한 면을 꽉 채운 모습을 홍대 거리를 걷다 보면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오타쿠' 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이제 자신의 취향을 보여주는 자랑거리가 되었다.
이런 소비자가 늘어나며, 꾸준히 사람을 불러 모으는 서브컬처 매장을 선호하는 상가주들도 늘고 있다. 다음 공실을 채울 것은 무엇일까. 홍대는 그 답을 '오타쿠'에게서 찾고 있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고려대 박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