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 국내 주식시장은 하루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역대급 널뛰기장세를 연출했다. 코스피 지수가 연일 10% 가깝게 폭락하며 시장 전체가 패닉에 빠진 지 불과 하루 만에 전일 대비 17.9% 폭등하고 지수 상승 폭이 1,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일일 상승률 기록을 경신했다. 단기 급반등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거나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지만, 증권가에서는 이처럼 하루 만에 극단적 폭락과 폭등이 교차하는 현상이야말로 한국 증시의 기초 체력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음을 알리는 경고 신호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글로벌 불확실성과 외국인 쏠림 매도가 부른 연쇄 폭락
이러한 극단적인 변동성 장세의 주된 배경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폭풍이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회의론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가파른 기술 추격 악재가 동시발생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집중적으로 매도했다. 이 과정에서 집계된 한국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인접한 대만 증시 순매도액의 3.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 이탈은 원/달러 환율을 급등시키는 원화 약세를 유발했고,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의 추가 매도를 자극하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며 지수 하락 폭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 기술적 숏커버링과 미국발 온기가 연출한 '급반등 착시'
반면 폭락 직후 이어진 17.9%의 기록적인 폭등은 한국 증시의 기초 체력이 단단해져서 발생한 본질적 회복이라기보다, 과도한 투매에 따른 기술적 반발 매수세와 외부 환경이 일시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미 연준의 금리 향방에 대한 안도감과 글로벌 증시의 단기 반등세 속에서, 매도 포지션을 취했던 외국인과 기관이 차익 실현 및 숏커버링(매도 포지션 청산)에 나선 것이다. 지수 내 비중이 절대적인 반도체 대형주에 단기 수급이 기습적으로 몰리면서 지수가 착시 현상에 가까운 폭등을 기록했으나, 이는 수급의 극단적 이탈과 유입이 짧은 주기로 되풀이되는 불확실성을 증명할 뿐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 대만의 선주문 계약, 일본의 수주잔고, 한국의 메모리 천수답
동아시아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 볼 때 한국 시장이 유독 외풍에 무력하게 요동치는 이유는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체질 차이에서 비롯된다. 대만 증시는 TSMC를 위시한 파운드리(위탁생산)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글로벌 주요 고객사들과의 장기 선주문 계약을 기반으로 물량을 생산한다. 이 때문에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증대되더라도 실적의 하방 지지력이 매우 탄탄하게 유지된다. 일본 증시 역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풍부한 수주잔고를 쌓아두고 있어 외부 충격 완충 능력이 우수하다.
반면 한국 증시는 현물 가격(Spot Price)과 시황 변동에 극도로 민감한 메모리 반도체에 이익과 시가총액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 메모리 업황 특유의 가파른 실적 변동성으로 인해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한국 증시를 대만이나 일본보다 유동성이 풍부하고 빠져나가기 용이한 '글로벌 IT 업황의 고베타 레버리지 창구'로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 '오늘 낸 수익'의 착시… 극심한 변동성은 건전한 장인가
일각에서는 하루 17.9%의 폭등을 두고 한국 증시의 강한 회복력과 저평가 매력을 입증한 계기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지수가 급락한 시점에 과감히 매수에 참여한 개인 투자자들이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거둔 사례도 존재한다.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은 매일 널뛰기를 반복하는 극단적 변동 장세가 시장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경고한다. 하루에 수십 퍼센트씩 오르내리는 시장에서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합리적 평가가 어려워지며, 장기 적립식 투자를 지향하는 성숙한 투자 문화 대신 단타성 투기와 패닉 바이·셀링이 기세를 부리는 부작용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 체질 개선 없는 반등의 한계… 자산 방어를 위한 신중한 스탠스
단기적 지수 반등이 주는 환호에 안주하기보다는 한국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산업 다변화를 도모해야 하는 시점이다. 메모리 반도체 단일 업종에 지나치게 편중된 산업 구조를 다각화하고, 고환율과 내수 부진을 극복할 내실을 다지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롤러코스터장세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극단적 변동성이 상시화된 환경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단기 시세차익을 좇는 위험한 매매를 지양하고, 외환 수급과 기업의 체질을 냉정하게 관찰하며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확보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서강대 이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