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알람 소리에 힘겹게 눈을 뜨며 “어제 분명 일찍 잤는데 왜 이렇게 피곤하지?”라고 자문하는 일은 현대인에게 일상과 같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말에 10시간 이상 몰아 자도 월요일이면 찌푸둥함이 가시지 않았고, 잠의 절대적인 양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 고민 끝에 최근 유행하는 수면 측정 앱과 스마트워치를 활용해 '내 잠의 성적표'를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데이터가 폭로한 내 수면의 실체]
결과는 생각보다 의외였다. 자정에 누워 8시까지 푹 잤다고 생각한 날의 수면 점수가 60점대에 불과했던 것이다. 앱이 기록한 리포트를 보니 원인은 '깊은 수면'의 부재였다. 잠들기 직전까지 계속된 스마트폰 사용 때문에 밤새 뇌가 제대로 쉬지 못하고 얕은 수면 상태에만 머물러 있었다.
반대로 수면 시간은 6시간 남짓으로 짧았지만, 수면 주기(약 90분)에 맞춰 렘(REM) 수면 끝자락에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한 날은 아침 눈꺼풀이 한결 가벼웠다. 무작정 오래 자는 것보다, 언제 깨어나고 깊은 잠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컨디션을 결정짓는 핵심이었음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수면 점수의 함정, ‘수면 강박’을 넘어]
하지만 앱을 쓰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겪었다. 어느 순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내 몸의 상태를 느끼기도 전에 수면 점수부터 확인하게 된 것이다. 점수가 70점 미만으로 낮게 나온 날에는 실제로 피곤하지 않음에도 괜히 온몸이 나른하고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듯한 '심리적 잔상'이 남았다. 수면 과학계에서는 이를 기술에 의존하다 오히려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수면 강박(Orthosomnia)’이라 부른다.
기술의 목적은 수치 평가가 아닌 '개선'에 있다. 점수 하나하나에 연연하기보다 나의 수면 패턴과 생활 습관의 correlation(연관성)을 찾아내는 보조 도구로 앱을 바라보기 시작하자 비로소 변화가 시작됐다. 야식을 줄이고, 수면 환경의 암막 상태를 개선하며, 앱이 추천하는 최적의 기상 타이밍에 맞춰 일어나는 등 ‘주체적인 수면 리듬’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갓생을 원한다면 잠부터 재설계하라]
과거에는 수면을 성공을 위해 줄여야 할 '비용'으로 여겼다면, 이제 수면은 내일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하기 위한 '최적화 과정'이다.
오늘 밤, 무작정 일찍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자신의 수면 습관을 객관적으로 점검해 보는 것은 어떨까. 슬립테크라는 똑똑한 도구를 활용하되 숫자에 갇히지 않고 내 몸의 진짜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피로에 지친 현대인이 매일 아침 최상의 컨디션으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가장 스마트한 투자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명지대 이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