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을 구경하다 보면 ‘○○ PICK’, ‘○○ 추천템’이라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연예인뿐 아니라 뷰티 유튜버와 인플루언서의 이름이 제품 앞에 붙는다. 어떤 제품은 브랜드보다 ‘누가 골랐는지’를 더 적극적으로 내세운다.
유명인을 앞세워 물건을 파는 방식 자체는 새롭지 않다. 과거에도 인기 연예인이 광고에 등장했다. 달라진 점은 이들이 단순히 제품을 알리는 역할을 넘어 소비자가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하는 하나의 경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 ‘무엇을 살까’보다 ‘누구 걸 살까’
과거에는 기업이 제품을 만들고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알렸다. 유명인은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델에 가까웠다. 지금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숏폼을 보다가 크리에이터가 입은 옷이나 사용한 화장품을 발견한다. 처음부터 특정 제품을 검색한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보던 중 구매로 이어지는 ‘발견형 쇼핑’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CJ온스타일에서 숏폼을 통해 판매된 모바일 주문 상품은 300만개를 넘어섰다. 외부 숏폼을 거쳐 발생한 모바일 주문액은 전년 동기보다 3.2배 늘었고, 30대 이하 주문 고객은 6배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제품만이 아니다. ‘누가 보여줬느냐’가 구매의 출발점이 된다. 수십 개의 화장품을 직접 비교하는 대신 평소 즐겨보던 크리에이터가 고른 제품부터 살펴본다. ‘○○ PICK’이라는 문구가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품뿐 아니라 누군가가 대신 해준 ‘선택’까지 함께 소비하는 셈이다.
● 팔로워 10만 명이 하나의 매장이 된다
기업들도 크리에이터를 단순한 광고모델로만 보지 않기 시작했다. CJ온스타일은 최근 크리에이터와 브랜드를 연결하는 플랫폼 ‘온트너’를 선보이며 크리에이터를 하나의 커머스 IP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크리에이터 협업 주문액은 전년 동기보다 330% 증가했다. 크리에이터의 역할도 광고에서 상품 선정과 기획, 판매까지 넓어지고 있다. 팔로워 10만 명은 단순한 조회수 10만이 아니라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고 실제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소비자 집단이 된다. 사람 자체가 하나의 유통채널이 되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가능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온라인에 선택지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비슷한 제품 수십 개와 수백 개의 리뷰를 일일이 비교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든다. 이때 '이 사람 취향은 나와 비슷하다'는 신뢰가 하나의 필터가 된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크리에이터가 소비자의 ‘탐색비용’을 줄여주는 셈이다. 과거 백화점이나 편집숍이 수많은 상품 가운데 팔 만한 제품을 골라 진열했다면, 이제 개인의 취향과 신뢰가 그 역할 일부를 대신하고 있다.
● ‘PICK’이 많아질수록 PICK의 가치는 떨어진다
하지만 사람이 유통망이 되면서 역설도 생긴다. 크리에이터의 추천이 강력한 이유는 일반 광고보다 개인적인 선택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추천이 산업이 되면 ‘좋아서 추천하는 것’과 ‘돈을 받고 광고하는 것’의 경계도 흐려진다. ‘○○ PICK’이라는 표현이 효과적인 것도 단순히 광고에 등장했다는 것보다 ‘그 사람이 골랐다’는 의미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A제품, 다음 주에는 경쟁사 B제품을 추천한다면 소비자는 결국 '정말 좋아서 고른 걸까?'라고 묻게 된다.
결국 크리에이터 커머스는 신뢰를 수익으로 바꾸는 산업인 동시에, 수익화가 지나치면 그 신뢰가 닳을 수 있는 구조다. 앞으로 기업의 경쟁도 단순히 팔로워가 많은 사람을 섭외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제품과 취향, 팬층이 얼마나 잘 맞는 크리에이터를 찾느냐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크리에이터 커머스의 성장은 단순히 ‘인플루언서 광고가 잘 팔린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상품을 고르고 진열하고 추천하던 유통업의 역할 일부가 개인에게 이동하고 있다는 변화다.
예전에는 어떤 백화점에 입점했는지가 중요했고, 이후에는 검색창에서 얼마나 위에 뜨는지가 중요해졌다. 이제 그 사이에 ‘사람’이 들어왔다. 수많은 제품 중 무엇을 살지 고르는 것을 넘어, 누구의 선택을 믿을 것인지 고르는 시대다. 그리고 그 신뢰가 새로운 유통망이 되고 있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서울시립대 이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