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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를 삭제하는 키캡”…불교를 ‘힙’하게 재해석한 해탈컴퍼니의 브랜드 전략

동국대
김세린 동국대 · 프렌즈 1기
2026.09.04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 방문객들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 방문객들 <직접 촬영>

“아, 불교 또 나 빼고 재미있는 거 하네.”

최근 불교박람회를 향한 청년층의 반응이다. 한때 불교는 젊은 세대에게 다소 무겁고 엄숙한 종교로 인식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불교박람회에 입장하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고, 인기 부스와 제품을 찾아다니는 젊은 관람객들의 모습도 이제 낯설지 않다. 불교가 종교의 영역을 넘어 하나의 ‘힙한 문화’로 소비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흥미롭게 보여주는 브랜드 중 하나가 바로 ‘해탈컴퍼니’다.

“극락도 락이다”, “중생아 사랑해”, “번뇌 삭제.”

해탈컴퍼니의 제품에서 만나볼 수 있는 문구들이다.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불교의 개념을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언어와 유머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극락’은 재치 있는 언어유희로 풀어내고, 마음속 ‘번뇌’는 키보드의 삭제(Delete) 기능과 결합해 유쾌하게 표현했다.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불교 용어가 일상에서 익숙하게 접하는 표현과 만나 하나의 재미있는 콘텐츠로 바뀐 셈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티셔츠와 키캡, 문구류 등 일상적인 제품으로도 이어졌다. 불교를 단순히 이해해야 할 종교적 개념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직접 입고, 누르고, 소장하며 즐길 수 있는 경험으로 확장한 것이다.

관람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올해 4월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는 해탈컴퍼니의 제품을 구매하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제품이 품절되고,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행사 시작과 동시에 부스를 찾는 ‘오픈런’까지 등장하며 높은 관심을 실감케 했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있는 문구 몇 개를 제품에 넣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관심을 설명할 수 있을까.

해탈컴퍼니의 흥미로운 지점은 불교의 무거운 이미지를 단순히 가볍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종교적 언어를 젊은 세대의 언어로 바꾸고, 불교의 개념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었으며, 이를 다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싶어 하는 콘텐츠로 확장했다.

그렇다면 해탈컴퍼니는 어떻게 불교를 젊은 세대가 웃고, 사고, 공유하는 브랜드로 만들었을까. 그 안에 숨은 브랜드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해탈컴퍼니 방문수령자 서비스
해탈컴퍼니 방문수령자 서비스 <직접 촬영>

[불교를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과 콘셉추얼한 오프라인 공간]

해탈컴퍼니는 주여진·주현우 대표가 스님인 아버지와 함께 자라며 자연스럽게 접해온 불교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탄생한 브랜드다. 어린 시절부터 불교적 환경에서 성장한 두 대표의 경험은 해탈컴퍼니만의 유머를 만드는 중요한 바탕이 됐다.

브랜드명인 ‘해탈’부터 이러한 정체성을 보여준다. ‘해탈’은 불교에서 번뇌와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경지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해탈컴퍼니는 이처럼 불교적 의미를 브랜드의 중심에 두면서도 이를 무겁고 엄숙하게 전달하지 않는다. 오히려 특유의 재치와 유머를 더해 불교의 개념을 현대인의 일상적인 언어와 이미지로 풀어낸다.

해탈컴퍼니가 다른 불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불교 굿즈가 연꽃이나 단청, 불상 등 전통적인 요소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에 집중했다면, 해탈컴퍼니는 제품을 본 순간 “이게 뭐지?”라는 호기심과 웃음을 먼저 끌어낸다. ‘예쁜 불교’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통통 튀는 문구와 위트 있는 디자인을 앞세워 ‘재미있는 불교’라는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유머가 단순한 패러디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불교를 잘 알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용어와 의미를 활용하고, 이를 현대인의 일상에 맞게 비튼다. 결국 해탈컴퍼니의 농담은 불교의 이미지만 빌려온 유머라기보다, 불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불교식 농담’에 가깝다.

브랜드의 유쾌한 분위기는 제품을 넘어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이어진다. 실제로 필자가 불교박람회에서 해탈컴퍼니 부스를 방문했을 때도 이러한 브랜드 색깔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안전제일’을 패러디한 ‘중생제일’ 헤어핀을 제공하는 등 작은 서비스 하나에도 해탈컴퍼니 특유의 언어와 유머를 녹여냈다. 온라인에서 접했던 브랜드의 분위기를 박람회 현장에서도 일관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결국 해탈컴퍼니의 차별점은 불교를 단순히 ‘힙하게 꾸미는 것’에 있지 않다. 불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유머를 만들고, 이를 제품과 디자인, 오프라인 경험까지 일관되게 이어가는 것이 해탈컴퍼니만의 경쟁력이다.

해탈컴퍼니
해탈컴퍼니

[불교 교리를 풀어내는 밈, 투박한 고딕체가 만든 힙함]

해탈컴퍼니는 불교적 라이프스타일을 녹여내면서도 ‘불교’와 ‘유머’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을 보여준다. 단순히 인기를 끌기 위해 유행하는 표현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불교 고유의 용어와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언어로 재치 있게 풀어낸다. 이를 통해 불교와 브랜드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동시에, 대중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밈을 만들어낸다.

‘극락’, ‘번뇌’, ‘’깨닫다‘처럼 불교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표현은 짧고 직관적이다. 엄숙하고 경건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불교의 언어에 인터넷 밈 특유의 장난스러운 문법을 결합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언어의 충돌이 오히려 불교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낮추는 장치가 되는 셈이다.

이러한 유쾌한 ’비틀기’는 제품의 시각적인 디자인에서도 이어진다. 세련되고 매끄럽게 정돈된 서체보다는 1990년대 인쇄물이나 길거리 간판을 떠올리게 하는 굵고 직관적인 고딕체를 활용한다. 여기에 말풍선이나 무지개 효과처럼 다소 투박하고 장난스러운 그래픽 요소를 과감하게 더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디자인이 ‘정성을 다해 꾸미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눈에는 확실히 들어온다’는 것이다. 모든 요소를 세련되게 정돈하기보다 일부러 힘을 뺀 표현을 활용하면서 해탈컴퍼니만의 무심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마치 “꼭 멋있어 보일 필요 있나?”라고 말하는 듯한 쿨한 태도 역시 브랜드의 개성이 된다.

특히 지나치게 정제되고 비슷해진 브랜드 이미지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에게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다. 완벽하게 꾸며진 이미지를 보여주기보다 재치 있는 문구와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소비자에게 먼저 웃음을 건넨다. ‘세련됨’ 자체를 경쟁하기보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자신만의 유머와 분위기를 만드는 데 집중한 것이다.

결국 해탈컴퍼니가 판매하는 것은 불교를 활용한 제품만이 아니다. 불교의 언어를 유쾌하게 비틀고, 그것을 소비자의 취향과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문화적 표현으로 만들어낸다.

해탈컴퍼니 x NoPlasitcSunday
해탈컴퍼니 x NoPlasitcSunday

[묵언중 키캡을 꾹… 일상 속에서도 소소하게 즐기는 불교]

해탈컴퍼니의 또 다른 특징은 제품의 기능과 불교적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제품을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과정 자체를 하나의 재미있는 경험으로 만들어낸다.

대표적인 사례가 키캡이다. 앞서 언급한 ‘번뇌 삭제’에 이어서 ‘수행중’, ‘묵언중’과 같은 표현도 키캡에 담았다. 소비자는 키캡을 누르는 간단한 행동을 통해 자신의 상태나 감정을 재치 있게 표현할 수 있다. 불교의 언어가 키보드 위로 올라오면서 일상에서 직접 ‘누르고 사용하는’ 언어가 된 셈이다.

특히 키캡을 직접 누르거나 키링처럼 가방에 달고 다니는 방식은 제품을 하나의 자기표현 수단으로 확장한다. ‘묵언중’이나 ‘수행중’과 같은 문구는 바쁜 출근길과 등굣길, 업무와 과제에 지친 자신의 상황을 재치 있게 대변하며 일상에 소소한 웃음과 재미를 더한다.

이러한 접근은 불교를 단순히 ‘보는 것’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바꾼다. 거창한 종교적 체험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불교의 언어를 접하고, 직접 사용하며 긍정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제품을 사용하며 느낀 재미는 자연스럽게 해탈컴퍼니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로 이어지고, 동시에 불교에 대한 거리감을 낮추는 역할도 한다.

또한 해탈컴퍼니는 불교적 개념을 현대인의 일상과 연결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로 재치 있게 풀어낸다.

“응, 수행정진하면 돼~”라는 문구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수행’은 더 이상 종교적 수행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힘든 현실에서도 자신의 몫을 해내며 하루를 버텨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무거운 위로나 거창한 조언을 건네는 대신, “그래도 계속 해보는거지”것 같은 가벼운 응원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명함과 스티커 등에 활용된 ‘열반은 셀프’, ‘중생적 사고에서 벗어나라’와 같은 문구도 같은 맥락이다. 불교적 의미를 지닌 ‘열반’과 ‘중생’을 현대인이 겪는 고민과 스트레스에 빗대어, 일상의 고뇌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재치 있게 표현한다. 덕분에 불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지금의 번뇌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는 보편적인 감정을 자신의 상황에 대입하며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다.

따라서 해탈컴퍼니는 불교를 설명하는 대신 일상 속에서 직접 사용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다. 키캡을 누르고, 스티커를 붙이고, 문구를 읽으며 웃는 작은 행동들이 하나의 브랜드 경험이 된다. 불교의 메시지를 거창하게 전달하기보다 현대인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은 것이다.

결국 해탈컴퍼니의 전략은 불교를 본래의 의미를 지키면서 현대적인 언어로 다시 풀어내는 데 있다. 낯설었던 불교 용어는 유쾌한 밈이 되고, 종교적 메시지는 직접 입고 누르며 즐기는 일상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해탈컴퍼니만의 일관된 유머와 디자인을 더해, 불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하나의 ‘취향’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었다. 이러한 시도는 불교의 무겁고 낯선 이미지를 친근하게 바꾸며, 젊은 세대가 불교에 자연스럽게 호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데에도 한몫하고 있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동국대 김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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