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보다 보면 카페에서 책을 읽는 사진, 마음에 드는 문장에 예쁜 인덱스를 붙인 책 사진, 직접 필사한 문장을 담은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때 젊은 세대에게 지루하고 어렵다는 이미지가 강했던 독서가 하나의 힙한 취미가 되었다. 바로 ‘텍스트힙(Text-Hip)’ 문화다.
[텍스트힙이 뭐야?]
텍스트힙은 글을 뜻하는 ‘텍스트(Text)’와 멋있고 세련됐다는 의미의 ‘힙(Hip)’을 결합한 신조어로, 책과 글을 읽고 즐기는 행위 자체를 멋있는 취향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뜻한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필사해 SNS에 공유하고, 독서모임과 도서전을 찾거나 책과 관련된 굿즈를 즐기는 등 텍스트를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활용하는 모습까지 포함한다.
텍스트힙은 2024년을 전후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독서는 더 이상 혼자 조용히 책을 읽는 활동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함께 경험하는 하나의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책과 가까워진 20대]
텍스트힙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SNS 속 유행으로만 끝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발표한 ‘2025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로 나타났다. 2023년 43.0%보다 4.5%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국민독서실태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다. 연간 종합독서량 역시 3.9권에서 2.4권으로 줄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책과 멀어지고 있는 흐름 속에서 유일하게 독서율이 증가한 연령대가 있다. 바로 20대다. 20대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2023년 74.5%에서 2025년 75.3%로 0.8%포인트 상승했다. 다른 연령대의 독서율이 모두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특히 20대의 전자책 독서율은 59.4%로 종이책 독서율 45.1%보다 높게 나타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만의 독서 방식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숫자만으로 ‘텍스트힙 때문에 20대 독서율이 증가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체 성인의 독서율이 계속 낮아지는 상황에서 텍스트힙의 중심에 있는 20대에게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읽고, 기록하고, 체험하고…젊은 세대의 독서 문화]
젊은 세대의 책에 대한 관심은 실제 도서 구매에서도 나타난다. 예스24에 따르면 10~20대의 소설·시·희곡 분야 도서 구매량은 2024년 전년 대비 38.1% 증가했고, 2025년에도 15.3%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13.6%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읽는 방식도 달라졌다. 2025년 1020세대가 예스24에 작성한 도서 리뷰는 5만 6000건을 넘어 전년보다 1만 건 이상 증가했고, 독서노트 작성 건수도 10대에서는 22배, 20대에서는 5.7배 늘었다.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록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진다. 지난 6월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는 닷새 동안 약 15만 명이 방문했고, 사전 예매 입장권도 조기에 매진됐다. 한정 도서와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아침부터 줄을 서거나 친구들과 함께 도서전을 찾는 젊은 관람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제 젊은 세대에게 독서는 책 한 권을 읽는 행위를 넘어 마음에 드는 문장을 기록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도서전을 함께 즐기는 하나의 여가이자 취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유행 따라 읽으면 ‘진짜 독서’가 아닐까]
하지만 ‘유행을 따라간다’는 말에는 종종 부정적인 시선이 따라붙는다. 유행하는 책을 사고 SNS에 인증하는 모습을 두고 책 자체보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예쁜 표지가 마음에 들어 책을 사고, SNS에 사진을 올리고 싶어서 읽고, 유명한 책이라기에 궁금해서 펼쳐보는 것은 정말 의미 없는 독서일까. 오히려 그 과정에서 책 한 권을 끝까지 읽고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거나, 또 다른 책을 펼치게 된다면 유행은 독서로 이끄는 하나의 통로가 될 수 있다.
[독서에 거창한 이유는 필요 없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읽기에 따라 읽은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만큼 소중한 책이 될 수도 있고, 표지가 예뻐서 산 책이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SNS에서 우연히 발견한 한 문장이 평소 관심 없던 책 한 권을 펼치게 만들기도 한다. 책을 읽는 이유가 꼭 거창할 필요는 없는 셈이다.
유행이라서 읽어도 좋고, 예뻐서 사도 좋다. 읽은 문장을 SNS에 자랑하고 싶어서 책을 펼쳐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시작된 가벼운 관심이 한 권의 완독으로 이어지고, 또 다른 책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체 성인 독서율이 처음으로 40% 아래까지 떨어진 지금, ‘왜 그렇게 책을 읽느냐’를 따지는 것보다 어떻게든 한 사람이라도 책을 펼치게 만드는 계기를 반기는 일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유행은 언젠가 지나간다. 하지만 유행을 따라 처음 펼친 책 한 권은 새로운 독서 습관과 취향으로 남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책 읽는 것이 멋있어지는 ‘텍스트힙’ 붐만큼은 조금 더 오래, 더 크게 이어져도 좋지 않을까.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성신여대 이윤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