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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턴을 위한 인턴”… 스펙 굴레에 갇힌 취준생들

숭실대
김선현 숭실대 · 프렌즈 1기
2026.09.14

● "인턴을 위한 인턴, 대외활동을 위한 대외활동"... 점점 복잡해지는 취준 과정

취업 준비

“경력이 없어서 인턴을 하는 건데, 인턴을 하려면 경력을 요구해요.”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취업 시장에 발을 내딛으며 흔히 마주하게 되는 모순이다. 안정적인 정규직 취업을 위한 직무 경험을 쌓으려면 인턴십 지원이 필수적인데, 그 인턴십조차 유관 경험이나 유사 직무 수행 이력을 요구한다.

결국 취준생들은 인턴을 하기 위해서 대외활동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대외활동 지원서에도 대부분 유관 경험을 기입하는 항목이 있다. 이 과정에서도 대외활동을 하기 위해 교내외 비교과 프로그램이나 봉사 활동 등에 참여하며 ‘대외활동을 위한 대외활동’을 반복하게 된다.

요즘 취준생들이 체감하는 ‘기본 스펙’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향 평준화되었다. 토익이나 토익스피킹 등의 어학 성적, 학점, 관련 자격증은 이제 기본값이다. 뒤처질까 불안한 나머지 하나라도 더 많은 스펙을 갖추려 하고, 취준생들의 평균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기업이 보는 눈도 점점 높아진다. 이제는 포트폴리오, 공모전 수상 실적, 실무 프로젝트 경험까지 종합적으로 갖춰야 서류 전형 통과를 겨우 기대해 볼만한 수준이 되었다.

● 신입 대신 경력직, ‘중고 신입' 찾는 기업들

SNL 코리아 프로그램의 한 장면
2014년 방송된 SNL 코리아 프로그램의 한 장면. 12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대규모 정기 공채 중심의 채용이 줄어들고 직무 중심의 수시채용이 확대되며 기업들은 채용 후 즉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지원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채용시장의 특징과 시사점 조사'에 따르면, 민간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상반기 채용공고 14만 4181건 가운데 경력직만 뽑는 공고가 82.0%, 신입과 경력직을 함께 뽑는 공고가 15.4%였던 반면, 순수 신입만 채용하는 공고는 2.6%에 그쳤다.

신입 대신 이미 실무 경험이 있는 '중고 신입'을 선호하는 흐름도 함께 강해지고 있다. 대졸 신규 입사자 중 중고 신입의 비중은 2023년 25.7%에서 지난해 28.9%로 올랐고, 이들의 입사 전 평균 경력 기간은 1~2년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같은 조사에서 대졸 청년 구직자의 53.9%는 '경력 중심 채용'을 가장 큰 취업 진입장벽으로 꼽았고, 53.2%는 대학 재학 중 별도의 직무 경험을 쌓지 못했다고 답했다. 실무 경험이 부재한 취준생들은 경험을 쌓을 기회에서부터 밀려나는 셈이다. 취업 준비를 시작하려 해도 첫 단계조차 쉽사리 넘어가지 못하는 막막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 취준 기간 길어질수록 가중되는 경제적·심리적 부담… 번아웃 겪는 취준생들

문제는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취준생들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재단법인 교육의봄과 청년재단이 만 19~39세 청년 557명을 조사한 '2026 취업사교육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7%가 취업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었고 월평균 지출 비용은 약 30만원, 연간으로는 36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비 부담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한 청년은 63.6%에 달했다.

해커스 홈페이지 캡처
취업 사교육 인터넷 강의를 제공하고 있는 ‘해커스’ 홈페이지 캡처

채용 플랫폼 캐치의 조사에서도 구직자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항목은 어학·자격증 취득비(29%)였으며, 이 비용을 마련하는 방법으로는 개인 자금(63%)과 가족의 지원(47%)이 가장 많이 꼽혔다.

토익(TOEIC) 등 유효기간이 정해진 자격증들은 일정 기간마다 만료되는데, 이를 갱신할 때 들이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가족의 지원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상황이라면 ‘빨리 취업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욱 막중해진다.

돈도 돈이지만, 정서적으로 겪는 부담도 문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국무조정실의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실업 상태인 만 19~34세 청년의 번아웃 경험률은 52.7%로, 취업 청년(32.4%)보다 1.6배 높았다. 구직 기간이 1년을 넘어가면 번아웃 경험률은 61.8%까지 올라갔고, 번아웃을 겪은 실업 청년의 68.4%는 그 원인으로 '진로 불안'을 꼽았다. 노력한 만큼 돌아오지 않는 결과에 결국 완전히 의지를 잃어버리는 상황까지 몰리는 것이다.

●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넘을 수 취업의 벽

청년들이 마주한 취업시장의 벽은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점점 복잡해지는 취업 준비 단계와 스펙 인플레이션, 좁아진 신입 채용문과 커지는 경제적 부담감까지 개인의 의지로만 해결할 수 없는 것들뿐이다. “언젠가는 번듯한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반복되는 스펙 쌓기의 굴레 속에서 서서히 지쳐갈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 지원자의 직무 역량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을 지닌 청년들보다 완벽하게 준비된 경력자만 찾는 채용을 지속하는 것은 기업들에게도 좋은 선택이 아니다. 지금 당장 비용을 절감할 수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근본적인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기업들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청년들에게 다음 단계를 향한 사다리를 내어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숭실대 김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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