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너도나도 올리는 금리, 취약계층 버틸 체력 있나

서강대
이수민 서강대 · 프렌즈 1기
2026.09.17

대출금 1억원의 적용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원금을 1년간 그대로 유지한다는 가정 아래 이자는 연 100만원 늘어난다. 반면 물가상승률이 낮아진다고 이미 오른 식비와 공과금이 그만큼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물가 안정의 효과를 체감하기 전에 늘어난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가계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과 일본이 잇따라 금리를 올리면서 이 같은 부담을 함께 살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9월 16일(현지시간)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3.75~4.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일본은행도 18일 정책금리를 1.00%에서 1.25%로 높이기로 했다. 일본의 새 금리는 24일부터 적용된다.

물가를 잡으면 가계의 구매력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이자 부담이 늘고 소득이 줄면 생활은 한동안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긴축재정을 통해 물가 상승세를 낮추는 동안, 취약가계의 소득과 상환능력을 지킬 수 있느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물가를 방치해도 취약가계의 생활은 더 어려워진다

한미일 중앙은행 금리 결정
한미일 중앙은행 금리 결정 <AI 생성>

금리 인상에 나선 중앙은행들의 판단에는 물가 상승이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연준은 미국의 소비와 투자가 견조한 가운데 물가가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일본은행은 완만한 경기 회복 속에서 유가·임금 상승과 엔화 약세가 물가를 밀어 올릴 위험을 경계했다.

이때 금리는 소비와 투자의 속도를 조절하는 수단이 된다. 대출이자가 높아지면 가계는 빚을 내 지출하기가 부담스러워지고 기업도 투자를 재검토한다. 수요가 둔화하면 기업이 가격을 계속 올리기 어려워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든다. 금리 인상이 원유 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그 충격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으로 번지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가 안정이 필요한 이유는 가계의 지출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주류음료 비중은 21.1%였다. 상위 20%는 12.0%였다. 같은 식품 가격 상승도 저소득 가구의 소비 예산에는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워시 연준 의장이 금융자산이 적고 급여에 의존하는 사람들에게 안정된 물가가 중요하다고 설명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월급이 올라도 생활비 지출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 살 수 있는 것은 줄어든다. 물가를 방치하는 선택은 장기적으로는 취약가계를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 생활비 줄일 여력 작은 가계에 이자 부담까지 겹친다

문제는 물가를 억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다. 한국은행도 8월 27일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올린 바 있다. 국내 가계에도 금리 변화에 따른 부담을 점검해야 할 이유가 있다.

가계마다 충격을 흡수할 여력은 다르다. 같은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비지출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평균소비성향은 소득 하위 20%가 125.3%, 상위 20%가 60.3%였다. 하위 집단은 세금·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많았다. 이러한 지출 구조에서 대출이자가 추가로 늘면 생활비를 더 줄이거나 보유자금을 사용해야 할 압박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저소득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같은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기존 고정금리 대출은 약정 기간에 금리가 바로 바뀌지 않고, 변동금리 대출도 재산정 주기에 따라 부담이 달라진다. 예금금리가 올라 이자 수입이 늘어난 가계는 일부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따라서 소득 수준과 함께 대출 규모, 금리 조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봐야 한다.

이 가운데 여유자금이 적은 변동금리 차입자는 생활비와 이자가 함께 늘어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그 부담을 모든 가계가 같은 속도로 견딜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 빚이 없어도 고용이 흔들리면 부담은 커진다

소득집단별 소비 여력
소득집단별 소비 여력 <AI 생성>

대출이 없다고 금리 인상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소비가 줄어 매출이 둔화하고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까지 높아지면 채용이나 근로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물가 상승세가 낮아지더라도 월급이나 일자리가 먼저 줄면 가계가 체감하는 생활 여건은 나빠진다.

유럽중앙은행(ECB)이 2024년 공개한 유로지역 모형 연구도 이 경로를 짚었다. 에너지 가격 충격에 강한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면 노동소득 감소를 통해 자산이 적은 가계의 소비 위축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한국에서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는 뜻은 아니지만, 긴축의 비용을 이자 부담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결정도 만장일치는 아니었다. 정책위원 9명 중 2명은 경기와 물가 상황을 근거로 인상에 반대했다. 물가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과, 경제가 추가 인상을 감당할 만큼 강한지 더 살펴야 한다는 판단이 엇갈린 것이다.

● 물가 둔화와 소득 회복이 함께 나타나는지 봐야 한다

물가 둔화와 소득 회복

앞으로의 관건은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동안 가계의 소득과 상환능력이 유지되느냐에 있다. 미국에서는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와 고용지표를, 일본에서는 물가와 임금의 흐름을 함께 살펴야 한다. 한국 역시 물가 안정이 실제 생활 여건의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와 생활물가의 흐름이 출발점이다. 전체적인 물가 상승세가 낮아져도 자주 구입하는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이 계속 오르면 생활비 부담은 쉽게 줄지 않는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구성한 생활물가지수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생활비를 감당할 소득이 늘었는지는 가계동향조사의 실질소득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8월 27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조사에서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보다 4.5% 늘었지만, 물가 변동을 반영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1.5%였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구매력이 개선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8~9월 금리 결정 이전의 소득 여건으로, 앞으로 실질소득의 회복이 이어지는지, 그 개선이 저소득 가구에도 나타나는지를 살펴야 한다.

고용과 연체는 가계가 이러한 회복을 이어갈 수 있는지 판단할 지표다. 국가데이터처의 고용동향에서는 전체 취업자 수·실업률과 함께 청년층 고용과 취업시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가 유지돼도 일하는 시간이 줄면 근로소득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의 가계신용 분석 등을 통해 대출의 건전성을 점검하고, 소득·신용 수준별 연체 흐름도 구분해 살펴야 한다. 전체 지표의 개선만으로 상환 여력이 작은 가계의 어려움까지 해소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고용이 유지되고 실질소득이 회복된다면 가계의 구매력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물가는 안정되는데 소득이 줄고 연체가 늘어난다면 일부 가계에 부담이 집중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다만 고용·소득·연체의 변화에는 경기와 업종별 상황도 영향을 미치므로, 악화를 모두 금리 인상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가계 차원의 대응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변동금리 대출을 보유했다면 금리 재산정 시점과 이후 월 상환액을 확인하고, 생활비와 원리금을 낸 뒤 남는 돈을 계산할 필요가 있다. 금리가 더 오르거나 근로시간·매출이 줄어 소득이 감소하더라도 필수지출과 상환을 이어갈 수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이다.

● 취약가계 지원은 물가 안정과 충돌하지 않게 설계해야 한다

긴축의 성과를 살필 4가지 지표
긴축의 성과를 살필 4가지 지표 <AI 생성>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에도 고려할 점은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지원을 광범위하게 확대하면 수요를 자극해 중앙은행의 물가 억제 노력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여유자금이 없는 가계가 소득과 이자 충격을 모두 감당하도록 두면 연체와 소비 위축 위험이 커진다.

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들은 지난 5월 에너지·식품 가격 충격에 대한 정책 해설에서 취약가계를 대상으로 한 한시적 지원을 제시했다. 지원이 필요한 가계에 재원을 집중하면서 물가와 재정에 미치는 부담을 제한하자는 취지다.

추가 긴축이 이어질 경우 정책 논의에는 지원의 대상과 시점도 함께 올라야 한다. 소득 감소와 상환 부담이 겹치는 가계를 파악하고 필요한 기간에 지원이 도달하도록 설계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물가를 자극할 위험을 억제하면서 일시적인 자금 부족이 장기 연체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지가 다음 정책 과제로 남는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서강대 이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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