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사는 것보다 구독하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위해 매달 돈을 내고 있을까

명지대
이수진 명지대 · 프렌즈 1기
2026.09.18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음악 스트리밍부터 클라우드와 쇼핑 멤버십, 생성형 AI까지. 이제 우리는 무언가를 소유하기보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구독'하는 데 익숙해졌다. 월 9,900원, 1만 원대의 요금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 보이지만, 여러 서비스가 쌓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2025년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4.8%가 구독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현재 이용 중인 구독 서비스는 3~4개라는 응답이 39.8%로 가장 많았고, 5~6개는 17.2%, 7개 이상도 9.1%를 차지했다.

소비자 구독 서비스 이용 실태
소비자 구독 서비스 이용 실태 <자료=대한상공회의소>

● 한 번에 사는 시대에서, 매달 지불하는 시대로

구독 서비스는 이제 특정 분야에만 머물지 않는다. 같은 조사에서 이용 경험이 가장 많은 서비스는 동영상 스트리밍(60.8%)이었으며, 쇼핑 멤버십(52.4%), 인터넷·TV 결합상품(45.8%), 음악·도서(35.5%)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콘텐츠 이용행태 조사’에서도 OTT 이용률은 89.1%에 달했다. OTT를 비롯한 구독 서비스가 일상적인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각각의 요금이 작아 보인다는 데 있다.

● '월 9,900원'이라는 착각

한국인 대상 구독 서비스 조사
한국인 대상 구독 서비스 조사 <자료=매일경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월평균 구독 서비스 지출액이 3만 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6.6%였다. 구독료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불필요한 소비라고 볼 수는 없다.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라면 충분한 가치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 9,900원, 1만 원대의 요금이 반복되면서 전체 지출 규모를 체감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한 번 결제하는 소비보다 매달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소비가 더 쉽게 습관이 될 수도 있다.

● 편리함 뒤에 찾아온 '구독 피로'

구독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할인이나 결합상품을 활용해 비용을 줄이려는 소비자도 많아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유료 OTT 이용자의 64.7%가 할인이나 제휴 혜택을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결국 소비자는 더 많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동시에 더 저렴하게 이용하는 방법까지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편리함을 얻은 대신, 내가 어떤 서비스를 얼마에 이용하고 있는지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생긴 것이다.

● 구독은 소비를 줄이는가, 소비를 습관으로 만드는가

구독 관리 앱 왓섭
구독 서비스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앱 '왓섭'

구독경제가 무조건 소비를 늘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필요한 서비스를 구독하면 오히려 합리적인 소비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구독하는가보다 '얼마나 실제로 이용하고 있는가'에 있다.

특히 무료체험 이후 자동 결제가 이어지거나, 할인 혜택 때문에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라면 한 번쯤 소비 습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제 소비자는 무엇을 살 것인지뿐만 아니라 무엇을 계속 구독할 것인지도 선택해야 한다. 구독 서비스를 무조건 줄이기보다는 내가 실제로 사용하는지, 그 비용만큼의 가치를 얻고 있는지 한 번쯤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여러 구독 서비스를 한눈에 확인하고 결제 내역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구독을 무조건 끊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관리 방법을 활용해 나에게 필요한 서비스만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소비 습관이 필요한 때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명지대 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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