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뭐 보지? 고민할 필요 없는 시대
유튜브를 켜면 관심을 가질 만한 영상이 먼저 뜬다. 음악 앱에서는 평소 즐겨 듣던 노래를 바탕으로 새로운 곡을 추천하고, 쇼핑앱에 들어가면 최근 검색했던 상품과 비슷한 제품이 화면을 채운다.
무엇을 볼지, 무엇을 들을지 직접 검색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좋아할 만한 것을 플랫폼이 먼저 찾아주기 때문이다.
맛집을 찾을 때도 비슷하다. 지도나 배달앱을 열면 현재 위치와 검색 기록, 인기 순위 등을 바탕으로 수많은 선택지가 정리돼 나타난다. 과거에는 친구에게 물어보거나 직접 검색하며 후보를 찾았다면 이제는 추천 목록에서 하나를 고르는 경우가 많다.
알고리즘은 수많은 정보 속에서 선택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준다.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원하는 것을 빠르게 찾게 해준다는 점에서 분명 편리하다.
● 내가 좋아해서 보는 걸까, 자주 보여서 좋아진 걸까
문제는 추천이 반복될수록 우리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번 특정 장르의 영상을 보면 비슷한 영상이 연이어 추천되고, 관심을 보였던 상품과 비슷한 제품이 계속 화면에 나타난다. 자연스럽게 익숙한 콘텐츠를 다시 선택하게 된다. 처음에는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추천하던 알고리즘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사용자의 취향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평소 관심이 없었던 노래라도 여러 차례 추천 목록에서 접하고, SNS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반복해서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익숙해진다. 유행하는 음식이나 여행지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검색하고 소비하면서 추천이 늘어나고, 다시 그 추천을 본 사람들이 같은 장소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내가 원래 좋아했던 것이라서 계속 보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계속 보여서 좋아하게 된 것일까"
● 추천이 비슷해질수록 세상도 좁아진다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보여준다.
덕분에 관심 없는 정보를 일일이 걸러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비슷한 정보만 계속 접하면 새로운 취향을 발견할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다.
평소 발라드를 듣는 사람에게 계속 발라드가 추천된다면 편리하지만, 우연히 재즈나 클래식을 접하면서 새로운 취향을 발견할 가능성은 작아질 수 있다.
뉴스나 사회적 이슈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중요해진다. 자신이 관심을 보인 주장이나 관점과 비슷한 정보가 반복적으로 추천되면, 다른 의견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화면이 세상 전체는 아니다. 하지만 매일 비슷한 콘텐츠를 접하다 보면 그것이 세상의 대부분인 것처럼 느끼기 쉽다.
● 취향이 비슷해지는 사람들
알고리즘 추천은 개인의 취향뿐 아니라 유행이 만들어지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SNS에서 특정 음식이나 장소가 인기를 얻으면 관련 게시물이 빠르게 늘어난다. 이용자들의 반응이 많아질수록 알고리즘은 해당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준다. 한 번 시작된 유행이 알고리즘을 통해 다시 확대되는 구조다.
갑자기 특정 음식점 앞에 긴 줄이 생기거나, 비슷한 여행지가 SNS 피드를 채우고, 같은 노래가 여러 영상에서 반복되는 현상도 이러한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개인의 취향이 다양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비슷한 콘텐츠를 동시에 소비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취향을 찾아주는 알고리즘이 오히려 사람들의 취향을 비슷한 방향으로 모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추천받되 선택까지 맡기지는 말자
그렇다고 알고리즘을 무조건 경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콘텐츠와 상품을 모두 직접 살펴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관심 있는 정보를 빠르게 찾고 새로운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추천 기능은 이미 일상에서 유용한 도구가 됐다.
중요한 것은 알고리즘이 대신 선택해주는 것에 너무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다. 때로는 추천 목록을 벗어나 직접 검색해보고, 평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음악이나 영상을 선택해볼 필요가 있다. 지도 앱이 알려주는 인기 맛집 대신 골목을 걷다가 눈에 들어온 식당에 들어가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선택지를 가진 시대에 살고 있다. 역설적으로 그 많은 선택지 때문에 무엇을 고를지 결정하는 일은 더 어려워졌다.
알고리즘은 그 고민을 대신해주는 편리한 안내자다.
하지만 안내자가 알려주는 길만 계속 걷다 보면, 다른 길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을 수 있다.
추천은 취향을 발견하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만 무엇을 좋아할지 결정하는 마지막 선택만큼은 여전히 우리의 몫이어야 한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광운대 장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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