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우용여가 먹는 거 보고 나도 가보고 싶더라!"
얼마 전 평일 점심시간에 뷔페 식당을 찾았다가 눈에 띄는 풍경을 발견했다.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즐기는 어르신들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70대 A씨는 선우용여가 유튜브에서 호텔 조식을 즐기는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주변에서도 뷔페 이야기를 나누거나 직접 찾아가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하나의 영상이 시니어 세대의 외식 문화를 바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우용여가 호텔 조식을 즐기는 영상은 공개 직후 조회수 200만 회를 넘어섰고 이후 300만 회를 돌파했다. 관련 호텔 뷔페 매출이 늘었다는 업계 전언도 나왔다. 선우용여 역시 방송에서 영상 공개 이후 호텔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80대 배우가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외식 경험을 떠올리게 한 셈이다.
● 유튜브는 더 이상 젊은 세대만의 문화가 아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튜브나 SNS는 자연스럽게 10대와 20대의 문화로 여겨졌다.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에게 새로운 앱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 역시 젊은 세대의 역할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콘텐츠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OTT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89.1%였다. 50~60대에서도 이용률이 80%를 넘었고 70세 이상 역시 57.9%가 OTT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은 유튜브로 85.4%를 차지했다.
또한 이제 시니어는 콘텐츠를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드는 사람으로도 등장하고 있다. 선우용여 역시 그중 한 명이다.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주로 직접 운전해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가고 운동과 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가족을 챙기며 살아온 시간을 지나 이제는 자신을 위해 돈과 시간을 쓰는 그의 모습은 단순히 유명 배우의 일상을 구경하는 것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젊은 사람만 새로운 문화를 즐기고 자신의 취향을 콘텐츠로 만드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 아이돌 콘서트부터 60년 김장 노하우까지
배우 김영옥 역시 유튜브에서 주목받고 있는 실버 크리에이터 중 한 명이다. 오랜 배우 생활을 통해 대중에게 익숙한 그는 유튜브에서 자신의 일상과 취향을 조금 더 가까이 보여준다. 그의 채널에서는 서로 다른 세대의 문화가 한 공간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80대의 나이에 몬스타엑스 콘서트를 찾아 응원봉을 들고 공연을 즐기는가 하면,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음식과 유행을 직접 경험한다.
반대로 60년 동안 쌓아온 김장 노하우처럼 자신의 세대가 오랫동안 이어온 생활 방식과 경험도 콘텐츠로 전한다. 2025년 12월 기준 몬스타엑스 콘서트를 담은 영상은 189만 회, 김장 노하우를 소개한 영상은 57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아이돌 콘서트와 60년 김장 노하우가 같은 채널에서 함께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실버 크리에이터들이 단순히 젊은 세대의 문화를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즐기는 음악과 음식, 유행을 자신의 방식으로 경험하면서 자신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문화와 삶의 경험 역시 콘텐츠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영상을 다시 젊은 세대가 보고 즐긴다. 문화가 한쪽 방향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오가기 시작한 것이다.
● 20대가 80대의 삶을 구독하는 이유
그렇다면 젊은 사람들은 왜 자신보다 수십 년을 더 살아온 사람들의 일상을 찾아볼까. 처음에는 ‘할머니가 유튜브를 한다’는 신기함으로 영상을 누를 수 있다. 하지만 실버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를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여행을 떠나거나 새로운 문화를 즐기는 모습을 보며 ‘나이가 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할 수 있구나’라고 느끼기도 하고, 오랫동안 살아오며 쌓은 경험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자연스럽게 배움을 얻기도 한다.
실버 크리에이터의 콘텐츠에는 젊은 세대가 아직 살아보지 못한 시간이 담겨 있다. 어떻게 혼자 시간을 보내는지, 오랫동안 일하며 무엇을 배웠는지, 인간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와 같은 이야기는 한참 먼저 인생을 살아본 사람에게서 들을 수 있는 또 다른 종류의 콘텐츠다. 재미로 영상을 눌렀다가 어느 순간 그 사람의 삶에 공감하고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하며 자신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어떤 모습으로 나이 들고 싶은지까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아온, 같은 시대의 사람들
이러한 변화가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오늘날 서로 다른 세대를 바라보는 거리감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한국리서치가 2026년 실시한 세대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3%는 우리 사회의 세대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갈등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세대별 가치관의 차이’가 51%로 가장 많이 꼽혔고 ‘상호 이해 노력 부족’ 역시 31%를 차지했다. 다른 시대적 환경에서 성장한 만큼 세대마다 익숙한 문화와 가치관이 다른 것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그 차이가 때로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 아니라 하나의 이미지로 묶어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렇다’, ‘나이 든 사람들은 저렇다’는 말처럼 한 사람을 만나기도 전에 세대라는 이름표부터 붙이는 식이다.
하지만 실버 크리에이터들의 유튜브 콘텐츠는 이러한 오해와 거리감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80대도 아이돌 콘서트를 보며 설레고 새로운 음식을 궁금해하며 자신만의 취향을 즐긴다. 젊은 세대 역시 자신보다 긴 시간을 살아온 사람에게서 생활 방식과 인간관계,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운다. 시니어는 유튜브를 통해 젊은 세대의 문화를 접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살아온 방식과 문화를 콘텐츠로 보여주고, 젊은 세대는 이를 즐기며 시니어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본다. 그 과정에서 서로를 막연한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가 아닌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고, 자신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어떤 모습으로 나이 들고 싶은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이처럼 콘텐츠를 통해 서로의 일상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접하는 경험은 세대 간 거리감을 좁히고 서로를 이해하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몇 편의 유튜브 영상만으로 세대갈등이나 편견이 사라질 수는 없다. 하지만 만나볼 기회가 적었던 다른 세대의 일상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들여다보는 경험은 ‘노인 세대’, ‘젊은 세대’라는 막연한 이미지 너머에 있는 한 사람을 발견하게 한다. 살아온 시간도 다르고 익숙한 문화도 다르지만 결국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대를 지나고 있는 같은 시대의 사람들이다.
80대가 20대의 문화를 즐기고, 20대가 80대의 삶을 보며 자신은 어떤 모습으로 나이 들고 싶은지 고민해보는 시대. 실버 크리에이터의 유튜브는 그렇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이 같은 화면 안에서 서로의 문화를 알아가는 새로운 공간이 되고 있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성신여대 이윤재]
댓글 작성 시 입력한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