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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 명이 죽어야 모두가 산다… 웹툰 《제물투표》가 독자를 사로 잡은 이유

동국대
김세린 동국대 · 프렌즈 1기
2026.09.20
제물투표 네이버웹툰 소개
네이버웹툰 소개글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해야 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게 돼요"

최근 스릴러 웹툰에서는 생존 경쟁과 심리전을 결합한 데스게임 설정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데스게임은 정해진 규칙 아래 인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받는 장르를 말한다. 생존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두고 인물들의 관계가 끊임없이 달라진다는 점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인다.

데스게임의 매력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전개에서도 찾을 수 있다. 독자는 누가 살아남고 희생될지를 추리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빠져든다. 사소해 보였던 판단 하나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불러오고, 서로를 믿었던 인물들이 한순간에 의심하고 배신하는 과정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데스게임이 보여주는 진짜 공포는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에 있다. 인물들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의심하고, 때로는 약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선택을 망설이던 사람도 ‘다수가 결정했다’는 명분 뒤에 숨어 폭력에 동참한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책임은 집단 속으로 흩어지고, 누군가의 희생은 모두를 위한 선택으로 정당화된다. 결국 생존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집단의 폭력성이 가장 현실적인 공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데스게임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 네이버웹툰 《제물투표》이다. 작품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투표’를 누군가의 생사를 결정하는 잔혹한 규칙으로 뒤집는다. 지금부터 작품의 주요 설정과 함께 《제물투표》가 독자들을 사로잡은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 탈출 경쟁이 아니다… 《제물투표》가 선보인 새로운 데스게임

현장학습 버스가 터널로 벗어나는 장면
현장학습 버스가 터널로 벗어나는 장면

《제물투표》는 고등학생 지도현이 반 친구들과 현장학습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이들이 탄 버스는 내비게이션에도 표시되지 않은 터널을 지나, 인간을 잡아먹는 악마들이 사는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그곳에서 도현과 친구들이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작품의 전체적인 줄거리다.

이처럼 작품은 ‘탈출하기 어려운 폐쇄된 공간’이라는 데스게임의 전형적인 설정을 따른다. 그러나 미션을 통과해 최후의 생존자를 가리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도현과 친구들은 탈출을 위한 경쟁을 펼치기보다 마을의 규칙에 적응하고, 공동체에 필요한 사람으로 인정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런 사람으로 남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낯선 마을에서 탈출하는 것보다 그 안에서 버려지지 않는 것이 초반부의 핵심 생존 조건인 셈이다.

그 이유는 마을의 잔혹한 규칙에 있다. 주민들은 이틀에 한 번씩 투표로 한 사람을 뽑아 악마에게 제물로 바쳐야 하며, 제물을 바치면 공동체에는 다시 이틀간의 평화가 주어진다. 마을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인식과 반복되는 희생은 주민들의 무기력을 키우고, 결국 잔혹한 규칙에 순응하도록 만든다. 이처럼 《제물투표》는 개인의 능력으로 단 한명의 승자를 가리는 기존 데스게임과 달리, 다수결을 통해 희생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집단심리형 데스게임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다수결은 한 사람을 향한 폭력을 공동체의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포장한다. 책임은 집단 전체로 흩어지고, 개인은 ‘모두가 내린 결정’이라는 명분 뒤에 숨는다. 이러한 구조는 독자에게 ‘나라면 누구에게 표를 던질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며 나는 어떤 집단에 소속하게 맞을 걸라는 게임의 심리전에 몰입시킨다.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도덕적 갈등이 독자들을 데스게임 장르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 당신은 '필수인력'입니까… 《제물투표》가 자극하는 비교의 심리

마을의 필수인력 소개 장면
마을의 필수인력을 소개하는 장면

《제물투표》는 인물 간의 심리전뿐만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형성되는 서열도 세밀하게 다룬다. 자원이 한정된 폐쇄적인 마을에서는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지닌 사람이 우대받으며, 제물을 정하는 투표에서도 제외되는 혜택을 얻는다. 작품에서는 이들을 ‘필수인력’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필수인력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은 언제든 다음 희생자로 지목될 수 있다.

대표적인 필수인력으로는 식량을 책임지는 농사꾼과 주민을 치료하는 간호사, 각종 기술을 다루는 기술자 등이 있다. 이들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존재로 인정받아 비교적 안전한 위치를 보장받는다. 반면 특별한 기술 없는 평범한 사람들은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인력으로 취급되며, 투표의 위협에 노출된다.

이러한 설정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마을의 냉혹한 질서를 보여준다. 동시에 독자에게도 ‘내가 이 세계에 떨어진다면 필수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개인의 도덕성보다 공동체에서의 쓸모가 생존을 결정한다는 점은 작품의 현실적인 공포와 몰입감을 더욱 높인다.

이처럼 ‘필수인력’이라는 설정이 독자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생존 여부가 공동체가 판단하는 개인의 ‘쓸모’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독자는 자신의 직업과 능력을 작품 속 상황에 대입하며 ‘나는 필수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를 상상한다. 필수인력과 대체 가능한 사람을 구분하는 마을의 질서는 현실의 평가와 서열을 떠올리게 하고,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도 자극한다. 이러한 자기 투영과 사회적 비교는 독자가 《제물투표》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 악마는 과연 누구일까… 독자까지 끌어들인 《제물투표》의 심리전

악마가 등장하는 장면
악마가 등장하는 장면

《제물투표》는 제목 그대로 투표로 선택된 한 사람을 악마에게 제물로 바치는 설정을 내세운다. 일반적인 데스게임이 참가자들 사이의 경쟁과 살육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 작품은 생존 경쟁에 악마와 제물 의식이라는 오컬트 요소를 결합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생존 스릴러를 넘어 기이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기존 데스게임과는 또 다른 공포를 만들어낸다.

악마는 오래전부터 인간이 이해하기 어려운 재난과 죽음, 통제할 수 없는 두려움을 상징해왔다. 한 사람을 제물로 바쳐 공동체의 평화를 유지한다는 설정 역시 다수의 생존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인간의 원초적인 생존 본능과 맞닿아 있다. 《제물투표》의 악마도 단순히 인간을 공격하는 괴물이 아니라, 주민들의 이기심과 집단폭력을 끌어내는 존재로 기능한다.

흥미로운 점은 악마가 제물을 요구할 뿐, 누구를 바칠지는 인간들이 직접 결정한다는 것이다. 초자연적 존재가 공포의 계기를 제공한다면, 투표로 희생을 실행하고 정당화하는 것은 공동체의 몫이다. 주민들은 악마를 두려워하면서도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을 제물로 선택하며 잔혹한 규칙을 이어간다.

이러한 구조는 위험하고 금기된 상황을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독자는 악마와 마을의 정체를 추리하는 동시에, 다음 제물로 누가 선택될지 예측하며 이야기에 몰입한다. 또한 ‘나라면 누구에게 표를 던질 것인가’를 상상하며 인물들의 도덕적 갈등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결국 《제물투표》는 악마의 위협보다 그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선택에 주목하며, 독자에게 ‘진짜 악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웹툰 제물투표

결국 《제물투표》가 기존 데스게임과 구별되는 지점은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데 있지 않다. 작품은 투표와 필수인력, 제물 의식이라는 설정을 통해 집단이 누구를 필요로 하고 누구를 희생양으로 선택하는지를 보여준다. 악마가 잔혹한 규칙을 만들었다면, 그 규칙을 실행하고 희생을 정당화하는 것은 인간이다.

독자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이 공동체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생존을 위해 누구를 선택할지 끊임없이 상상하게 된다. 이처럼 《제물투표》는 오컬트적 공포에 인간의 이기심과 집단심리를 결합해, 독자까지 선택의 딜레마에 끌어들이는 새로운 형태의 데스게임이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동국대 김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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