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도, 십수 시간의 비행도 필요 없다. 단지 지하철 4호선에 몸을 실으면 지구 반대편 라틴 아메리카에 닿을 수 있는 날이 있다. 바로 매년 가을 서울 성북구에서 열리는 ‘라틴 아메리카 축제’다.
올해로 13회를 맞은 이 축제는 주한 중남미 15개국 대사관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의 남미 문화 장터다. 하지만 지난 9월 19일 찾아간 현장은 ‘낭만적인 여행지’라기 보다는, 터져 나오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마비된 오픈런의 현장에 가까웠다.
● 지하철 4호선 타고 떠난 남미, 3시간 만에 ‘완판’되다
바로 매년 가을마다 성북구에서 개최되는 라틴 아메리카 축제에 참여하는 것이다. 올해로 13회를 맞은 성북구 대표 글로벌 축제이다. 주한 중남미 국가 대사관이 참여하는 공식적인 라틴 아메리카 축제이다. 중남미 전통음식, 특산품, 공예품, 문화체험, 공연 등 다양한 중남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행사이다.
올해는 9월 19일 토요일, 성북구청 바람마당 및 잔디마당에서 진행돼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직진해서 걸어가다 보면 행사장에 바로 도착할 수 있었다. 참가국은 과테말라, 도미니카 공화국, 멕시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칠레, 콜롬비아, 쿠바, 파라과이, 페루로 총 15개국에서 참가했다.
공연은 12시 반부터 30분 단위로 진행됐다. 공연 러닝타임 이후 다음 공연까지는 휴식 시간으로 진행됐다. 성북천에서 공연을 실시간으로 중계해줘서 부스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먹으면서 공연을 즐기기에도 좋았다.
음식 부스는 각 국가의 전통음식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음식 부스 말고도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공예를 판매하는 부스도 있었다.
● 향수와 호기심이 뒤섞인 인파, 멈춰버린 대기줄
축제 시작 불과 2시간여 만인 오후 2시 40분경, 행사장 주 무대 주변은 멈춰섰다. 아르헨티나의 엠파나다,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의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푸드 부스들은 일제히 ‘준비중(Sold Out)’ 팻말을 내걸었다. 밀린 주문만 준비하느라 추가 주문은 차단된 상태였다. 전통공예품 판매 부스 역시 이미 물량이 바닥나 장사를 접은 상태였다.
오후 7시까지 7시간 동안 예정되었던 행사는 주요 프로그램이 대거 차질을 빚었다. 행사장 일대는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몰려 음식 픽업줄과 이동 동선이 엉키면서 앞으로 나아가기조차 버거웠다. SNS를 타고 번진 입소문에 폭발적인 인파가 몰렸지만, 폭발하는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운영에 방문객들은 아쉬운 발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흥미로운 점은 방문객과 부스 운영진의 절반이 다양한 국적의 현지인들이었다는 사실이다. 한국인 관광객들로만 북적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국에 거주하는 라틴 아메리카인들이 그리운 고향의 맛과 향수를 달래기 위해 성북구로 총집결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이들과 한국의 대중이 한데 뒤섞여 즐기는 풍경은, 비록 운영은 미숙했을지라도 이 축제가 지닌 진정한 온기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부스가 3시간 만에 동나는 아쉬움 속에서도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뜨거운 열광의 밑바닥에는 물리적 거리감을 뛰어넘는 깊은 심리적 갈증이 자리 잡고 있다.
● 왜 우리는 라틴의 ‘한’과 ‘흥’에 끌리는가
라틴 아메리카는 우리나라와 지구 반대 방향에 있어 직항조차 드문 곳이다. 직접 찾아가기 힘든 지리적 제약은 오히려 그 문화를 향한 동경을 키웠고, 국내에서 열린 작은 축제에 에너지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두 문화가 공유하는 역사적 공감이다.
한국이 겪은 일제강점기의 아픔과 라틴 아메리카가 겪은 식민 지배의 수탈 역사는 묘하게 겹쳐진다. 뼈아픈 상처를 가졌음에도 굴하지 않고 고유의 자존감을 지켜낸 역사, 그리고 슬픔과 억압을 감추기보다 뜨거운 음악과 춤, 즉 ‘흥’으로 승화시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기질은 한국인의 ‘한(恨)과 흥(興)’ 정서와 일치한다.
성북구 라틴 아메리카 축제의 뜨거운 인기는 이제 이 행사가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대한민국 대표 글로벌 문화 축제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폭발적인 수요에 비해 아쉬웠던 조기 마감은 그만큼 라틴 문화를 향한 대중의 갈증이 얼마나 큰지 방증한다. 다가오는 다음 축제에는 더 많은 부스와 넓은 공간으로, 더 많은 이들이 온전한 라틴의 에너지를 오랫동안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세종대 김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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