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산 화장품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브랜드까지 좋아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틴트 하나가 마음에 들어도 다음에는 다른 브랜드의 신제품을 살 수 있고, 할인이나 유행에 따라 쉽게 선택을 바꾸기도 한다. 특히 새로운 제품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뷰티 시장에서는 한 번의 구매를 만들어내는 것만큼이나 소비자가 다음 제품까지 기다리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언제 ‘이 제품이 좋다’를 넘어 ‘이 브랜드가 좋다’고 생각하게 될까.
최근 뷰티 브랜드들의 마케팅을 살펴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보인다. 소비자를 완성된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으로만 두지 않고, 제품을 함께 만들고 먼저 경험하며 브랜드의 이야기에 참여하는 사람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즉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가 ‘판매자와 구매자’에서 ‘함께 참여하는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 좋은 콘텐츠는 제품뿐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태도도 만든다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는 과정에서는 소비자와 브랜드가 반복적으로 만나는 콘텐츠 역시 중요하다.
대한미용학회지에 2025년 게재된 ‘SNS 뷰티 콘텐츠 특성이 브랜드 태도와 온라인 구전의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 밝히기를, SNS 뷰티 콘텐츠를 접하는 20~30대 여성 295명을 조사한 결과 콘텐츠가 가진 정보성·오락성·신뢰성에 따라 브랜드에 대한 태도와 온라인 구전의도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긍정적인 브랜드 태도를 형성하고 온라인 구전을 활성화하기 위해 SNS 콘텐츠의 특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뷰티 콘텐츠가 단순히 제품 정보를 전달하는 광고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기다리고, 신제품 공개에 댓글을 남기고, 브랜드가 만든 이벤트에 참여하기 시작하면 소비자는 제품이 필요할 때만 브랜드를 만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 자체가 하나의 지속적으로 소비하는 콘텐츠가 된다.
● 고객 대신 '롬메이트'라고 부르는 롬앤
이러한 관계를 적극적으로 만드는 브랜드 중 하나가 롬앤이다.
롬앤 공식몰에는 일반적인 제품 카테고리와 별도로 ‘ONLY romMATE’라는 공간이 있다. 롬앤은 이곳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롬메이트 고객님만 구매 가능한 코덕 헌정 상품’이라고 소개하며 공식몰 회원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쥬시 래스팅 틴트 MINI’와 ‘쉬어 구슬 파우더’ 등 일부 상품에는 ‘#코덕MADE’라는 이름이 붙는다. 공식몰에서는 ‘코덕 PICK & MADE’라는 별도의 구분도 사용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제품 자체보다 소비자를 부르는 방식이다. 단순히 ‘회원 전용’이라고 말하는 대신 ‘롬메이트’, ‘코덕’, ‘코덕 MADE’라는 표현을 반복한다.
브랜드를 구매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는 롬앤을 좋아하는 사람’, ‘나는 화장품을 좋아하는 코덕’ 이라는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 브랜드의 기념일을 소비자와 함께 축하한다
관계는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순간에도 만들어진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롬앤은 지난 7월 ‘롬앤 10살 기념! 같이 파우치 털어요’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공식 이벤트 게시물에는 롬앤의 10주년을 축하하거나 자신이 브랜드를 처음 접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기업의 창립 10주년은 원래 기업 내부의 사건이다.
하지만 이를 ‘브랜드가 10주년을 맞았다’고 일방적으로 알리는 것이 아니라 ‘같이 파우치 털어요’라는 소비자 중심의 언어로 바꾸면 기념일의 주인공 역시 달라진다.
브랜드가 걸어온 시간을 소비자가 함께 기억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소비자는 신제품의 기능만 비교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롬앤이 뭘 만들었지?”처럼 브랜드의 다음 행동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될 수 있다. 바로 이 순간 제품에 대한 관심이 브랜드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된다.
● 신제품을 ‘광고받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써보는 사람’으로
어뮤즈 역시 소비자를 브랜드 활동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어뮤즈는 'AMUSE LOVERS'라는 이름으로 신제품 체험단을 반복해서 운영한다.
어뮤즈 공식 이벤트 페이지에서 밝히기를, 2026년에는 에버래스팅 아이 펜슬, 에어리 포어 블러 팩트, N21 한정 에디션, 듀 세럼 리퀴드 블러쉬 등 다양한 신제품을 대상으로 AMUSE LOVERS를 모집했다. 9월에도 새롭게 출시하는 ‘누 세럼 볼륨 글로우 업 쿠션’ 체험단 모집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완성된 광고를 보는 사람에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보다 먼저 제품을 받아 사용하고, 자신이 직접 느낀 경험을 콘텐츠로 만든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이야기하는 구조에서 소비자가 다시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체험단이 곧 브랜드 팬덤을 만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제품을 제공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브랜드에 대한 장기적인 선호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소비자에게 브랜드 활동에 참여할 자리를 제공한다는 점은 중요하다. 신제품 출시 때마다 '이번 제품은 뭘까?', '나도 한번 써보고 싶다'라는 기대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 좋아하는 브랜드에는 '내 자리'가 있다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수동적이다. 브랜드가 만든 제품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돈을 지불하면 관계가 끝날 수도 있다. 반면 자신이 의견을 내고, 신제품을 먼저 사용하고, 회원만을 위한 제품을 구매하고, 브랜드의 기념일을 함께 축하한다면 관계는 달라진다.
소비자는 브랜드 안에서 자신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팬을 만드는 마케팅의 질문은 "어떻게 하면 우리 제품을 다시 사게 할까?"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와 계속 관계를 맺을 이유는 무엇일까?"를 물어야 한다.
할인은 다시 구매할 이유가 될 수 있다. 좋은 신제품 역시 재구매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참여했던 브랜드, 내 취향을 이해한다고 느끼는 브랜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브랜드는 단순한 재구매 이상의 관계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결국 브랜드를 좋아하게 만든다는 것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간을 늘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제품을 살 때만 만나는 브랜드가 아니라,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되는 브랜드가 되는 것. 구매자가 '팬'으로 바뀌는 순간은 어쩌면 바로 그곳에서 시작된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한양대 이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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