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정부가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발전공기업 5사(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를 한국전력의 100% 자회사인 ‘㈜한국발전’으로 통합한다고 밝혔다. 통합 시 발전설비 규모는 약 53GW로,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8위권의 대형 발전회사로 도약하게 된다.
2001년에 정부는 한전이 독점했던 발전 부문을 경쟁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과 화력 5개사로 분할한 바가 있다. 25년이 지난 현재, 정부가 공기업들을 다시 통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25년 전, 정부가 발전사를 쪼갠 이유
20세기 내내 한전을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전력산업은 '총괄원가 보상 방식’으로 요금을 규제 받았다. 총괄원가 보상 규제는 전력 공급에 들어간 총 비용에 적정 이윤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정해줌으로써 투입 원가를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러한 규제 방식의 한계가 드러났다. 문제는 효율을 아낄수록 손해를 보는 역설을 낳게 된 점이었다. 비용을 절감하면 요금도 함께 줄어드니 돌아오는 수익이 많지 않은 반면, 투입한 자본이 많을수록 수익도 비례하여 커지기 때문에 기업들의 과잉투자를 유인하게 된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애버치-존슨 효과(Averch-Johnson effect)’라 부르며, 굳이 비효율을 걷어낼 필요가 없어 조직 전체가 느슨해지는 ‘X-비효율성’도 함께 뒤따른다고 본다.
여기에 1970년대 오일쇼크가 겹쳤다. 화력발전 연료비가 폭등했는데, 총괄원가 보상 규제에서는 늘어난 연료비가 그대로 요금에 전가됐다. 회사 입장에서는 연료를 아끼든 비싸게 사든 어차피 원가에 이윤을 얹어 보상받으니, 효율적으로 연료를 조달할 유인이 없었다.
이에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1990년대 ‘발전’ 부문을 바라보는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송전망과 배전망은 중복해서 건설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전형적인 ‘자연 독점’ 영역인 반면, 발전 부문은 여러 사업자가 들어와 경쟁할 수 있는 ‘경합 가능한’ 영역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1999년 시작된 한국의 전력산업 구조개편도 이러한 흐름을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는 발전, 송전, 배전, 판매의 네 단계를 모두 한전 혼자 담당하는 수직통합 독점구조였다. 이러한 독점 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1999년 산업자원부가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을 내놓았고, 2000년 말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2001년 4월 한전의 발전 부문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화력발전의 5개 공기업으로 쪼개졌다. 각 기업의 경쟁을 통한 효율적인 가격 형성과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정부는 발전회사별 설비 규모와 전원 구성을 최대한 균등하게 배분해, 다섯 회사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려 했다.
본래 계획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 배전과 판매 부문까지 분할해 최종적으로는 소비자가 전력판매사를 직접 골라 사는 '소매경쟁' 단계까지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배전 분할은 전국전력노동조합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2003년 추진이 무산되었고, 이후 20여년간 전력산업 구조는 발전만 분할된 상태에서 변화 없이 그대로 머물렀다.
● 쪼개졌던 발전5사, 왜 다시 합치나
이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구조는 이렇다.
발전 부문에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화력발전 5사 공기업 여섯 곳과, 2025년 말 기준 7,473개의 민간 발전사업자가 존재한다. 이들이 전력거래소를 통해 각자 입찰가를 제시하고, 낙찰된 전력을 한전이 사들인다. 한전은 사들인 전력을 송전망과 배전망을 통해 나르고, 가정과 기업 등 최종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한다. 발전 부문은 많은 공급자가 경쟁하는 구조지만, 전력을 사고 나르고 파는 것까지 모두 한전이 혼자 담당하는 ‘수요독점’ 구조로 인해 경쟁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속되었다.
더불어 기후위기 대응이 중요한 국정 과제로 부상하며 생겨난 환경규제 또한 발전사에 압박을 주고 있다. 2030년까지 발전 포함 전환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4.4% 감축할 것을 목표로 규정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지난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후위기의 주원인인 화석연료(석탄,LNG)의 감축 및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법적 의무가 된 것이다.
정부는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로드맵과 함께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보급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데, 해상풍력 같은 사업은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회수 기간도 길다. 현재처럼 발전 5사가 각자 중복된 사업과 설비 전환 투자에 나선다면 위험 부담을 나눌 수 없다. 하지만 5개사가 재통합되어 거대 발전회사으로 도약한다면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및 차세대 친환경 연료 전환에 집중적인 자본 투여가 가능해진다.
현재 발전 5사는 각각 연간 500억원 안팎의 연구개발 비용과 2,000억원 규모의 재생에너지 건설 투자를 따로 집행해왔다. 같은 기술을 다섯 곳이 중복 개발하고, 설비를 따로 구매하기 때문에 단가 협상력이 분산되는 문제가 있었다. 단일회사가 된다면 대규모 공동구매로 단가를 낮추는 ‘규모의 경제’와, 중복 연구개발을 줄이는 ‘범위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에 따르면, ‘㈜한국발전’으로 출범 시 해상풍력 등 대형 프로젝트를 전담할 '재생에너지본부'와 석탄화력 단계적 폐쇄에 따른 인력 재배치를 총괄할 '정의로운전환본부'가 신설될 예정이다.
● '한국발전' 출범까지 정부의 남은 과제들
발전 5사의 통합에 앞서 아직까지 정부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많다.
현재 5개사가 있는 충남 보령·태안, 경남 진주, 부산, 울산뿐 아니라 전남 나주와 전북까지 본사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정부는 기존 청사를 그대로 쓰지 않고 별도로 신설한다는 방침이지만, 소재지 결정은 2차 공공기관 이전 정책과 연계해 추후 결정하겠다며 미뤄둔 상태다.
여기에 더해 통합 과정에서 조직 중복에 따른 구조조정과 석탄화력 발전소 폐쇄에 따른 인력 감축에 대한 노동조합과의 협의, 특별법 제정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정부는 특별법을 제정한 뒤 통합준비위원회 구성을 거쳐 2027년 10월 ‘㈜한국발전’을 출범하는 것이 목표이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숭실대 김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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