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포츠대회가 열리면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경기장으로 향한다. 누가 메달을 따는지,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대회가 막상 시작되면 경기만큼 화제가 되는 것이 있다. 선수들이 어디에서 지내고 어떻게 경기장에 이동하는지, 경기와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는지 같은 ‘운영’이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다. 대회 초반부터 국가 연주 오류와 국호 표기 문제, 수송 차질, 입촌 행사 지연 등 여러 운영 관련 문제가 잇따르면서 경기 외적인 부분이 주목받고 있다.
국제대회의 규모를 생각하면 크고 작은 변수가 생기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비슷한 문제는 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걸까. 이번 나고야 대회와 과거 올림픽 사례를 함께 살펴보면 그 이유와 앞으로 필요한 준비가 조금씩 보인다.
● 애국가부터 셔틀버스까지… 나고야에서 드러난 운영의 빈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회 초반부터 경기 외적인 운영 문제가 잇따랐다. 한국과 방글라데시의 남자 하키 경기에서는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연주됐고, 근대5종 시상식에서는 한국 선수단이 ‘중화민국’으로 잘못 소개됐다. 두 사건 모두 조직위가 공식 사과했다.
수송에서도 비슷한 일이 이어졌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결승을 앞두고 요청한 셔틀버스가 오지 않아 예정된 훈련을 취소했고, 축구대표팀은 셔틀버스 기사의 착오로 다른 경기장에 내려 훈련에 차질을 빚었다. 베트남 여자배구 대표팀 역시 잘못된 호텔에 내려 짐을 직접 들고 이동해야 했고, 야구대표팀은 원활하지 않은 셔틀 운행에 대응해 자체적으로 버스를 마련했다.
하지만 조직위의 설명은 참가 선수단의 체감과 달랐다. 조직위는 각국 선수단의 요구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수송 문제 역시 각국의 일정 변경 요청이나 현장 상황 때문에 혼선이 발생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기 자체가 중단될 정도의 수송 지연은 없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대회 운영에 큰 지장은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대회가 중단되지 않았다’는 것과 ‘운영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한 번의 국가 연주 실수부터 실제 훈련 취소와 경기장 오도까지 여러 사례가 이어진 만큼,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문제를 단순한 현장 실수로만 볼 수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과거 올림픽에서도 반복됐던 운영 논란으로 이어진다.
● 나고야가 처음은 아니었다… 리우·파리에서도 반복된 논란
이번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벌어진 일을 처음 있는 일로 보기는 어렵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개막 직후 선수촌의 배관과 화장실, 전기 등 시설 문제가 잇따라 드러났다. 일부 선수단이 선수촌을 떠나 호텔로 옮길 정도였고, 브라질올림픽위원회는 630명의 인력을 투입해 긴급 보수에 나섰다. 선수촌이 공식 개장한 뒤에도 대규모 공사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사전 점검과 준비 과정의 문제가 논란이 됐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는 다른 종류의 논란이 나왔다. 파리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선수촌 객실에 일반적인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고 자연 냉각 방식을 택했다. 대한체육회는 이에 대비해 냉풍기 89대와 이동식 에어컨 26대를 준비했다. 친환경이라는 목표를 앞세운 운영 방식이 선수들의 실제 생활환경과 맞물리면서 별도의 대비책이 필요했던 것이다.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파리 조직위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채식 메뉴 비중을 크게 높이고 하루 최대 4만 끼를 제공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대회가 시작되자 영국 선수단 등에서 계란과 닭고기, 탄수화물 등의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는 불만이 나왔고, 음식 수요가 예상보다 많아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대응이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선수촌 음식에 대비해 별도의 도시락까지 준비했다.
리우와 파리, 나고야에서 나타난 문제의 원인은 서로 다르다. 리우는 시설이 개장 시점까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고, 파리는 친환경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실제 선수들의 생활환경과 조율해야 했다. 나고야 역시 기존 선수촌을 짓는 대신 다른 숙박 방식을 택하면서 새로운 운영 과제를 마주했다. 대회마다 선택한 방식은 달랐지만, 새로운 목표와 현장의 현실을 얼마나 촘촘하게 맞추느냐가 반복해서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은 같다.
● 왜 국제 스포츠대회 운영은 자꾸 꼬일까
국제 스포츠대회가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참가 인원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선수와 지도자, 각국 체육단체, 국제기구, 경기장 운영인력, 수송업체와 자원봉사자 등 서로 다른 주체가 같은 기간에 움직인다. 경기 시간이 바뀌면 차량과 훈련 일정이 함께 달라지고, 숙소 위치가 달라지면 식사와 이동 계획도 다시 조정해야 한다. 실제 올림픽 조직 문제를 정리한 연구에서도 기획·재정·운영·인프라·인력·환경 등 여러 영역이 서로 연결돼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에는 여기에 비용과 환경, 대회 이후 시설 활용이라는 조건까지 더해졌다. 나고야는 대형 선수촌을 새로 짓는 대신 호텔과 크루즈선, 컨테이너형 숙소를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선수촌 건설비와 대회 이후 남게 될 시설 문제를 줄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참가 규모가 당초 예상한 1만5천 명에서 1만7천 명으로 늘면서 숙소와 수송을 다시 조정해야 했다.
대회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는 선택이 반드시 운영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한곳에 선수들을 모아 관리하던 방식에서 여러 호텔과 임시시설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뀌면 이동 경로와 배차, 안내 체계도 복잡해진다. 나고야에서도 실제로 숙소 문제뿐 아니라 수송과 입국 과정, 훈련 환경 등 여러 영역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결국 국제대회의 운영 문제는 한 사람의 실수나 한 시설의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대회를 치르는 방식이 달라질수록 관리해야 할 요소도 함께 달라지고, 예상보다 많은 참가자나 현장의 변수까지 겹치면서 계획과 실제 운영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나고야에서 드러난 여러 논란은 국제 스포츠대회가 경기장만 준비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 국제대회가 바뀌려면 운영부터 달라져야 한다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모든 변수를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많은 선수단과 경기 관계자가 동시에 움직이는 만큼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생길 수 있다. 다만 같은 유형의 문제가 반복된다면 개별 실수를 넘어 대회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방식 자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필요한 것은 ‘실전과 같은 사전 점검’이다. 참가 인원이 늘어나거나 특정 노선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까지 고려해 수송과 숙박, 경기 진행을 함께 시험해봐야 한다. 특히 나고야처럼 여러 숙박시설을 활용하는 경우에는 정상적인 상황만 가정해서는 부족하다. 어느 한곳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차량과 숙소를 바로 연결할 수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국가 연주나 국호 표기처럼 한 번의 실수가 국제적인 논란으로 이어지는 절차도 최종 확인 단계를 여러 겹으로 두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가 발생한 뒤의 대응 체계도 달라져야 한다. 조직위가 원인을 설명하고 사과하는 것만으로는 선수단의 일정이 되돌아오지 않는다. 리우올림픽에서는 선수촌 시설 문제가 드러난 뒤 630명의 인력을 투입해 보수했고, 파리올림픽에서도 선수촌 음식에 대한 불만이 나오자 공급 확대 등의 보완이 이뤄졌다. 나고야 역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즉시 판단하고 차량이나 인력을 추가 투입할 것인지가 명확해야 같은 문제가 현장에서 반복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대회의 성과를 경기 결과만으로 평가하는 관점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선수들이 제시간에 경기장에 도착하고, 충분히 쉬고, 필요한 지원을 받으면서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는지도 대회의 중요한 운영 성과다. 비용 절감이나 친환경 같은 목표 역시 중요하지만,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기본적인 경기 환경이 흔들린다면 그 방식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
나고야의 논란이 남기는 가장 큰 교훈도 여기에 있다. 국제 스포츠대회의 경쟁력은 얼마나 크게, 화려하게 개최했느냐보다 수많은 사람이 움직이는 순간에도 기본적인 약속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켜냈느냐에서 드러난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부산대 권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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