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먹방은 유튜브에서 가장 익숙한 콘텐츠 중 하나가 됐다. 유명 맛집을 소개하는 영상부터 한 사람이 놀라울 정도로 많은 양을 먹는 대식 먹방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혼자 밥을 먹을 때 먹방을 틀어놓거나 영상에서 본 메뉴를 다음 식사로 고르는 일도 낯설지 않다.
한국에서 시작한 ‘먹방(Mukbang)’이라는 단어가 해외에서도 그대로 쓰일 만큼 하나의 콘텐츠 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 국내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유튜브의 섭식장애 관련 정책이 일부 먹방·다이어트 채널에 적용되면서 수익 창출이 중단되고 과거 영상 수백 개가 사라지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청소년과 섭식장애 고위험군을 위험한 콘텐츠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평범한 먹방이고 어디부터 위험한 섭식 행동일까. 개인이 자신의 식사 모습을 촬영해 자유롭게 공유하는 시대에 플랫폼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을까.
● 먹방이 규제 대상?
먼저 유튜브가 모든 먹방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의 광고주 친화적 콘텐츠 가이드라인은 섭식장애를 다루면서 폭식, 음식 숨기기나 사재기, 구토나 설사약 남용, 극단적인 칼로리 제한 등 모방 위험이 있는 신호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에서는 설탕이나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을 폭식하는 모습 역시 광고 수익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
즉 단순히 ‘많이 먹는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먹방을 막는 정책은 아니다. 문제는 실제 영상에서 평범한 대식과 위험한 폭식, 개인의 다이어트 기록과 섭식장애를 조장하는 콘텐츠의 경계가 언제나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 수익은 끊기고 영상은 사라지고
지난 9월 구독자 약 44만 명의 유튜버 ‘살빼조’는 자신의 채널 수익 창출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어떤 영상이 추가 제재를 받을지 알기 어려워 업로드도 중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구독자 약 10만 명의 크리에이터 ‘미소’ 역시 수익 정지 통보를 받은 뒤 지난 4년간 게시한 영상 중 339개를 비공개하거나 삭제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339개의 영상을 유튜브가 모두 직접 삭제한 것이 아니라 크리에이터가 추가 제재 가능성을 우려해 스스로 정리했다는 것이다. 시청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준이 오히려 창작자가 문제없는 콘텐츠까지 미리 지우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 먹방은 실제 식습관을 바꿀까
규제가 등장한 배경에는 먹방이 특히 청소년의 식습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2022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참여한 중·고등학생 5만1850명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의 70.6%가 먹방이나 쿡방을 시청했고 13.2%는 일주일에 5회 이상 시청했다. 27.6%는 이러한 콘텐츠가 자신의 식습관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먹방·쿡방을 자주 시청한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패스트푸드와 야식, 당류 음료 등을 더 자주 섭취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주 5회 이상 시청한 청소년이 비시청자보다 야식을 자주 먹을 가능성이 1.43배, 패스트푸드를 자주 섭취할 가능성이 1.69배 높게 나타났다.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에게서도 비슷한 연관성이 관찰됐다. 2026년 한국 성인 1,210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먹방을 자주 시청하는 집단에서 배달·즉석식품 섭취와 충동적 섭취가 더 많이 나타났다. 또한 균형 잡힌 식품 섭취와 관련된 일부 지표에서는 반대 방향의 결과도 나타나 먹방의 영향을 한쪽으로만 해석하기 어렵다는 점도 확인됐다.
다만 이를 곧바로 ‘먹방을 보면 식습관이 나빠진다’는 인과관계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연구는 먹방 시청과 식습관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데 그친다. 원래 특정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먹방을 더 많이 찾아볼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먹방은 음식 섭취를 보여주는 동시에 오락과 정보, 일상 공유의 성격도 가진다. 따라서 일부 부정적 연관성이 확인됐다는 이유만으로 장르 전체를 유해 콘텐츠로 볼 수는 없다. 결국 규제의 초점은 먹방 자체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보여주고 있는지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
● 그렇다면 유해함의 기준은 누가 정할까
먹방이 식습관과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과 많이 먹는 콘텐츠를 규제해야 한다는 결론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마다 체격과 활동량이 다르고 평소 식사량 역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많아 보이는 양이 다른 사람에게는 평소 식사량일 수도 있다.
유튜브 역시 섭식장애와의 연관성이나 모방 가능성 등 콘텐츠가 놓인 맥락을 함께 고려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콘텐츠에서는 그 경계가 훨씬 흐릿해 이러한 기준이 일관되고 정확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대식가의 일상적인 식사 영상과 조회수를 위해 무리한 섭식 행동을 반복하는 영상은 겉으로 드러나는 장면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더 큰 질문은 개인이 자신의 일상을 콘텐츠로 만들어 공개하는 공간에서 플랫폼이 어느 정도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다. 명백하게 위험한 행동을 권장하거나 미화하는 콘텐츠라면 일정한 제한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 반면 단순히 다른 사람보다 많이 먹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익과 노출을 제한한다면 개인의 표현과 창작 활동을 지나치게 좁힐 수 있다는 우려도 생긴다.
● 시청자 보호냐 지나친 간섭이냐
물론 모든 것을 콘텐츠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둘 수는 없다. 특히 청소년은 영상 속 행동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고 알고리즘을 통해 비슷한 콘텐츠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 조회수를 위해 더 많은 양을 먹거나 자극적인 폭식을 보여주는 경쟁이 이어진다면 플랫폼 역시 그 영향을 외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영상 삭제나 수익 제한만이 답인 것도 아니다. 미성년자에게 특정 영상을 덜 추천하거나 연령 제한을 적용하고, 유해성이 높은 콘텐츠에 광고를 제한하는 등 위험도에 따라 대응 방식을 나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크리에이터가 어떤 행동이 왜 제한되는지 예측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기준이다. 단순히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를 보기보다 위험한 섭식 행동을 미화하는지, 시청자의 모방을 유도하는지, 어떤 연령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먹방은 이미 하나의 익숙한 콘텐츠 문화로 자리 잡았다. 같은 대식 먹방이라도 누군가에게는 평소의 식사를 기록하는 일상 콘텐츠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극적인 반응을 얻기 위해 무리한 섭식 행동을 반복하는 콘텐츠일 수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영상을 단순히 먹는 양만으로 하나의 기준에 묶기보다 콘텐츠가 만들어진 맥락과 시청자에게 미칠 영향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청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준은 필요하지만 그 기준이 창작자의 일상적 표현까지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기준을 고민해야 한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성신여대 이윤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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