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장가 사로잡은 한국판 '인턴'… 영화 속 판타지가 현실로
최근 배우 최민식과 한소희 주연의 한국판 리메이크 영화 '인턴'이 극장가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개봉했다. 30대 청년 CEO ‘선우’와 60대 실버 인턴 ‘기호’의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세대 간 갈등이 깊어진 시대에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영화 속 최민식이 보여주는 관록과 묵직한 삶의 지혜는 관객들에게 단순히 유쾌한 오피스물을 넘어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 속 따뜻한 판타지처럼 여겨졌던 실버 인턴과 청년 조직의 동행이 최근 한국 사회의 실제 기업 현장에서도 현실로 구현되고 있다.
과거 대학생이나 청년 취준생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인턴' 타이틀이 60대 이상 시니어 세대로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수십 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한 고령층이 정부와 지자체의 시니어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신입사원'으로 다시 출근하고 있다.
청년층의 구직난 속에서 단기 인턴 자리조차 바늘구멍이 된 반면, 기업 현장에서는 숙련된 시니어 인턴을 채용하려는 기업과 은퇴 후에도 일을 지속하려는 시니어 계층의 수요가 맞물려 새로운 고용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 유통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시니어 채용에 앞장서는 기업들
실제로 국내 주요 기업과 유통·식품업계는 시니어 채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맥도날드 코리아는 55세 이상 시니어 크루를 꾸준히 채용하는 시니어 고용 프로그램을 수년째 운영하며 다수의 60~70대 직원을 모범적으로 채용 중이다. 매장 청결 관리와 고객 응대 업무에서 시니어 크루 특유의 노련함이 높은 평가를 받으며 맥도날드 코리아는 대표적인 대기업 시니어 고용 모델로 꼽힌다.
물류 및 유통 기업인 CJ대한통운 역시 실버택배 및 공공건물 내 배송 업무를 기반으로 한 시니어 일자리 창출 사업을 확장해왔으며, 시니어 채용 전담 과정을 통해 고령층 인력을 기사 및 현장 관리자로 맞춤 매칭하고 있다.
또한 성심당은 고령자 고용 확대 및 일자리 질 향상에 기여해 ‘우수 노인친화기업·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국내 기업들은 품질 관리, 원자재 정밀 검수, 공정 보조 등 오랜 직장 생활 경험이 요구되는 정밀 작업에 시니어 인력들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 젊은 층의 잦은 이직으로 생기는 공백을 시니어 채용을 통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채우는 성공적인 상생 사례다.
● 고령층의 강력한 경제활동 열망… 인구 구조가 바꾼 노동 지형
이러한 현상의 바탕에는 고령층의 강력한 경제활동 열망과 거대한 인구 구조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55세에서 79세 사이 고령층 중 장래에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는 비율은 전체의 69.4%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이 희망하는 평균 근로 연령 역시 73.4세로 법정 정년인 60세를 크게 뛰어넘는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추진하는 시니어 인턴십 사업의 참여자 수와 참여 기업 수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는 점 역시 시니어 노동력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와 공급을 그대로 보여준다.
● "교육 없이 바로 투입"… 기업이 60대 올드루키에 열광하는 이유
기업들이 시니어 채용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숙련도와 조직 안정성이다. 신입사원 교육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초임 채용과 달리, 수십 년간 조직 생활을 경험한 시니어 인턴은 업무 노하우와 직장 내 에티켓을 즉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는 명확한 장점이 있다.
특히 가파른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고질적인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경우 대외 협력, 고객 응대, 조직 내 위기관리 영역에서 시니어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된다.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 수령 연령 상향에 따른 은퇴 후 '소득 절벽'을 메우려는 시니어 계층의 현실적인 필요가 맞물리며 고용 계약이 체결된다.
● 자식세대 상사와 아버지뻘 인턴… 풀어야 할 기업 조직의 숙제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걸림돌과 제도적 한계도 명확하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문제는 조직 내 관계 설정의 어려움이다. 까마득하게 어린 2030 세대 팀장이 60대 시니어 인턴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피드백을 주는 과정에서 유교적 정서에 따른 어색함과 심리적 부담감이 발생하곤 한다.
또한 현재 운영되는 상당수의 시니어 인턴십 제도가 몇 개월 단위의 정부 보조금 지원 사업에 의존하고 있어, 지원 기간이 끝난 후 정규직이나 장기 계약직으로 이어지는 재계약률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점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대다수의 인턴 직무가 전문 경력을 살리기보다는 단순 서류 정리나 현장 관리 등 단기 노무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과 청년 일자리와의 경합 우려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 '대체'가 아닌 '보완'… 세대전환형 상생 모델을 향해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해외 국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세대전환형 상생 모델'로 풀어내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고령자고용안정법을 바탕으로 은퇴한 베테랑 기술자가 청년 근로자에게 핵심 기술을 전수하는 기능 승계형 시스템을 활성화했다.
독일 또한 시니어 전문가 서비스를 통해 은퇴한 전문가들을 중소기업의 자문 인턴으로 파견하며 청년 직업 교육의 멘토 역할을 맡기고 있다. 시니어가 청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의 역량을 보완하고 길잡이 역할을 하도록 구조화한 것이다.
결국 생산연령인구 절벽이라는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시니어 인력의 고용 활성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젊은 직원이 최신 디지털 기술을 공유하고 시니어가 오랜 노하우와 업무 팁을 전수하는 상호보완적 관계가 형성될 때, 영화 '인턴' 속 두 인물의 따뜻한 동행이 한국 노동 시장을 바꾸는 상생의 모범 답안이 될 것이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연세대 전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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