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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화면으로 다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은 왜 다시 현장으로 갈까

광운대
장고은 광운대 · 프렌즈 1기
2026.09.27

● 화면이 더 편한데, 왜 경기장까지 갔을까

축구를 보기 가장 편한 방법은 사실 집에서 중계를 보는 것이다. 선수들의 표정도 가까이 볼 수 있고, 중요한 장면은 여러 각도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이동 시간도 들지 않고 날씨를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경기장으로 향한다.

수원월드컵경기장 내부
수원월드컵경기장 내부 <직접 촬영>

최근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를 직접 관람하면서 이 차이를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화면보다 작게 보이고, 골 장면을 다시 돌려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경기 시작 전부터 이어지는 응원가와 관중의 함성, 결정적인 순간에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일어나는 장면은 화면으로 보는 경기와 전혀 다른 경험을 만들었다.

경기를 ‘보는 것’과 현장에서 ‘겪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었다.

● 콘텐츠보다 경험을 소비하는 사람들

이런 현상은 스포츠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집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어도 콘서트를 찾고, 온라인 쇼핑이 더 편한데도 팝업스토어 앞에 줄을 선다. 영화와 공연도 스트리밍으로 접할 수 있지만 직접 공연장을 찾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수원월드컵경기장 내 하나은행 축구 체험형 팝업 부스
수원월드컵경기장 내 하나은행 축구 체험형 팝업 부스 <직접 촬영>

과거에는 상품이나 콘텐츠 자체를 소비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그 공간에 직접 가보고 참여했다는 경험까지 하나의 소비 대상이 되고 있다.

팝업스토어에서 사진을 찍고, 콘서트에서 관객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경기장에서 응원가를 따라 부르는 과정까지 모두 하나의 기억으로 남는다.

무엇을 샀는지보다 ‘어디에 있었고 무엇을 느꼈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 각자 다른 화면을 보는 시대, 같은 순간을 공유한다는 것

경기가 끝난 후, 관중과 선수들이 인사하는 모습
경기가 끝난 후, 관중과 선수들이 인사하는 모습 <직접 촬영>

현장 경험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데에는 디지털 환경의 변화도 영향을 미친다.

유튜브와 OTT, SNS는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각각 추천한다. 같은 시간에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영상을 보고, 다른 음악을 듣고, 다른 정보를 접한다. 콘텐츠 소비가 개인화될수록 다른 사람과 같은 장면을 동시에 경험하는 일은 오히려 줄어든다.

반면 경기장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하나의 공을 바라본다. 골이 들어가는 순간에는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까지 동시에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친다.

평소에는 접점이 없던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같은 감정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스포츠나 공연의 현장성은 더욱 특별해진다.

온라인에서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흩어지지만, 현장에서는 하나의 순간을 함께 경험하는 셈이다.

● 사진에는 남지 않는 현장의 감각

경기장에 들어온 필자의 사진
경기장에 들어온 필자의 사진 <직접 촬영>

물론 요즘 오프라인 경험은 SNS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경기장이나 콘서트, 전시회에 방문한 뒤 사진과 영상을 올리는 것은 이제 익숙한 문화가 됐다. 현장 경험이 하나의 인증 콘텐츠가 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현장의 가치를 단순히 사진을 찍기 위해 찾는 것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경기 시작 직전 경기장 전체에 흐르는 긴장감이나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응원가의 크기, 골이 들어갔을 때 주변 사람들이 동시에 일어나는 순간은 사진 한 장에 그대로 담기 어렵다.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감각은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는 부분보다 훨씬 넓다.

그래서 같은 경기를 다시 영상으로 보더라도 현장에서 느꼈던 기억은 별개의 경험으로 남는다.

● 온라인이 편해질수록 현장은 더 귀해진다

3대 0으로 우승한 한국 vs 에콰도르 친선경기
3대 0으로 우승한 한국 vs 에콰도르 친선경기 <직접 촬영>

사람들이 다시 현장으로 향하는 것을 단순히 디지털에 지쳤기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온라인은 여전히 편리하다. 원하는 영상을 언제든 볼 수 있고, 공연과 스포츠의 주요 장면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오히려 온라인이 많은 것을 대신해줄 수 있게 됐기 때문에 현장에서만 가능한 경험의 차이가 더 분명해졌다고 볼 수 있다.

집에서 경기를 봤다면 선수들의 움직임을 더 가까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중요한 장면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장을 가득 채운 함성과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같은 장면을 바라보는 순간까지 화면이 대신해줄 수는 없다.

모든 것을 손안의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오히려 직접 보고, 듣고, 함께 느끼는 경험은 이전보다 더 귀해지고 있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광운대 장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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