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화장품을 발견하면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한다. 친구에게 “이거 진짜 괜찮아”라고 추천하기도 하고, 올리브영 리뷰를 작성하거나 SNS에 사용 모습을 올리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순간부터 소비자가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브랜드가 돈을 내고 만든 광고가 아닌데도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고, 발색을 보여주고, 자신의 사용 경험을 다른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마케팅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만들어 공유하는 이러한 콘텐츠를 UGC(User Generated Content·사용자 생성 콘텐츠)라고 부른다.
지난주에는 소비자가 제품 하나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과정을 살펴봤다. 그렇다면 그다음 질문은 자연스럽다.
“좋아하게 된 소비자는 왜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싶어질까?”
● 브랜드를 좋아하는 마음은 ‘추천’으로 드러난다.
브랜드에 대한 애착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은 서로 무관하지 않다.
한국응용과학기술학회지에 2024년 게재된 ‘체험경제이론을 적용한 화장품 브랜드 소비자의 애착과 구전의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 밝히기를, 체험형 화장품 브랜드 소비자를 대상으로 수집한 설문 234부를 분석한 결과 브랜드 애착은 구전의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오락적·교육적·심미적 경험 역시 구전의도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 가운데 심미적 경험의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즉 만족스러운 제품을 구매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브랜드에서 재미있거나 새롭고 매력적인 경험을 했을 때 소비자는 그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 입장에서 이는 중요한 차이다.
한 번 더 구매하는 소비자는 매출을 하나 더 만들지만,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소비자는 새로운 소비자가 브랜드를 발견할 수 있는 접점까지 만들어낸다.
● 유명인보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는다.
특히 화장품에서는 다른 소비자의 경험이 강력한 정보가 될 수 있다.
광고에서 아무리 “촉촉하다.”고 이야기해도 내 피부에서 어떻게 느껴질지는 알 수 없다. 반면 나와 비슷한 피부 타입을 가진 사람이 “지성인데 오후까지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작성한 후기는 훨씬 구체적인 판단 근거가 된다.
뷰티 플랫폼 화해가 1,250만 명의 사용자 행동 데이터와 1,000만 건의 리뷰·평점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2026 뷰티 트렌드 리포트’에서 밝히기를, 올해 주요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Near-Me Proof’, 즉 ‘나와 비슷한 사람의 검증’을 제시했다.
화해는 소비자가 유명인의 추천보다 피부 타입이나 생활 방식이 자신과 비슷한 실사용자의 리뷰를 참고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영향력 역시 대형 인플루언서에서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니치 크리에이터로 분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소비자가 남긴 리뷰는 단순한 구매 후기가 아니다.
다음 소비자가 “이 제품이 나에게도 맞을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참고하는 또 하나의 제품 정보가 된다.
● 이제 쇼핑몰 안에서도 소비자가 콘텐츠를 만든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뷰티 플랫폼 자체도 소비자가 콘텐츠를 만드는 구조를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리브영의 ‘셔터(Shutter)’다.
셔터는 올리브영 앱 안에 마련된 SNS형 커뮤니티로, 회원들이 직접 이미지와 숏폼 콘텐츠를 제작해 공유한다. 콘텐츠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하면 별도로 검색하지 않고 바로 상품 상세 페이지로 이동할 수도 있다.
CJ올리브영이 2026년 5월 밝히기를, 셔터는 올해 1분기에만 100만 명 이상이 이용했다. 또한 올리브영은 셔터에서 활동할 공식 크리에이터 ‘셔터브리티’ 7기를 300명 규모로 선발해 상품 협찬, 브랜드 협업, 라이브커머스 출연 등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쇼핑몰과 SNS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브랜드가 제품 사진과 설명을 올리고 소비자는 그것을 읽었다.
반면 지금은 소비자가 자신의 파우치와 메이크업 노하우를 보여주고, 사용한 제품을 소개하며 다른 소비자가 그 콘텐츠를 보고 제품을 발견한다.
즉, 브랜드 → 소비자였던 정보 전달 구조가
[브랜드 → 소비자 → 또 다른 소비자]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 신제품 출시 전에 ‘후기’를 먼저 만드는 이유
브랜드 역시 이제 소비자의 이야기를 제품 출시 이후에 저절로 생기는 결과로만 기다리지 않는다.
신제품 마케팅 과정에서부터 체험단과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활용해 실제 사용 경험을 축적한다.
아모레퍼시픽의 에스트라 사례가 대표적이다.
카카오스타일이 공개한 아모레퍼시픽 담당자 인터뷰에서 밝히기를, 아모레퍼시픽은 이커머스에서 신제품을 출시할 때 사전 체험단과 선론칭을 활용해 소비자 반응과 후기를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담당자는 신제품의 경우 리뷰가 부족하다는 것이 큰 약점이기 때문에 체험단을 통해 만들어진 리뷰를 상품 페이지에 활용하며, 지그재그에서도 에스트라 제품의 체험단 리뷰와 인플루언서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후기의 역할은 브랜드가 했던 말을 한 번 더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수분 크림입니다.”라는 설명보다 실제 사용자가 자신의 얼굴에 제품을 바르고, 피부 타입과 사용감을 설명하는 콘텐츠는 제품이 실제 일상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보여준다.
● 하지만 ‘소비자가 말한다.’고 모두 믿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브랜드가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도 있다.
소비자 콘텐츠가 영향력이 있다고 해서 최대한 많은 후기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소비자가 그것을 실제 경험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픈서베이가 전국 만 15~59세 남녀 3,000명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소셜미디어 트렌드 리포트 2025’에서 밝히기를, 응답자의 약 88%가 AI로 제작된 콘텐츠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또한 AI가 제작한 정보나 리뷰 콘텐츠는 신뢰도를 낮추는 경향을 보였으며 특히 15~24세가 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목소리를 지나치게 통제하거나 광고처럼 보이는 후기만 반복한다면 UGC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인 ‘실제 사용자의 이야기’라는 신뢰가 사라질 수도 있다.
체험단이나 협찬 콘텐츠 역시 자발적인 후기와 동일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협찬 여부를 명확하게 알리고, 장점만을 강요하기보다 소비자가 자신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최고의 광고는 ‘시키지 않아도 이야기하고 싶은 경험’에서 시작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제품 사진을 찍어 올리고, 리뷰를 남기고, 친구에게 추천해준다면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목표를 단순히 “우리 제품을 홍보해주는 소비자를 많이 만들자”라고 설정한다면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오히려 이것이다.
“우리는 소비자에게 남에게 이야기하고 싶을 만큼 좋은 경험을 제공했는가?”
제품이 기대보다 좋았을 수도 있고, 패키지가 너무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다. 브랜드의 공간에서 재미있는 경험을 했거나 자신과 잘 맞는 브랜드라고 느꼈을 수도 있다.
그 경험이 충분히 강할 때 소비자는 자신의 언어로 브랜드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 소비자가 남긴 리뷰 한 줄, 발색 사진 한 장, 숏폼 영상 하나는 또 다른 사람의 피드에 도착한다.
그 사람은 영상을 보고 처음 브랜드를 알게 되고, 제품을 찾아보고, 구매한 뒤 다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한다.
결국 [발견 → 구매 → 좋아함 → 추천]은 끝이 있는 일직선의 과정이 아니다.
한 사람의 ‘좋아함’이 다른 사람의 ‘발견’이 되면서 다시 시작되는 순환 구조다.
어쩌면 브랜드가 만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대신 광고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먼저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지는 브랜드가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한양대 이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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