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어 한 마리가 60만 명을 불렀다.
부산항만공사가 2008년 900억 원을 들여 조성하고도 평소 주말 평균 방문객이 약 2천 명 수준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북항 친수공원은 18일 나타난 상어 ‘부캉이’ 효과로 매일 1만 명 이상이 찾는 관광지로 변모했다. 추석 연휴에는 하루 최대 13만 6000명이 몰렸고, 9월 28일까지 누적 방문객은 6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18일 부산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길이 3~4m 크기의 상어가 나타났다. 국립수산과학원의 권고에 해경이 외해로 유도했지만 상어는 수로를 떠나지 않았고, 시민들이 이 모습을 SNS에 공유하면서 화제가 됐다.
시민들은 상어에 ‘부캉이’라는 별명을 붙이며 관심을 보였고, 직접 상어를 보기 위해 북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사람들은 왜 부캉이를 보러 갈까?
아쿠아리움처럼 인공적으로 조성된 공간이 아닌, 도심 항구에 대형 상어가 나타난 ‘의외성’과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희소성’이 더해져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는 인파가 몰린 것이다.
SNS에서는 “어디에서 잘 보인다” “새끼도 본 것 같다”는 등의 목격담과 정보 공유가 쏟아졌고, ‘부캉이’라는 별명까지 붙으며 하나의 캐릭터로 소비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나도 부캉이를 봤다’는 인증 욕구까지 더해지면서 방문객들을 끌어들였다.
무엇보다 예측할 수 없었던 실제 사건으로,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실제 상어를 만나는 ‘뜻밖의 경험’이 하나의 관광 콘텐츠가 된 것이다.
● 부캉이가 부산의 관광 콘텐츠가 되기까지
‘부캉이’라는 별명이 생기면서 북항 자체도 상어와 함께 SNS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거기에 발 빠른 부산시와 시설공단 등의 안전 관리도 한몫했다. 부캉이를 보러 방문한 시민들의 안전 당부에 그치지 않고, 인파가 몰릴 경우를 대비한 여러 안전 관리와 재난 문자까지 발송했다.
여기에 더해 9월 29일 부산시는 ‘부캉이’를 명예홍보대사로 공식 위촉하기도 했다. 시는 추석 연휴 전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부캉이 부산시 명예홍보대사 위촉’에 대한 의견을 묻는 시민 이벤트도 진행했다.
상어를 보러 온 인파가 주변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18~20일 친수공원 인근 점포 매출은 전주 같은 요일보다 48.6% 증가했다.
● 돈을 많이 쓴다고 사람이 오지 않는다.
이번 ‘부캉이’로 인한 관광 효과는 700억 원을 넘게 들인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와 비교되기도 했다. ‘여수섬박람회’는 개막 초반 먹거리와 전시 등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고, ‘섬’이라는 박람회의 핵심 주제를 관람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콘텐츠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후 추석 연휴에는 체험·공연 프로그램을 보강하며 관람객을 끌어모았으나, 북항에는 추석 당일 13만 명이 몰린 반면, 같은 날 ‘여수섬박람회’ 방문객은 6만 7000여 명에 그쳤다. 다만 무료 친수공원과 유료 박람회라는 점에서 두 사례의 방문객 수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지역 관광계에서는 ‘부캉이 현상’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대규모 관광 행사의 콘텐츠 전략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지역 활성화를 내건 각종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지만, ‘시설을 만드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찾아올 이유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여수섬박람회’ 한 행사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난 3월 발표한 지역 축제 예산 분석 보고서를 보면 전국의 사업비 10억 원 이상의 대형 축제 수는 2019년보다 98.7% 늘었다.
축제의 규모와 예산이 커지는 것만으로 지역에 사람을 끌어모으는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 결국 지역 마케팅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의 문제
전남일보와 인터뷰한 한승훈 호남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많은 콘텐츠를 나열하기보다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캉이처럼 관광객이 직접 찾아가 사진을 남기고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가 지역 관광의 출발점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지역 마케팅의 핵심은 돈을 얼마나 투입하느냐가 아니라,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드는 데 있다. 지역 고유의 이야기와 경험에 ‘직접 보고, 찍고, 공유하고 싶은 요소’가 더해질 때 사람들의 발걸음을 움직일 수 있다.
지역 마케팅이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 부캉이가 보여준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부산 북항에 나타난 부캉이는 애초에 누구도 기획하지 않았던 콘텐츠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뜻밖의 장면을 보기 위해 북항으로 향했고, 직접 찍은 사진과 영상을 다시 SNS에 공유했다. 결국 사람을 움직인 것은 거창한 시설이나 거액의 예산이 아니라 ‘직접 보고 경험하고 싶은 한 장면’이었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경북대 임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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