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천에 김밥이 유명했나?
김천은 원래 김밥으로 유명한 도시가 아니다. 그런데 2024년 처음 열린 ‘김천김밥축제’에는 이틀 동안 약 10만 명이 몰렸다. 인구 13만 명 남짓한 도시에 그에 맞먹는 규모의 방문객이 찾아온 것이다.
시작은 다소 엉뚱했다. 김천시는 교통과 농특산물의 도시이지만, 젊은 세대에게 김천 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식당 브랜드 ‘김밥천국’인 것이다. 김천시는 이 말장난 같은 연상을 그냥 넘기지 않고 이를 실제 김밥축제로 만들었다.
보통 지역축제가 유명한 특산물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순서가 정반대다. 유명한 김밥이 있어서 축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축제를 열면서 김천의 김밥이라는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난 셈이다. 그리고 이런 시도는 김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 공주에는 ‘공주’가, 고양에는 ‘고양이’가
충남 공주 또한 이미 백제 유적이라는 확실한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에는 조금 다른 ‘공주’를 꺼내 들었다. 공주시가 3년째 개최하고 있는 ‘공주 페스티벌’은 도시 이름과 같은 공주(Princess)를 콘셉트로 한다. 올해에는 공주님 선발대회와 야간 퍼레이드, 캐릭터 포토존 등을 열었고 약 1만2천 명이 방문했다.
경기 고양시는 아예 도시의 얼굴을 고양이로 만들었다. 2012년 등장한 ‘고양고양이’는 도시 이름과 고양이를 결합하고, SNS에서는 문장 끝에 ‘~고양’을 붙이는 말투까지 활용하며 알려졌다. 한동안 운영이 중단되자 온라인에서는 캐릭터를 돌려달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까지 나왔고, 결국 올해 다시 고양시 공식 캐릭터로 복귀했다.
세 지역이 새로 발견한 것은 유명한 특산품도, 새로운 관광지도 아니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도시 이름을 듣고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이미지였다.
● 지역을 ‘설명’하기보다 먼저 기억하게
그렇다면 지자체들은 왜 이렇게까지 자기 이름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을까? 사람과 소비, 문화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에는 관광객을 데려오는 것만큼이나 먼저 사람들의 관심 속에 들어가는 일이 중요해졌다. 모든 지역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나 특산물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지역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는 대신, “김천에서 김밥축제 한대”라는 한마디가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을 수 있는 이유다.
여기서 단순한 말장난은 하나의 도시브랜딩이 된다. 사람들이 어떤 도시를 떠올렸을 때 특정한 이미지와 경험이 함께 생각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김천? 거기 김밥축제 하는 곳!’, ‘고양? 그 고양이 캐릭터!’처럼 도시를 잘 모르던 사람의 머릿속에도 이렇게 하나의 연결고리가 생긴다. 지역의 장점을 길게 설명하기 전에 일단 이름부터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다.
● 축제 끝나면 모두 떠나는데, 그래도 남는 게 있을까?
그렇다고 지역명을 활용한 축제에 사람이 많이 왔다고 그 지역의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김천김밥축제에 찾아온 사람들도 김밥을 먹고 사진을 찍은 뒤 대부분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지역 입장에서 이런 방문객은 얼마나 의미가 있는 것일까?
지역을 찾은 사람은 축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밥을 먹고, 카페에 들르고, 물건을 사고 때로는 숙박도 한다. ‘김천? 거기 뭐가 있지?’라고 생각하던 사람이 직접 김천에 가본 사람으로 바뀐다는 점도 남는다. 최근 지역정책에서도 이런 사람들을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 꼭 그 지역에 살지 않아도 관광이나 업무 등으로 찾아와 머무는 사람까지 포함하는 ‘생활인구’라는 개념이다. 정부는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머문 사람을 체류인구로 집계하는데, 체류인구 한 명이 지역에서 쓴 카드금액은 분기 평균 12만4천 원이었고, 10월에는 인구감소지역 전체 카드 사용액의 38.9%가 체류인구에게서 나왔다.
즉 축제 기간에 잠깐 지역이 북적이는 것만으로도 주변 식당과 카페, 상점에는 새로운 소비가 생길 수 있다. 결국 지역 입장에서는 몇 명이 사는지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아와 시간을 보내느냐도 중요해진 것이다. 그래서 김천의 김밥이나 공주의 Princess 같은 조금은 엉뚱한 도시브랜딩도 의미가 생기게 된다. 처음부터 그 지역에 관심 있던 사람만 가는 대신, “뭐야, 재밌는데?”라는 가벼운 관심을 실제 방문과 소비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 말장난이 진짜 ‘지역의 것’이 되려면
지역 이름이 재밌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것과 실제로 그 지역을 찾아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관심을 끄는 데만 성공하면 효과는 오래가기 어렵다. 첫 김천김밥축제 역시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김밥 재료가 소진되고 셔틀버스 대기가 길어지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사람을 오게 만드는 것만큼, 온 사람들이 그 지역에서 무엇을 보고 즐길지도 중요하다.
결국 이름은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는 시작점에 가깝다. 김천에 원래 유명한 김밥이 없었다는 건 이제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김밥 때문에 김천을 기억하고 찾아오는 사람이 생겼고, 이제는 그 관심을 김천에서의 경험으로 남기는 일이 중요해졌으니까.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서울시립대 이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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