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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자격증도 따고 일도 하는 귀여운 캐릭터?···어른들이 ‘치이카와’에 빠진 이유

성신여대
이윤재 성신여대 · 프렌즈 1기
2026.10.03

● 인형 하나 사려고 8시간 기다리는 어른들

작고 동글동글한 몸에 사랑스러운 표정까지. 저마다 다른 매력을 가진 치이카와 캐릭터들을 만나기 위해 어른들이 새벽부터 줄을 선다. 최근 국내에서 ‘치이카와(먼작귀)’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9월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치이카와샵에 극장판 관련 굿즈가 입고되자 오전 6시 20분부터 현장 대기가 시작됐다. 불과 10분 만에 대기 인원이 300명을 넘어섰고 오전 9시에는 1,000명을 돌파했다. 오전 8시 30분쯤 매장을 찾은 한 30대 방문객은 입장까지 약 8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시작한 작은 캐릭터들이 이제 국내에서도 수천 명을 줄 세우는 인기 IP가 된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귀엽길래?’ 치이카와(먼작귀)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부터 들지도 모른다. 물론 만화 속 캐릭터들의 첫인상은 분명 ‘귀여움’이다. 하지만 작품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이 캐릭터들이 살아가는 세계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치이카와, 하치와레, 우사기···먼저 알아두면 좋은 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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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카와 주인공 삼인방

‘치이카와(먼작귀)’는 일본 일러스트레이터 나가노가 2020년 X에 연재하기 시작한 만화에서 탄생했다. 제목은 일본어로 ‘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을 뜻하는 표현을 줄인 말로 국내에서는 ‘먼작귀’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세 친구가 있다. 하얗고 동그란 주인공 치이카와는 겁이 많고 자주 울지만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다. 고양이를 닮은 하치와레(한국판 ‘가르마’)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말이 서툰 치이카와를 대신해 이야기해주거나 어려운 순간마다 힘이 되어준다. 노란 토끼 우사기(한국판 ‘토끼’)는 ‘우라’, ‘야하’ 같은 독특한 소리를 내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준다.

언뜻 보면 세 친구가 맛있는 것을 먹고 놀러 다니는 평화로운 캐릭터물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먹고살기 위한 현실이다.

● 자격증 따고 일하는 귀여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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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뽑기 자격증 3급(?)을 보여주는 우사기

치이카와(먼작귀)의 세계에는 노동이 존재한다. 캐릭터들은 풀을 뽑거나 야간 채집을 하며 돈을 벌고 때로는 위험한 몬스터를 상대하는 ‘토벌’ 업무에도 나선다. 더 많은 보수를 받기 위해 ‘풀 뽑기 검정’과 같은 자격증 시험까지 준비한다. 말 그대로 자격증 따고 일하는 귀여미들이다.

더 현실적인 것은 세 친구의 출발선부터 같지 않다는 점이다. 치이카와는 ‘무챠우마 요구르트 집에 살자 캠페인’에 당첨돼 자신의 집을 가지고 있지만 하치와레는 동굴에서 생활한다. 같은 시험을 준비해도 누구는 합격하고 누구는 떨어진다. 같은 일을 하며 살아가도 주어진 환경이 다른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치와레는 동굴에서 살면서도 꾸준히 일하고 공부하며 친구들을 챙긴다. 치이카와는 자격증 시험에 떨어져 풀이 죽지만 다음 날이면 다시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시작한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속상한 순간이 있어도 다시 일을 하고 친구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누군가는 좋은 기회를 쉽게 얻고 누군가는 그렇지 못하다. 열심히 준비했다고 반드시 원하는 결과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현실을 치이카와(먼작귀)는 굳이 무겁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작고 동그란 캐릭터들의 하루 속에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 그런데 이 귀여운 세계, 생각보다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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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아노코

현실적인 노동만이 치이카와(먼작귀)를 독특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이 세계에는 ‘토벌’해야 하는 위험한 괴물들이 존재하고 캐릭터들은 일을 하러 나갔다가 다치거나 그저 길을 가다가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더욱 섬뜩한 것은 이 괴물들이 치이카와족과 완전히 동떨어진 존재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작품에는 치이카와족이 어느 순간 괴물처럼 변해버리는 모습도 등장한다. 평범하게 함께 살아가던 존재가 어느 날 토벌해야 하는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귀여운 캐릭터와 괴물 사이의 경계가 생각보다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세계관의 불안함은 더욱 커진다.

‘먹는 것’을 둘러싼 설정 역시 기묘하다. 치이카와(먼작귀)의 세계에는 음식을 사지 않아도 갑자기 먹거리가 솟아나는 ‘湧きドコロ’가 있다. 땅에 묻힌 밥솥에서 흰쌀밥이 계속 나오거나 된장국과 소프트아이스크림이 솟아나기도 한다. 캐릭터들은 이런 음식을 발견할 때마다 순수하게 기뻐한다.

하지만 일부 에피소드를 연결해 본 팬들 사이에서는 섬뜩한 해석이 나왔다. 치이카와족이 괴물에게 먹힌 것으로 보이는 장면 이후 말라 있던 ‘와키도코로(湧きドコロ)’에서 다시 음식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치이카와족의 희생이 곧 먹거리와 연결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등장한 것이다.

작품이 둘 사이의 인과관계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팬들 사이의 해석이다. 하지만 한 번 이 가능성을 떠올리고 나면 평범했던 장면도 다르게 보인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그 사실을 모르는 치이카와들은 눈앞에 나타난 음식을 보며 행복해한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맛있는 음식을 발견해 기뻐하는 장면이 동시에 서늘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 극장판에서 더욱 선명해진 ‘귀여움과 잔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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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 포스터 <롯데시네마>

이러한 치이카와(먼작귀)의 반전 매력은 첫 극장판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영화는 평소보다 100배 많은 보수를 준다는 토벌 임무를 발견한 치이카와 일행이 미지의 섬으로 떠나면서 시작한다. 높은 보수에 이끌려 일을 찾아 떠난다는 설정부터 치이카와(먼작귀) 특유의 현실적인 세계관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즐거운 여행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분위기는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특히 극장판은 공개 이후 귀여운 그림체와 대비되는 어두운 전개가 예상보다 강렬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단순한 캐릭터 애니메이션이나 어린이를 위한 힐링물이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는 생각보다 무겁고 충격적인 이야기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복수와 죽음, 죄책감처럼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소재가 등장하면서 치이카와(먼작귀) 특유의 ‘귀여운데 어딘가 서늘한’ 분위기가 극대화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은 치이카와(먼작귀)가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둥글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화면과 달리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오히려 귀여운 외형과 예상 밖의 어두운 서사 사이의 간극이 관객에게 더 큰 충격과 호기심을 만들어낸다.

● 귀여움은 입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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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ちいかわ』アニメ公式

그렇다면 왜 어른들은 치이카와(먼작귀)에 이렇게까지 빠지는 걸까. 물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귀여운 외모다. 실제로 치이카와샵에는 굿즈를 사기 위해 밤새 기다리는 팬들이 등장하고 키링과 피규어 등 관련 굿즈에 큰돈을 쓰는 소비자들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을 작품에 오래 머물게 만드는 것은 귀여움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치이카와와 친구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자격증을 준비한다. 누구는 자신의 집에서 살지만 누구는 동굴에서 지낸다. 열심히 노력해도 시험에 떨어질 수 있고 일을 하다가 위험한 존재와 마주칠 수도 있다. 때로는 친구와 헤어지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슬픔을 겪기도 한다.

그런 세계에서도 세 친구는 다시 일어나 하루를 살아간다. 치이카와는 울면서도 다시 도전하고 하치와레는 힘든 상황에서도 친구들을 챙긴다. 천방지축 우사기까지 셋이 모이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함께 놀며 별것 아닌 순간에도 크게 기뻐한다. 그래서 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에게 단순한 ‘귀여움’ 이상의 감정을 준다. 우리 역시 자격증 하나를 더 따기 위해 공부하고 일을 해서 돈을 벌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날도 있고 앞날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거나 사소한 즐거움을 발견하며 다시 하루를 살아간다.

치이카와와 친구들이 험한 세계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현실을 겹쳐 보는 동시에 ‘저 작은 애들이 또 열심히 살아가네’ 하며 기특해하는 마음이 생기는 이유다. 서로를 챙기는 우정과 작은 것에도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위로가 되기도 한다.

자격증도 따고 일도 하며 하루하루 먹고사는 귀여운 캐릭터들. 그런데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생각보다 서늘하고 불공평하다. 어쩌면 치이카와(먼작귀)의 진짜 매력은 바로 이 모순에 있다. 귀여움이 사람들을 작품 안으로 데려온다면 현실처럼 쉽지 않은 세계에서도 친구들과 함께 당차게 살아가고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는 모습이 어른들을 그 세계에 오래 머물게 만든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성신여대 이윤재]

#치이카와 #캐릭터 #극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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