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브랜드 이름을 들었을 때 동시에 떠오르는 제품이 있다.
토리든 하면 ‘다이브인 세럼’, 헤라 하면 ‘블랙 쿠션’, 메디큐브 하면 ‘AGE-R’처럼 브랜드와 특정 제품이 강하게 연결되는 경우다.
수십 개의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인데도 소비자의 기억 속에는 유독 하나의 제품이 먼저 자리 잡는다.
마케팅에서는 이처럼 브랜드를 대표하며 높은 인지도와 판매 성과를 만들어내는 핵심 제품을 흔히 ‘히어로 제품(Hero Product)’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히어로 제품의 역할은 단순히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에서 끝나지 않는다.
소비자가 처음 브랜드를 이해하게 만드는 입구가 되고, 그 제품에서 쌓인 신뢰가 다른 제품으로 이동하며, 때로는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까지 결정한다.
아모레퍼시픽이 2026년 9월 공개한 브랜드 매니저 칼럼에서 밝히기를, 뷰티 업계에서 하나의 히어로 제품을 중심으로 관련 제품군이 확장되는 구조를 ‘프랜차이즈’라고 설명한다.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확보한 하나의 제품에서 출발해 그 제품의 성공 요인을 다른 제품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즉 하나의 제품이 ‘점’이라면, 브랜드의 과제는 그 점을 어떻게 더 큰 제품군과 브랜드 경험으로 연결하느냐에 있다.
● 2,200만 병의 세럼이 ‘토리든’을 설명하는 방법
대표적인 사례가 토리든의 ‘다이브인 저분자 히알루론산 세럼’이다.
토리든이 2026년 6월 밝히기를, 다이브인 세럼의 누적 판매량은 2,200만 병을 기록했다. 또한 해당 제품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연속 올리브영 어워즈 에센스·세럼 부문에서 수상하며 토리든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2025년 올리브영 어워즈에서도 다이브인 세럼은 에센스·세럼 부문 1위를 기록했다.
하나의 세럼이 인기를 얻은 뒤 ‘다이브인’이라는 이름은 세럼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토너, 수딩크림, 마스크팩, 클렌징 제품 등으로 제품군이 확장됐고, 2025년 올리브영 어워즈에서는 다이브인 마스크 역시 마스크팩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소비자가 다이브인 세럼을 사용하면서 ‘토리든 = 수분’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면, 이후 출시되는 같은 라인의 제품 역시 완전히 처음 보는 제품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세럼에서 형성된 신뢰가 다른 제품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장은 브랜드 전체의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토리든에서 2026년 8월 밝히기를,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7% 증가한 1,811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해외 매출 비중도 62%까지 확대됐다.
물론 브랜드 성장 전체를 다이브인 세럼 하나의 효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표 제품이 국내에서 브랜드 신뢰를 형성한 뒤 다른 제품과 해외 시장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8년 동안 하나의 제품을 계속 새롭게 만드는 헤라
히어로 제품은 한번 성공한 제품을 그대로 오래 판매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헤라의 ‘블랙 쿠션’은 오히려 기존의 인지도를 유지하면서 제품을 계속 새롭게 만들어가는 사례에 가깝다.
아모레퍼시픽이 2026년 4월 밝히기를, 2017년 출시한 헤라 블랙 쿠션은 누적 판매량 1,400만 개를 기록했으며 8년 연속 No.1 쿠션 브랜드의 성과를 이어왔다.
블랙 쿠션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오랫동안 많이 팔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헤라는 기존 제품의 커버력과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포뮬러와 디자인을 계속 리뉴얼하고, 최근에는 소비자가 자신의 피부톤에 맞는 색상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블랙 쿠션 커스텀 매치’까지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에서 밝히기를, 해당 서비스에서는 블랙 쿠션을 130가지 색상으로 세분화해 제공한다.
즉 히어로 제품을 과거의 성공작으로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소비 경험을 붙이면서 계속 현재의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더 나아가 헤라는 기존 블랙 라인과는 다른 피부 표현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리플렉션’이라는 새로운 베이스 메이크업 축도 구축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를 두 라인이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소비자와 라이프스타일을 담당하는 ‘두 개의 성장축’으로 설명한다.
● 하나의 제품에서 ‘생태계’로, 메디큐브 AGE-R
히어로 제품이 확장되는 방식은 화장품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메디큐브의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AGE-R 역시 하나의 대표 제품군을 중심으로 소비자 경험을 넓혀가고 있다.
에이피알이 2026년 1월 밝히기를, 메디큐브 AGE-R 뷰티 디바이스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600만 대를 넘어섰다. 특히 회사는 ‘부스터 프로’를 중심으로 중주파, 고주파, 집속초음파 등 서로 다른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디바이스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더 흥미로운 점은 확장이 새로운 기기를 판매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AGE-R 디바이스와 메디큐브 스킨케어 제품을 함께 사용하는 구조를 만들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 기록과 홈케어 루틴까지 관리하도록 했다.
에이피알이 2026년 2월 밝히기를, AGE-R 전용 앱의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는 150만 건을 넘어섰다.
결국 소비자가 처음에는 하나의 뷰티 디바이스를 구매했더라도 이후 다른 디바이스와 스킨케어 제품, 앱 서비스까지 브랜드와의 접점이 확장될 수 있는 것이다. 히어로 제품 하나가 제품군 전체로 들어가는 입구 역할을 하는 셈이다.
● 히어로 제품의 진짜 역할은 ‘다음 제품’을 팔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브랜드가 하나의 제품에만 집중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하나의 히어로 제품에 브랜드의 매출과 인지도가 지나치게 의존하면 트렌드가 바뀌거나 경쟁 제품이 등장했을 때 브랜드 전체가 흔들릴 위험도 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 역시 최근 브랜드 전략을 설명하면서 “브랜드는 하나의 히어로 제품만으로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히어로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이 가지고 있는 성공 요인을 더 넓은 제품군과 브랜드 경험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토리든이 다이브인 세럼에서 수분 라인 전체로 확장하고, 헤라가 블랙 쿠션을 지속적으로 진화시키면서 새로운 베이스 메이크업 축을 만들고, 메디큐브가 하나의 디바이스에서 홈케어 생태계로 영역을 넓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브랜드가 고민해야 할 질문은 단순히 “어떤 제품을 가장 많이 팔 것인가?”가 아니다.
오히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를 단 하나의 제품으로 기억해야 한다면, 어떤 제품이어야 할까?” 그 이후에는 “그 제품을 좋아한 소비자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선택지가 넘쳐나는 뷰티 시장에서 모든 제품을 한꺼번에 기억시키기는 어렵다. 그러나, 단 하나의 강력한 제품이 브랜드를 처음 기억하게 만들고, 그 제품에서 만들어진 신뢰가 다른 카테고리까지 이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히어로 제품의 진짜 힘은 혼자서 브랜드를 먹여 살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브랜드의 다른 제품까지 믿어볼 이유를 만들어주는 데 있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한양대 이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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