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이언맨 대신 스파이더맨…왜 우리는 '완벽한 영웅'보다 현실적인 히어로를 선택할까

경북대
임승연 경북대 · 프렌즈 1기
2026.08.05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소니픽쳐스>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

스파이더맨을 상징하는 이 한 문장은 2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변한 것은 영웅이 아니라, 영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완벽한 능력을 가진 아이언맨보다 실패하고 성장하는 피터 파커에게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시대. 최근 개봉한 스파이더맨 신작이 유독 호평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왜 우리는 이제 완벽한 영웅보다,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는 영웅을 더 응원하게 됐을까.

<영웅의 홀로서기, 결과는 역대급 흥행이었다.>

스파이더맨 신작이 개봉과 동시에 흥행과 호평을 모두 얻고 있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이하 스파이더맨 4)'가 '어벤져스: 앤드게임'(2019)을 꺾고 7년 만에 개봉 첫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1위 달성 쾌거를 이룩했다. 한국에서도 흥행은 이어졌다. 개봉 7일째인 4일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빨리 관객 400만명을 돌파했다.

실 관람객과 평단의 반응도 뜨겁다.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는 IMDb 평점 8.2점을 기록하며 평론가 90%, 관객 98%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실 관람객 평점 9.04점을 기록하며 호평이 이어졌다. '고맙다 스파이더맨 mcu를 지켜줘서 (네이버/crus****)', '혼자 이리저리 구르면서도 성숙하게 누군가를 위로할 줄 아는 어른 스파이더맨이 너무 반갑다. (네이버/seoj****)' 등 SNS 관람객 평가 역시 뜨거웠다.

스파이더맨 4의 흥행은 무엇보다 수년째 이어졌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 부진을 깼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 만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틸컷 <소니픽쳐스>

<마블은 왜 예전 같지 않을까>

"사람들에게 마블 콘텐츠는 오락이라기보다 숙제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CNBC)

마블은 2015~2020년 10억 달러 이상 흥행작을 잇달아 배출하며 전성기를 누렸지만,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흥행세가 급격히 꺾였다.

가장 큰 이유는 '높아진 진입장벽'이다. 시리즈 전체를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캐릭터, 복잡한 세계관이 신규 관객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MCU를 디즈니+기반의 드라마와 스핀 오프 시리즈로 넓히면서 '보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되는' 구조가 된 것도 한몫했다. 팬들의 피로감도 커졌다. 2023년 팬 커뮤니티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7%가 '프랜차이즈 피로감'을 호소했다.

케빈 파이기 사장조차 지나친 콘텐츠 확장의 부작용을 인정할 만큼 마블의 '위기론'은 한동안 업계 안팎에서 이어졌다. 잇따른 흥행 부진과 서사적 피로감 속에서 MCU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은 건 아이러니하게도 슈트를 입고 세상을 구하는 화려한 히어로가 아니라, '우리의 친절한 이웃' 피터 파커였다.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틸컷 <소니픽쳐스>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 달랐던 이유>

아이언맨은 슈트를 입으면 세상을 구한다. 부와 기술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영웅이다. 그러나 스파이더맨은 슈트를 벗고도 학업과 아르바이트, 인간관계 사이에서 매일을 버틴다.

흥행 분석업체 이넥트인사이트의 그렉 더 킨 대표는 이 영화가 다룬 외로움과 관계 회복이라는 주제가 특히 미국 젊은 세대 관객들의 공감을 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스파이더맨 4에서는 이야기가 다시 피터 파커에게 집중됐다. 피터의 외로움과 상처, 책임감, 그리고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삶에 상당한 비중을 둔 것이다.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을 지켜주는 영웅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해외 반응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멀티버스의 피로에서 벗어났다", "현실적인 스파이더맨 이야기로 돌아왔다"라는 평가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MCU 세계관은 한동안 너무 먼 곳에 있었다. 사람들이 우주에서 행성의 운명을 다투는 히어로의 모습보다, 평범하게 살아가며 뉴욕을 지키는 청년의 고군분투에 더 깊게 공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왜 우리는 '성장하는 영웅'을 응원할까>

"완벽한 히어로에서 현실적인 히어로로."

스파이더맨의 흥행은 단순히 한 편의 영화가 성공한 데 그치지 않는다. 최근 대중문화에서 나타나는 '영웅 상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흥행한 콘텐츠에서도 실패와 성장의 서사는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은퇴 선수들의 재도전을 그린 '최강 야구'나 청춘들의 성장을 담은 '슬램덩크 더 퍼스트'가 대표적이다.

여러 평론에서도 스파이더맨을 '가장 인간적인 히어로'라고 평가한다. 천재 CEO도, 신적 존재도 아닌 평범한 학생으로서 학업과 인간관계, 생계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다른 마블 히어로와 구별되는 가장 큰 차별점이라는 것이다.

스파이더맨은 '친절한 이웃'이다. 등록금과 월세와 같은 현실적인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청춘이라는 점에서 그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사람들이 원하는 영웅은 달라졌다. 더 이상 완벽해서 동경하는 존재가 아니라, 실패하고 흔들리면서도 끝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스파이더맨이 지금도 가장 사랑받는 히어로인 이유는, 어쩌면 그가 우리와 가장 닮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경북대 임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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