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 SNS를 뜨겁게 달구는 '워터밤'의 시작
워터밤은 EDM·힙합·퍼포먼스를 중심으로 물놀이와 공연을 함께 즐기는 행사이다. 관객이 무대 위 공연을 관람하는 데 그치는 일반적인 음악 축제와 달리, 관객과 아티스트가 팀을 나눠 물총을 쏘고 무대에서는 대형 워터캐논이 물을 뿜는 등 관객이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워터밤의 시작은 2015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이었다. 당시 주최사 VU ENT는 기존 국내 음악 페스티벌과 차별화된 형태의 행사를 만들기 위해 음악과 물싸움을 결합했다. 2015년 행사 개최를 알린 당시 보도에서는 워터밤을 "관객과 아티스트가 팀을 이루어 물싸움을 벌이고, EDM 공연과 특수효과, 퍼레이드 등을 함께 즐기는 워터 버라이어티 뮤직 페스티벌"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티켓 판매 당시에도 주요 프로그램은 두 팀의 아티스트가 라이브 공연과 배틀을 벌이고 관객이 직접 물싸움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소개됐다.
새로운 방식의 행사는 당시 변화하던 음악 페스티벌 시장과도 맞물렸다. 워터밤 관계자는 2025년 인터뷰에서 2015년 축제를 기획할 당시 힙합과 EDM이 인기를 얻고 있었고, 단순히 공연을 보는 것보다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성인들이 즐기는 풀파티와 음악 페스티벌을 결합하자는 발상이 현재 워터밤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초기 워터밤은 힙합과 EDM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2016년 두 번째 행사에는 제시, 로꼬, 사이먼 도미닉, 그레이 등 당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던 힙합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같은 해 워터밤에는 2만5천 명 이상이 모이면서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여름 음악 페스티벌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 음악 페스티벌들이 비슷한 라인업으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물싸움과 공연을 결합한 '경험' 자체를 차별점으로 내세운 전략이 주목받았다.
워터밤의 규모가 본격적으로 확대된 것은 2018년부터다. 서울에서만 개최되던 행사가 부산까지 확대되면서 처음으로 다른 지역에서 열렸고, 이후 국내 여러 도시를 순회하는 형태로 성장했다. 이런 과정에서 초기 힙합·EDM·DJ 중심이던 출연진도 점차 K팝 아티스트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넓어졌다.
코로나19로 대규모 공연이 어려워지면서 워터밤 역시 2020년과 2021년에는 열리지 못했지만, 2022년 다시 개최되면서 여름 축제로 복귀했다. 이후 국내 여러 도시에서 행사를 이어가는 동시에 해외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2023년에는 일본에서도 워터밤이 개최돼 나고야와 도쿄 등에 K팝 아티스트들이 출연했고, 이후 해외 개최지가 더욱 확대됐다.
현재 워터밤은 K팝·힙합·EDM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물놀이와 함께 즐기는 대표적인 여름 음악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카리나, 라이즈, 지코, 로꼬, 이영지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2023년 권은비의 '워터밤 여신' 열풍과 2026년 비비의 퍼포먼스 논란
워터밤은 물을 맞으며 공연을 즐긴다는 특성상 일반 음악 축제보다 가볍고 노출이 있는 의상이 자연스럽게 등장해 왔다. 제시, 현아, 선미, 이민혁, 백호, 박재범 등 여러 아티스트들의 상의 탈의, 노출 의상 등이 매년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문제는 이러한 모습이 단순히 현장 공연의 일부로 소비되는 것을 넘어 특정 신체 부위나 노출 장면을 강조한 사진과 짧은 영상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반복적으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특히 워터밤을 둘러싼 화제성이 크게 부각된 계기 가운데 하나로 2023년 권은비의 무대를 들 수 있다. 당시 권은비가 워터밤에서 선보인 공연 영상과 사진이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워터밤 여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는 일시적인 화제에 그치지 않았다. 이후 권은비의 기존 곡이 다시 주목받고 방송과 광고 출연이 늘어날 정도로 워터밤이 가수의 대중적 인지도를 크게 끌어올리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실제로 언론에서도 이후 권은비를 반복적으로 '워터밤의 여신'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의 이면에서는 가수의 음악보다 신체와 노출을 중심으로 소비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타났다. 워터밤 이후 권은비와 관련된 성희롱성 게시물과 악의적 콘텐츠가 온라인 커뮤니티, SNS, 유튜브 등에 확산되자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는 2023년 8월 이를 직접 문제 삼았다. 소속사는 성희롱과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등에 해당하는 게시물을 다수 확인했다며 증거를 수집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워터밤의 노출 문제가 본격적인 '선정성 논란'으로 다시 떠오른 것은 2026년 7월 25일 열린 워터밤 서울에서 비비가 선보인 무대였다. 비비는 공연 중 물에 젖은 점프수트의 지퍼를 내려 안에 입고 있던 비키니 상의를 드러낸 뒤, 상의를 벗은 남성 댄서들과 함께 수위 높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공연 직후 워터밤 공식 SNS 등에 영상이 올라오면서 장면이 빠르게 확산됐고, 여러 언론이 이를 '선정성 논란'으로 보도했다.
비비는 앞서 2022년 워터밤에서도 의상 사고로 큰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당시 공연 도중 비키니 끈이 풀리는 상황이 발생했고 매니저가 무대에 올라 이를 다시 묶어줬다. 신체 노출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당시 영상 역시 온라인에서 크게 확산됐다. 2026년 선정성 논란이 발생하면서 이 영상까지 다시 주목받았다.
이처럼 워터밤에서는 공연 전체보다 몇 초 길이의 노출 장면이나 특정 사진이 별도의 콘텐츠처럼 소비되는 현상이 반복된다. 결국 워터밤을 둘러싼 선정성 문제는 출연자가 어떤 옷을 입는가의 문제만이 아니라, 해당 장면이 직캠과 쇼츠·릴스·커뮤니티 게시물 등을 통해 공연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재확산된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성인 축제라 괜찮다" vs "SNS에서는 미성년자들도 워터밤과 관련된 콘텐츠를 접한다"
선정성 논란에 대한 반응은 뚜렷하게 엇갈렸다. 비판하는 누리꾼들은 2026년 비비의 공연을 두고 퍼포먼스가 지나치게 노골적이라는 반응을 보였으며, 특히 행사 자체가 성인 대상이라 하더라도 공식 SNS에 영상을 공개하면 미성년자가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접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다만 새로운 법으로 워터밤 공연 자체를 금지하자는 의견보다는 선정적인 공연 영상의 SNS 노출 제한, 연령 확인이나 성인 콘텐츠 표시, 공식 계정의 영상 업로드 수위 조정 등 온라인 유통 단계에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다수다. 실제 워터밤 서울 2026은 현장 관람 자체는 19세 이상을 대상으로 운영된 것으로 안내됐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미성년자를 제한하면서 온라인에서는 동일한 장면을 사실상 누구나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반면 워터밤의 성격 자체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워터밤은 성인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이고, 물놀이와 여름 공연이라는 특성상 수영복이나 노출 의상이 등장하는 것을 일반적인 공연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026년 논란 당시에도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 "워터밤의 콘셉트에 어울리는 공연"이라는 반응이 함께 나왔다.
선정성에 이어 제기된 환경 우려…물 사용과 버려진 물총을 두고 엇갈린 시선
선정성 논란과 함께 가뭄 속 "물을 쏟아붓는 축제"라며 막대한 양의 물 소비도 문제로 지적됐다. 워터밤은 관객들이 물총을 사용하고 무대에서도 대형 워터캐논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물을 뿌리는 행사인 만큼 상당량의 물이 필요하다. 평상시에는 여름철 축제의 특성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가뭄이 심해지면서 '즐거움을 위해 많은 물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해당 논란이 크게 확산된 시점은 2022년이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가뭄이 이어지고 농업용수 부족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배우 이엘이 SNS에 워터밤에서 사용하는 물을 소양강에 뿌려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면서 워터밤의 물 사용량이 사회적인 화제가 됐다.
논쟁은 단순히 물의 양을 두고만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한쪽에서는 축제에 사용하는 물 역시 비용을 지불하고 공급받는 것이며, 수영장이나 워터파크처럼 다른 여가 시설에서도 많은 물을 사용하는 만큼 워터밤만 문제 삼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가뭄으로 농가와 지역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합법적인 사용인지 여부를 넘어 물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행사의 사회적 적절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반론이 나왔다. 즉, 물 사용의 '불법 여부'보다는 기후와 지역 상황을 고려한 축제 운영이 필요한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 것이다.
해당 문제는 이듬해 실제 공연 취소로까지 이어졌다. 2023년 7월 8일 개최 예정이던 '워터밤 광주 2023'은 행사 열흘 전 취소됐다. 광주는 당시까지 장기간 심각한 가뭄을 겪었고 시민들도 절수 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주최 측은 장맛비가 예상되더라도 가뭄이 충분히 해소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공연을 취소하고 절수 운동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연을 취소한 뒤에도 비판은 남았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광주가 오랜 기간 물 부족을 겪고 있었는데 왜 애초에 물을 대량 사용하는 축제를 기획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광주의 주요 상수원 저수율이 크게 떨어져 제한급수까지 우려됐던 상황이었던 만큼, 축제 기획 단계에서 지역의 물 사정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논란의 범위가 물 사용에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워터밤 참가자들이 사용하는 물총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있어 행사 이후 한꺼번에 버려질 경우 상당한 폐기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문제는 2025년 워터밤 서울이 끝난 직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워터밤 서울 2025 이후 형형색색의 물총이 한 장소에 대량으로 쌓여 있는 사진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다. 사진을 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물총이 이렇게 많느냐", "물뿐 아니라 플라스틱까지 낭비한다"는 취지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워터밤 측도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에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플라스틱아크와 협업해 이전 행사에서 사용된 물총을 분쇄한 뒤 키링과 군번줄 등 새로운 제품으로 제작해 판매했다. 2025년에는 행사 후 수거된 물총 약 1,500개를 장난감 재활용 단체 트루에 전달했다. 사용할 수 있는 물총은 다시 쓰고, 나머지는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향후 워터밤 포토존 등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러한 재활용 활동만으로 환경 문제가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총을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더라도 축제에서 많은 양의 플라스틱이 소비되는 구조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에 단순히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데서 나아가 물총을 여러 차례 사용할 수 있도록 회수하거나 재사용하는 방식 등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이는 방안도 함께 요구되고 있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숙명여대 윤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