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비싸면 고민하지만 5천 원이면 사본다: 다이소가 바꾼 화장품 구매법

한양대
이연호 한양대 · 프렌즈 1기
2026.08.09
다이소 화장품 코너
직접 촬영

생활용품을 사러 방문한 다이소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이 있다. 바로 화장품 코너다. 기자 역시 평소 다이소를 자주 찾지만, 화장품 코너만큼은 지나치지 않고 둘러보는 편이다. 처음 보는 립 제품의 색상을 살펴보고, SNS에서 본 제품이 입고됐는지 확인하다 보면 어느새 몇 개의 상품을 손에 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구매를 결정하는 속도다. 다른 뷰티 매장에서 2~3만 원대 화장품을 구매할 때에는 리뷰를 검색하고 이미 가지고 있는 제품과 비교하며 고민한다. 그러나 다이소에서는 "이 가격이면 한번 써볼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부담이 크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생활용품점의 한쪽 코너에 불과했던 다이소 뷰티는 이제 사람들이 일부러 신제품을 찾아 나서는 하나의 화장품 유통 채널로 성장하고 있다. 다이소 화장품은 소비자의 화장품 구매 방식을 어떻게 바꿔놓은 것일까.

[생활용품점에서 뷰티 플랫폼으로] 이제는 화장품을 사러 다이소에 간다.

다이소의 화장품 코너가 커졌다는 느낌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다이소 화장품 매출은 2023년 전년 대비 약 85%, 2024년에는 약 144% 증가했다. 2026년 초 기준 판매되는 뷰티 상품은 약 1,400종, 입점 브랜드는 약 140개까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을 채우는 브랜드의 이름도 달라졌다. VT코스메틱의 '리들샷'을 시작으로 에뛰드, 정샘물 등 이미 소비자에게 익숙한 뷰티 브랜드들이 다이소 전용 상품과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올해 1월 출시된 '줌 바이 정샘물'은 출시 직후 여러 제품이 품절될 정도로 관심을 모았고, 이후에도 재입고 행사가 이어졌다.

'생활용품을 사다가 화장품도 하나 집는 곳'에서 '어떤 신상 화장품이 나왔는지 찾아보는 곳'으로 다이소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다이소 화장품 매대
직접 촬영

[5천 원이 낮춘 실패의 비용] "별로여도 이 정도면 괜찮아."

다이소 화장품의 가장 직관적인 경쟁력은 가격이다. 다이소는 500원부터 5,000원까지 정해진 균일가 체계를 적용하며 화장품 역시 5,000원을 넘지 않는 가격대로 판매해왔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이 만드는 효과는 단순히 돈을 적게 쓸 수 있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제품을 선택했을 때 발생하는 '실패의 부담'까지 낮춘다.

립 제품 하나를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가격이 3만 원이라면 이미 가지고 있는 색상과 비슷하지 않은지, 나에게 어울리는 색인지, 지속력은 좋은지까지 따져보게 된다. 하지만 가격이 3천 원이라면 판단 기준이 달라진다. 평소 선택하지 않았던 색상이어도, 처음 보는 브랜드여도 "한번 써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구매로 이어지기 쉬워진다.

기자의 실제 다이소 이용 경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꼭 필요한 화장품을 정해두고 방문하지 않았음에도 처음 보는 제품이나 새로운 색상을 발견하면 가격을 확인한 뒤 구매를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2~3만 원짜리 화장품에서는 '실패하지 않을 제품'을 찾았다면, 몇 천 원짜리 화장품에서는 '새롭게 경험해볼 제품'을 찾게 되는 것이다.

다이소가 낮춘 것은 화장품의 가격만이 아니라 새로운 화장품을 경험하기 위해 소비자가 넘어야 하는 심리적인 구매 장벽일 수 있다.

[하나를 고르는 대신 여러 개를 경험한다.] 저가격이 만든 '테스트 소비'

구매 부담이 낮아지면서 소비 방식도 달라진다.

3만 원이라는 예산이 있다면 하나의 제품을 신중하게 고르는 대신 다이소에서는 립, 블러셔, 스킨케어 등 서로 다른 카테고리의 제품을 여러 개 구매해볼 수 있다. 같은 립 제품에서도 평소 사용하지 않았던 색상을 함께 고르거나, 궁금했던 성분의 스킨케어 제품을 부담 없이 추가할 수도 있다.

다이소에서 VT의 리들샷이 대표적인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은 것도 이러한 소비 방식과 연결해 생각해볼 수 있다. 2025년 상반기 다이소몰 결산에서 'VT 리들샷 100 페이셜 부스팅 퍼스트 앰플'은 뷰티 카테고리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본품을 구매하기 전 소용량 제품으로 제품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 역시 다이소 뷰티가 제공하는 특징 중 하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이소가 일종의 '뷰티 체험판' 시장이 되는 셈이다. 제품 하나를 오래 고민해서 구매하기보다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과 소용량 상품은 해당 브랜드를 사용해보지 않은 소비자가 첫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입구가 된다. 결국 다이소의 저가격 전략은 단순한 할인 판매를 넘어 새로운 제품과 소비자가 처음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다이소 뷰티 상품
직접 촬영

['다이소 화장품'이라는 브랜드] 가격만 보고 집는 시대를 넘어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렴한 화장품은 품질에 대한 의심과 쉽게 연결되곤 했다. 그러나 최근 다이소 화장품 매대에서는 이미 다른 유통 채널에서 이름을 알린 브랜드와 유명 뷰티 전문가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기존 브랜드가 다이소 전용 상품을 단순히 한두 개 내놓는 것을 넘어, 별도의 브랜드와 제품군을 기획하는 사례가 등장했다. 올해 출시된 '줌 바이 정샘물'의 경우 쿠션과 파운데이션, 메이크업 픽서 등 다양한 메이크업 제품으로 구성됐으며, 2026년 상반기 다이소몰에서 '프렙스킨패드'가 신상 천원템 TOP3에, '메이크업 픽서'가 올해 출시 상품 가운데 후기가 가장 많이 쌓인 '리뷰 인증템 TOP3'에 포함됐다.

이는 소비자가 다이소를 단순히 이름 모를 저가 화장품을 판매하는 곳으로만 바라보지 않게 만드는 요소다. 익숙한 브랜드의 이름과 전문성을 저렴한 가격에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새로운 구매 이유가 된 것이다.

동시에 브랜드 입장에서는 중요한 숙제도 생긴다. 가격이 낮아졌다고 해서 소비자가 제품에 기대하는 수준까지 함께 낮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비자는 "5천 원인데 생각보다 좋다."는 소위 '가심비' 경험을 기대한다. 저가격 자체보다 가격을 뛰어넘는 만족감을 주는 것이 브랜드에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첫 구매는 가격, 두 번째 구매는 제품력] 다이소 뷰티의 다음 과제

다이소 화장품 코너를 둘러보다 보면 "이 가격이면 사볼 만하다."는 생각이 구매를 이끄는 순간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낮은 가격은 새로운 색상과 제형, 브랜드를 시험할 이유를 만들어주고, 화장품 구매에서 실패할지 모른다는 부담을 줄여준다.

하지만 소비자를 한 번 구매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제품을 다시 구매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호기심으로 구매한 제품이 실제 사용에서도 만족을 주지 못한다면 소비자는 다른 로드샵 제품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첫 구매의 이유가 가격이라면, 재구매의 이유는 결국 제품이어야 한다.

다이소 뷰티가 앞으로도 하나의 화장품 유통 채널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싸니까 사는 화장품'을 넘어 '다이소에 가면 이 제품을 사야 한다.'고 떠올릴 수 있는 상품을 얼마나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

5천 원은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데 성공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다시 다이소의 화장품 코너를 찾게 만들 이유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한양대 이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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