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中 트립닷컴, 한국 여행앱 1위 오른 이유

광운대
장고은 광운대 · 프렌즈 1기
2026.08.09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여행 플랫폼을 떠올리면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먼저 언급됐다. 그러나 최근 여행 앱 시장의 선두가 바뀌었다. 중국계 온라인 여행사 OTA인 트립닷컴이 국내 종합여행 앱 이용자 수 1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주요 여행 앱 MAU 비교
[주요 여행 앱 MAU 비교] <출처=모바일인덱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2026년 7월 트립닷컴의 월간활성이용자수 MAU는 554만 명으로 NOL 545만 명과 여기어때 441만 명을 모두 넘어섰다. 2021년 6월만 해도 트립닷컴 이용자는 약 19만5000명에 불과했다. 당시 야놀자 이용자가 348만 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약 5년 만에 18배에 가까웠던 격차를 뒤집은 셈이다.

저가 항공권이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트립닷컴의 성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요인은 가격 경쟁력이다. 트립닷컴은 일본 편도 7000원, 칭다오 편도 1만7000원 등 파격적인 특가 항공권을 내세우며 이용자를 빠르게 끌어들였다.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항공권 가격을 비교하는 소비자에게 이 같은 전략은 강한 유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해외 항공권 판매는 트립닷컴 성장의 핵심 축이 됐다. 트립닷컴의 국내 항공권 BSP 발권액은 2022년 729억원에서 지난해 4936억원으로 3년 만에 6.8배 늘었다. 단순히 싸게 파는 데 그치지 않고, 항공권을 플랫폼 유입의 입구로 활용한 점이 주효했던 것이다.

비교에서 예약까지 한 번에 묶었다

트립닷컴 로고
트립닷컴 로고 <AI 생성 이미지>

트립닷컴은 저렴한 항공권으로 유입된 소비자가 숙박과 교통, 관광상품까지 함께 예약하도록 설계했다. 항공권만 검색하러 들어온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다른 상품까지 둘러보게 만드는 구조다. 이는 단순한 항공권 판매 앱이 아니라 종합 여행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여기에 2016년 인수한 항공권 가격 비교 서비스 스카이스캐너와의 시너지 효과도 더해졌다. 스카이스캐너 이용자 중 트립닷컴을 사용한 비율은 지난해 6월 27.49퍼센트에서 올해 51.79퍼센트로 높아졌다. 비교 서비스와 예약 플랫폼을 연결해 이용자의 이동 경로를 자사 안으로 끌어온 셈이다.

광고 공세와 현지화가 성장에 불을 붙였다

트립닷컴 TV광고 노출 수
[트립닷컴 TV광고 노출 수] <출처=아이지에이웍스 TV애드 인덱스>

트립닷컴의 급성장은 가격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공격적인 마케팅도 크게 작용했다. 트립닷컴은 2024년 이후 한국 시장에서 광고를 대폭 늘렸고, 여행업종 TV 광고 점유율은 2024년 상반기 13퍼센트에서 2025년 상반기 37퍼센트로 뛰었다.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되는 시점에 맞춰 대규모 광고를 집행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린 것이다.

현지화 전략도 한국 소비자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글로벌 플랫폼이지만 원화 결제를 지원하고, 국내 카드뿐 아니라 네이버페이까지 연결해 해외 플랫폼 특유의 결제 불편을 줄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외국계 플랫폼이라기보다 익숙한 국내 앱처럼 사용할 수 있었고, 이는 반복 이용으로 이어졌다.

한국 소비자는 국적보다 편리함을 택했다

트립닷컴의 사례는 소비자가 플랫폼의 국적보다 가격과 편의성을 더 중시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비교 목적으로 들어온 이용자라도 가격이 저렴하고 결제가 편리하며 원하는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면 계속 같은 앱을 쓰게 된다.

결국 트립닷컴은 저렴한 항공권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광고로 존재감을 키운 뒤, 한국식 결제 환경과 다양한 상품 구성을 통해 이용을 습관으로 만들었다. 한국 소비자가 트립닷컴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빠른 성장 뒤에 남은 과제

다만 성장의 이면도 분명하다. 트립닷컴의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소비자 분쟁과 규제 형평성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7월까지 해외 OTA 7곳을 대상으로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 가운데 트립닷컴은 1266건으로 아고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항공권 취소나 환불 과정에서 책임 주체가 복잡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OTA는 가격 표시부터 환불, 개인정보보호까지 국내 규제를 직접 적용받지만, 해외 OTA는 실제 거래 규모와 책임 주체를 파악하기 어렵고 제재에도 시간이 걸린다. 이용자 수 1위에 오른 플랫폼이라면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그에 걸맞은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트립닷컴은 가격과 편의성을 앞세워 한국 여행앱 시장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 자리를 오래 지키게 만드는 힘은 결국 신뢰다. 한국 소비자가 트립닷컴을 선택한 이유가 편리함이었다면, 앞으로도 선택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책임 있는 서비스일 것이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광운대 장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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