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하루는 다양한 구독 서비스로 채워져 있다. 아침에는 음악 스트리밍으로 시작하고, 과제 중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다. 점심은 배달 앱으로 주문하며, 저녁에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콘텐츠를 즐긴다. 서로 다른 서비스지만 결제 방식은 한 가지다. 매달 자동으로 일정 금액이 빠져나가는 '구독'이다.
● 하나 둘 늘어난 구독, 어느새 고정비로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8%가 구독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장 많이 이용한 구독 서비스는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60.8%에 달했고, 이어 쇼핑 멤버십(52.4%), 인터넷·TV 결합상품(45.8%), 음원 및 도서(35.5%) 순이었다.
또한, 현재 이용 중인 구독 서비스 수는 3~4개라는 응답이 39.8%로 가장 많았으며, 5개 이상 이용한다는 비율도 26.3%에 달했다. 월평균 구독 지출액은 3만 원 미만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한 달에 15만 원 이상을 지출하는 소비자도 14.9%에 이르렀다.
이처럼 소액 구독료가 여러 개 쌓이며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문제는 편리함을 위해 시작한 구독이 어느새 고정비로 자리잡아, 결제 알림을 보고서야 '아직도 이 서비스 구독 중이었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통장 한 편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시대
구독경제는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소비 방식이다. 과거에는 음반이나 DVD를 직접 구매해 소유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초기 비용 부담 없이 원하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바로 이용하는 경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의 기준이 '소유'에서 '경험'으로 이동한 것이다. 음반 한 장을 소유하는 것보다 다양한 음악을 자유롭게 듣는 경험이, DVD 한 편을 소유하는 것보다 원하는 시간에 여러 영상 콘텐츠를 선택해 보는 경험이 더욱 중요해졌다. 소비자는 큰 금액을 한 번에 지불하지 않아도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으며, 기업 역시 이용자를 장기간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한다. 이처럼 구독경제는 편리함과 경험 중시라는 시대적 소비 흐름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해왔다.
● '한 달에 9,900원인데'라는 착각
구독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월 9,900원이라는 부담 없는 이용료다. 연간 11만 8,800원이라는 금액도 월 단위로 나누면 작은 부담처럼 느껴져, 마치 커피 몇 잔 값처럼 쉽게 결제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OTT, 음원, 쇼핑·배달 멤버십, 클라우드, 생성형 AI 등 여러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면 월 지출은 빠르게 늘어난다. 예를 들어, 한 달에 5만 원을 쓴다면 연간 60만 원을 지출하는 셈으로, '한 달에 얼마 안 되는 비용'이라는 생각이 연간 단위로는 크게 달라진다. 또한, 구독료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데에는 자동결제도 한몫 한다. 가입 당시 결제만 선택하면 이후 별다른 조치 없이 요금이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사용량이 줄어도 '다음 달에는 쓸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해지를 미루다 보면, 어느 순간 서비스를 이용해서가 아니라 해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내게 된다.
● 익숙함 뒤에 찾아오는 '구독플레이션'
여기에 구독료 인상까지 더해진다. 구독 서비스는 가격이 올라도 쉽게 떠나기 어렵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 시청 기록과 재생 목록, 저장 문서, 포인트와 할인 혜택 등이 계속 쌓이기 때문이다.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려면 그동안 쌓인 기록을 포기하거나 새로운 사용 방식에 다시 적응해야 한다.
이처럼 구독료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구독플레이션'이라고 한다. 가격이 조금 오른다고 해서 곧바로 서비스를 해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익숙하게 사용하던 서비스인 만큼 며칠 고민하다가 결국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며 구독을 유지하기 쉽다. 처음에는 부담 없는 가격으로 시작했지만, 인상이 반복되면 구독의 장점이었던 저렴함도 점차 흐려진다. 구독 서비스가 쌓는 것은 콘텐츠와 기록만이 아니다. 이용자의 생활 습관까지 함께 쌓인다. 그래서 구독은 시작하는 것보다 그만두는 일이 더 어려워진다.
● 편리한 구독과 무심한 구독 사이
그렇다고 구독경제가 무조건 나쁜 소비 방식인 것은 아니다. 필요한 서비스를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고, 시간과 수고를 줄여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합리적인 소비가 될 수 있다. 다만 필요해서 유지하는 구독과 잊어버린 채 유지되는 구독은 분명히 다르다. 중요한 것은 구독 수를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에 얼마를 내고 있는지 알고, 그 서비스가 실제로 내 생활에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지난 한 달 동안 몇 번이나 이용했는지, 지금의 가격을 내면서도 계속 사용할 만큼 필요한지 주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구독 목록은 단순한 결제 내역이 아니다. 내가 영상과 음악, 공부와 편리함 중 어디에 시간과 돈을 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비 기록이기도 하다.
● 소비자가 스스로 점검할 때
구독경제는 소액으로 다양한 경험을 누릴 수 있게 해줬지만, 무심코 쌓이는 고정비와 자동결제가 만드는 지출 역시 함께 가져왔다. 그러니 다음 결제 알림이 왔을 때 "9,900원밖에 안 하니까"라고 넘기기 전에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지금 필요한 서비스에 돈을 내고 있는가? 아니면 해지를 미룬 대가를 매달 지불하고 있는가?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서울시립대학교 이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