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만원짜리가 1,500원?"... 초저가 해외직구가 무너뜨리는 국내 유통업

명지대
이수진 명지대 · 프렌즈 1기
2026.08.10
점점 증가하는 해외 초저가 직구 플랫폼 사용자 수
점점 증가하는 해외 초저가 직구 플랫폼 사용자 수

"국내 쇼핑몰에서 1만 원 넘게 팔던 소형 가전이 1,500원이라니?" 고물가 속 생활비를 아끼려는 수많은 소비자들이 요즘 알리와 테무로 몰리고 있다. 손가락 몇 번 움직였을 뿐인데 장바구니엔 생필품이 수두룩하게 담기고, 전부 합쳐도 배달 음식 한 번 시켜 먹는 값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압도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초저가의 유혹에 끌려 결제 버튼을 누르는 동안, 그 이면에서는 국내 유통 생태계와 골목상권이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1,000원짜리 상품의 비밀] 중간 유통 축소와 소액 면세의 결합

알리와 테무가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표를 붙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물건을 중간 유통 단계 없이 한국 소비자에게 바로 직배송하는 'C2M(Customer to Manufacturer)' 구조가 바탕에 있다. 여기에 저렴한 국제 우편 요금과 '150달러 이하 소액 물품에 적용되는 면세 혜택'이 결정적인 무기가 된다. 유통 혁신을 명목으로 내세운 이 구조는 사실 무역 제도의 빈틈을 타고 한국 시장을 무방비로 침투하는 거대한 통로가 되고 있다.

해외 직구 소액 면세 구조
소액 면세 제도를 이용한 해외 직구 구조

[위기의 국내 산업] 법 지키는 국내 상인만 손해 보는 시장

가장 결정적인 피해는 법을 준수하며 정직하게 영업해 온 국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게 돌아간다. 국내 유통·제조업체들은 제품 하나를 팔기 위해 깐깐한 KC인증 비용을 부담하고, 엄격한 안전 기준을 지키며 정당하게 세금을 낸다. 반면 해외 직구 플랫폼의 물품들은 소액 면세 제도라는 규제의 사각지대를 활용해 관세와 부가가치세는 물론 안전 검사 의무까지 모두 비켜간다. 공정한 경쟁의 법칙이 깨진 채, 법과 세금을 다 지키는 국내 업체만 제도적 불이익을 떠안고 내몰리는 셈이다.

해외 직구 확산에 따른 국내 유통업 위기
해외 직구 확산에 따른 국내 유통업 위기

[통상적 관점] 미국, EU는 '소액 면세 폐지'로 장벽 높이는데… 한국 정부의 대응은?

더 큰 문제는 이 현상이 국경을 넘어선 '글로벌 통상 전쟁'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과잉 생산 물량이 소액 면세의 빈틈을 타고 쏟아지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제품에 대한 면세 제도를 전면 폐지·축소하며 강력한 장벽을 세웠다. 반면 한국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국내 대리인 지정 같은 미봉책만 내놓을 뿐, 불평등한 소액 면세 구조를 바로잡을 근본적인 관세 장벽은 세우지 못해 자국 상인 보호에 나선 해외 주요국과 대비된다.

[방관은 답이 아니다] 소상공인을 지키는 제도적 결단이 필요한 때

1,000원짜리 초저가 직구가 주는 달콤함 뒤에는 폐업 위기와 국내 유통 생태계의 가파른 침체가 뒤따르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시장 자율이라는 미명 하에 상황을 방관하지 말고, 소액 면세 제도 재편과 공정한 과세 체계 구축에 즉각 나서야 한다. 소비자 역시 눈앞의 초저가 가격표 너머, 우리 산업과 경제가 치르고 있는 진짜 비용이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명지대 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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