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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 이제 안 봅니다"... SK하이닉스가 채용을 바꾼 이유

경북대
임승연 경북대 · 프렌즈 1기
2026.08.13
SK하이닉스, 왜 자소서를 없앴나
SK하이닉스, 왜 자소서를 없앴나

"성장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을 서술하시오." 취업준비생이라면 한 번쯤 써봤을 법한 자기소개서의 단골 질문이다. 그런데 이제 이 질문에 답할 필요가 없는 기업이 등장했다. SK하이닉스가 신입 채용에서 기존 자기소개서를 폐지했다.

<SK하이닉스, 왜 자소서를 없앴나>

SK하이닉스는 오는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신입사원 수시채용 서류 접수를 진행한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기존 자기소개서 항목을 폐지하고 지원자가 보유한 AI 활용 역량·반도체 직무 전문성을 자유롭게 기술하는 새로운 서식을 도입한다.

단순 스펙이나 형식적인 소개 대신, 실무에서 AI를 업무에 유연하게 적용하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는 잠재력을 서류 단계부터 정교하게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반나절 동안 지원자의 직무 역량을 검증하는 심층 면접도 새롭게 도입한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간 강조해온 AI 시대 인재상과 맞닿아 있다. 최 회장은 "AI 시대에는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새로운 시스템과 사회를 설계할 수 있는 인재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문제의 본질을 스스로 질문하고 사고하는 힘(생각 근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AI 시대에 필요한 '생각 근육(근원적 사고력)'을 갖춘 인재 선발을 위해 채용 전형을 대폭 개편한 것이다.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가 채용의 중심을 '서류'에서 '실제 역량'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다.

<그런데 왜 '자소서 폐지'일까?>

과거 자소서는 지원자의 경험과 생각을 글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평가 수단이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자기소개서 작성까지 대신하는 시대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잘 다듬어진 문장만으로는 지원자의 실제 역량을 평가하기가 오히려 까다로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누구나 AI를 활용해 짧은 시간 안에 완성도 높은 자기소개서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지원 편의성은 높아졌으나, 정작 '사람을 보는 채용'이 오히려 어려워진 것이다.

SK하이닉스 채용 관계자는 "스펙과 서류 평가에서 벗어나 지원자의 근원적 문제 해결 능력과 실전형 역량을 면밀히 검증할 수 있도록 채용 체계를 개편했다"며 "생각하는 힘을 갖춘 AI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육성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기술 리더십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자소서 대신 기업이 보려는 것
그렇다면, 자소서 대신 기업은 '무엇'을 보려 하나

<그렇다면, 자소서 대신 기업은 '무엇'을 보려 하나>

생성형 AI를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되면서 해외에서는 채용 과정에서 자소서를 보지 않는 기업도 이미 여럿 등장했다.

일본 정보기술(IT)·통신 기업인 소프트뱅크는 올해 1월 초 자기소개서 제출을 폐지했다. 일본 대형 제약회사 로토제약 역시 자기소개서 기반 서류전형을 폐지하고 지원자 전원 면접으로 선발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 흐름을 단순히 일부 해외 사례로만 보기는 어렵다. 누구나 AI를 활용해 유려한 문장을 단시간에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텍스트 뒤에 숨은 지원자의 진정한 역량을 가려내는 일은 과거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 많은 기업이 기존 서류 평가 방식의 효용성에 진지한 의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항공사 에어로케이가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자기소개서를 전면 폐지하고, '경험 포트폴리오' 방식으로 전형을 전환한 바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채용 과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부 선도 기업 사이에서는 채용 과정에서 AI 활용 능력을 직접 평가하거나 직무와 밀접한 실무 과제를 통해 문제 해결 방식을 살펴보는 시도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정량적 스펙이 증명해 온 독해·문서 작성 등의 능력을 AI가 상당 부분 대신할 수 있게 된 만큼, 취업 시장의 평가 기준이 '스펙'에서 '실제 수행 역량'으로 더욱 빠르게 옮겨갈 것으로 평가한다.

<그럼 우리는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자기소개서가 사라졌다고 해서 취업 준비가 쉬워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형화된 질문에 답하는 것보다 실제로 어떤 경험을 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했는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기업들이 소통 능력 등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서류 전형 비중은 줄고 면접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다.

AI를 단순히 활용하는 것을 넘어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그 결과를 자신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역량도 필요해졌다. 결국 앞으로의 취업 준비는 '무엇을 썼는가'보다 '무엇을 해봤는가'에 가까워질 전망이다.

자소서 한 장을 잘 쓰는 것보다, 자신의 경험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할 수 있는 사람. AI 시대 기업들이 찾는 인재의 모습도 결국 여기에 가까울 것이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경북대 임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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