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어라 마셔라"는 옛말... 20대가 술을 대하는 새로운 방식

서울시립대
이아진 서울시립대 · 프렌즈 1기
2026.08.15
20대 음주 문화 변화
달라진 20대의 음주 문화

금요일 밤 술자리보다 토요일 아침 러닝을 택한다. 술을 마시더라도 다음 날 일정에 지장이 가지 않을 만큼만 마신다. 한때 대학 생활에서 빠질 수 없었던 '부어라 마셔라'식 술자리가 20대에게 점점 낯선 풍경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대는 술과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대 가운데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월 1회 이하로 마시는 비율은 56%에 달한다. 절반이 넘는 20대가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셈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 술은 덜 마시면서도 하이볼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편의점에는 새로운 캔 하이볼과 논알코올 제품이 계속 등장한다. 술은 덜 마시는데 새로운 술은 계속 유행하는, 언뜻 모순적인 모습이다.

● 술 한잔보다 '내일'이 아깝다

20대가 술을 줄이는 이유를 단순히 건강에서만 찾기는 어렵다. 술값 뿐 아니라 술자리에서 보내는 시간과 다음 날 숙취까지 하나의 '비용'으로 여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운동과 자기관리, 취미와 자기계발에 시간을 쓰는 것이 익숙한 세대에게 술 때문에 다음 날 하루를 통째로 날리는 것은 그다지 매력적인 선택이 아니다.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를 넘어 시간 대비 만족도를 따지는 '시성비'가 중요해진 것과도 맞닿아 있다. 술자리에서 보내는 몇 시간 뿐 아니라 다음 날 떨어지는 컨디션까지 음주의 비용으로 계산하는 셈이다.

하이볼 인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하이볼

● 그런데 하이볼은 왜 이렇게 인기일까?

그렇다면 술을 덜 마시는 20대 사이에서 하이볼은 왜 인기를 끌고 있을까. 오픈서베이의 '주류 소비 트렌드 리포트 2024'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내 하이볼을 마셔본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30.9%였지만 20대에서는 36.8%로 더 높았다. 술 자체를 멀리한다면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하지만 하이볼을 '취하기 위한 술'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술'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주 여러 병을 나눠 마시기보다 원하는 맛의 하이볼 한두 잔을 즐긴다.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보다 무엇을 마셨는지, 누구와 어떤 분위기에서 마셨는지가 중요해진 것이다.

논알코올 시장 성장
커지는 무·논알코올 시장

● 술자리엔 가지만 술은 안 마신다

아예 알코올을 줄이거나 빼버린 시장도 커지고 있다. 국내 무·논알코올 맥주 시장은 2024년 704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과거에는 운전이나 건강상의 이유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대체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술자리의 분위기는 즐기되 취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라고 부른다. '술에 취하지 않은'이라는 뜻의 sober와 '호기심이 많은'이라는 뜻의 curious를 합친 단어로, 무조건 금주를 선언하는 대신 자신의 음주 습관을 돌아보고 필요에 따라 술을 마시지 않는 생활 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술을 못 마신다'와 '오늘은 마시지 않는다'의 차이다. 술자리에서 논알코올 맥주를 마실 수도 있고, 평소에는 마시지 않다가 원하는 술이 있을 때 한 잔을 즐길 수도 있다. 술을 마실지, 무엇을 얼마나 마실지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 '부어라 마셔라'가 사라진 자리

결국 20대의 음주 감소를 단순히 '요즘 20대는 술을 싫어한다'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하이볼과 논알코올의 인기는 오히려 이들이 술과 술자리 자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달라진 것은 술을 대하는 방식이다. 술자리에 왔다는 이유로 마셔야 하고, 마시기 시작하면 취할 때까지 마셔야 한다는 문화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만큼 즐기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

20대가 술잔을 완전히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다만 다음 날 하루를 포기하면서까지 술잔을 비우지 않을 뿐이다. 어쩌면 이들이 떠나고 있는 것은 술이 아니라, '취해야 즐겁다'고 여겼던 오래된 음주 문화인지도 모른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서울시립대 이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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