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신청 제한인원을 초과하였습니다." 대학생 임하은 씨(20)가 수강신청 버튼을 누른 지 몇 초 만에 화면에 뜬 문구이다. 다시 신청 버튼을 눌러보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한 학기 동안 듣고 싶었던 강의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순간이다.
이는 대학가에서 매 학기 반복되는 '수강신청 전쟁'의 모습이다. 학생들은 원하는 강의를 듣기 위해 수강신청 시작 시각에 맞춰 컴퓨터 앞에 앉고, 인터넷 속도를 확인하며, 수강신청에 성공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까지 찾는다. 그러나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올클(ALL CLEAR)'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이러한 수강신청 대란 현상으로 학생들이 인기 교양이나 전공 선택 과목뿐 아니라 전공 필수와 졸업에 필요한 과목까지 신청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등록금을 납부하고도 정작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 셈이다.
수강신청은 대학 생활에서 매 학기 반복되는 행정 절차지만 학생들에게는 학업 계획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어떤 강의를 수강하느냐에 따라 다음 학기의 시간표뿐 아니라 졸업 시기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수강신청 제도에서는 학생의 학업적 필요보다 '누가 더 빨리 클릭했는가'가 수강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수강신청 실패 문제는 오랫동안 대학생들의 불만으로 지적되어 왔다. 2018년 2학기 수강신청을 마친 대학생 370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29.5%가 수강신청에 실패해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한 수강신청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인기 수업에 수강 인원이 몰려서'가 52.8%로 가장 많았고, '수업 수강 정원 자체가 적어서'라는 응답도 39.6%에 달했다. '수강신청 시스템이 불안정해서'라는 응답도 26.4%를 차지했다. 이러한 수강신청 실패 문제가 심화되자 대부분의 대학에서 대가를 받고 수강신청을 대신해주는 '대리 수강신청' 문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물론 대학도 모든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강의실 수용 인원과 교수·강사 확보 문제, 강의의 질 등을 고려하면 인기 강의의 정원을 무한정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원하는 교육 서비스와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 사이의 간극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이러한 간극을 좁히기 위해 일부 대학에서는 선착순 방식의 대안으로 추첨제나 마일리지제 등을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세대학교의 '마일리지 수강신청 제도'는 학생이 원하는 과목에 마일리지를 배분하고, 해당 과목에 배정된 마일리지와 일정한 우선순위 기준에 따라 수강생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의 경쟁 정도를 고려해 마일리지를 전략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마일리지제는 학생이 자신의 수강 선호도를 직접 표현하고, 전공자나 졸업이 임박한 학생에게 일정한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한정된 강의 자원을 보다 합리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어떤 제도를 선택하더라도 모든 학생을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인기 강의의 정원보다 수요가 많은 이상 누군가는 수업을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빨랐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 수업을 더 필요로 하는지를 제도가 얼마나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느냐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연세대 전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