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같은 시장, 같은 날, 다른 값"... 청량리 청과물시장 3주 관찰기

동국대
이태민 동국대 · 프렌즈 1기
2026.08.19
6000원-1만 원대 수박
직접 촬영, 2026년 8월 6일 오후 4시 30분경 6000원-1만 원대 수박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6000원짜리 수박을 봤다. 조금 떨어진 매대에는 1만 원짜리가, 외곽 쪽 시장엔 상자에 담긴 것은 2만 원이 넘는 값이 붙어 있었다. 같은 시장, 같은 날이다.

가격 폭이 이만큼 넓다는 건 선택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고, 모르고 가면 실패하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7월 26일부터 8월 13일까지 3주간 세 차례 시장을 돌며 확인한 것들을 정리했다.

어디서 - 1출입구에서 3출입구까지

시장 초입 몇 개 점포만 보고 과일을 구매하는 것보단 시장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1출입구로 들어가 직진하면 2출입구를 지나 3출입구까지 이어진다. 이 구간에 점포가 가장 밀집해 있고, 취급 품목도 가장 다양하다. 같은 품목을 파는 점포가 나란히 붙어 있어 값과 상태를 비교하기 쉽다.

청량리 청과물시장 출입구 모음
직접 촬영, 청량리 청과물시장 출입구 모음

무엇을 - 같은 자두라고 같은 자두가 아니다

7월 26일 방문한 점포에서는 복숭아가 매대의 중심이었다. 백도와 황도, 천도복숭아가 종류별로 나뉘어 깔려 있었다. 팻말에는 품종명 대신 '딱딱이', '말랑이' 같은 표현이 적혀 있었다.

8월 6일에 돌아본 점포들에서는 왕자두, 피자두, 후무사왕추 등 자두가 상자 단위로 진열돼 있었고, 아오리 사과도 여러 점포에 나와 있었다.

한 상인은 자두도 종류마다 철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8월 중순 기준으로 후무사는 마무리 시즌이고, 이후에는 추희 자두가 수확철로 넘어간다고 했다. 매대에 자두가 깔려 있다고 해서 같은 자두가 계속 나오는 것은 아니다.

8월 13일에는 고랭지 찰토마토가 새로 들어와 한 점포의 매대 한 면을 차지했다. 일주일 전 같은 점포에서는 보이지 않던 품목이다. 자두는 8월 6일에 본 것보다 알이 굵었고, 백도도 큰 것들이 섞여 있었다.

3주간 매대 구성 변화
직접 촬영, 7월 26일, 8월 6일, 8월 13일 3주간 매대 구성

언제 - 계절도, 시간대도

3주간의 관찰을 정리하면 지금은 여름 과일이 끝물로 가고 가을 물량이 들어오는 구간이다. 참외와 수박은 마지막 시기이고, 사과와 포도는 이제 들어오는 중이다. 무엇을 살지 정하지 않고 갔다면 그 시기 매대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품목을 고르는 편이 실패가 적다.

하루 중 시간대도 다르다. 세 차례 방문은 모두 오후 4시부터 6시 30분 사이에 이뤄졌는데, 오후 6시를 전후해 점포 정리가 시작되면서 가격표를 다시 쓰는 사례가 여러 건 확인됐다. 상시적인 현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7월 26일 오후 6시 30분경 상인들이 상품들의 가격을 변경하고 있었다.

할인 중인 과일
7월 26일 오후 6시 30분경 직접 촬영, 할인 중인 과일

그래서 6000원짜리 수박은

상인에게 직접 물었다. 당도는 괜찮은데 상품성이 떨어져서 싸게 파는 것이라고 했다. 크기가 작거나, 모양이 반듯한 타원형이 아닌 경우다.

맛의 문제가 아니라 생김새의 문제라는 뜻이다. 집에서 잘라 먹을 것이라면 6000원짜리로 충분하고, 선물이나 손님상에 올릴 것이라면 값을 더 주고 모양이 잡힌 것을 고르는 편이 맞다.

마트에서는 이런 물건을 보기 어렵다. 규격에 맞는 상품만 진열되니, 6000원짜리와 2만 원짜리가 나란히 놓일 일이 없다.

직접 걸어보면서, 물어보면서 알게 되는 청량리 청과물시장이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동국대 이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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