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이 되면 독립운동가와 친일 인물의 이름이 다시 등장한다. 그런데 올해는 그 관심이 조금 달라졌다. 유명인의 가족사를 둘러싼 논란을 계기로 "그렇다면 우리 집안은 어떨까"라며 자신의 조상과 뿌리를 찾아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교과서 속 역사로만 여겨졌던 과거의 행적이 이제는 검색창을 통해 자신의 가족 이야기와 연결되고 있다.
[배우 하영 논란으로 시작된 '조상 찾기']
최근 배우 하영의 가족사를 둘러싼 친일 논란이 불거지면서 온라인에서는 해당 인물의 과거 행적뿐 아니라 하영의 가문 자체를 둘러싼 관심도 커졌다. 하영이 방송에서 의사 집안이라는 가족사를 소개한 뒤 증조부로 알려진 인물의 일제강점기 행적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시작됐고, 이후 관련 자료를 둘러싼 사실관계가 다시 확인되면서 하영 측이 사과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이번 논란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한 연예인의 가족사를 둘러싼 관심이 개인의 가문을 넘어 일반인들의 '조상 찾기'로 번졌다는 점이다. 광복절을 전후해 SNS에서는 자신의 성씨와 본관을 검색하거나 독립운동가·친일 관련 인물을 찾아봤다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다른 사람의 가족사를 보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집안에도 이런 사람이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SNS에서 번진 '뿌리 찾기' 열풍]
하영의 가족사를 둘러싼 논란 이후 SNS에서는 자신의 성씨와 본관을 직접 검색해보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개인 개발자가 만든 '친일파 스캐너'는 성씨와 본관을 입력하면 해당 본관과 관련된 독립유공자와 친일반민족행위자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검색 결과를 이미지로 만들어 공유할 수도 있어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 서비스는 국가보훈부 공훈전자사료관의 독립유공자 공적정보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결정 명단 등 공개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관심은 친일 관련 정보에만 머물지 않는다. 족보 전문 사이트 '뿌리를 찾아서'도 광복절을 전후해 이용자가 몰리면서 한때 접속이 원활하지 않을 정도로 주목받았다. 성씨와 본관의 유래부터 시조, 항렬, 주요 인물 등을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인 만큼, 이번 열풍이 단순히 '우리 집안에 친일파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신의 뿌리 자체를 찾아보는 움직임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 유명인의 가족사를 다시 들여다보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하영 사례처럼 연예인의 조상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찾아보거나, 독립운동가와 친일 관련 인물의 후손인지 확인하는 콘텐츠가 온라인에서 공유되면서 광복절을 계기로 역사적 인물과 현재의 인물을 연결해 바라보는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하영 논란 이후 관련 검색 서비스가 일반 이용자들에게까지 확산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만 여기에는 분명한 주의점도 있다. 같은 성씨와 본관이 검색됐다고 해서 해당 인물이 자신의 직계 조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친일파 스캐너' 역시 성씨와 본관이 같다는 사실만으로 혈연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결국 온라인 검색은 자신의 뿌리에 관심을 갖는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검색 결과만으로 가족사를 단정하기보다는 족보와 공적 기록 등을 통해 실제 관계와 인물의 행적을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조상의 행적이 후손의 책임이 될 수 있을까]
자신의 조상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확인하는 것과, 그 행적을 현재의 후손에게까지 책임으로 묻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하영의 사례에서도 증조부의 친일 행적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후손인 하영 개인에게 조상의 행위에 대한 책임까지 물어야 하는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하영 팬들은 광복절 성명을 통해 친일 역사는 축소하거나 미화해서는 안 되지만, 선대의 잘못을 후손에게 그대로 돌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적으로도 후손에게 조상의 행적에 대한 책임을 그대로 물을 수는 없다. 헌법 제13조 3항은 자신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조상의 친일 행적만을 이유로 후손에게 법적 책임이나 불이익을 부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책임이 없다는 것과 조상의 행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조상의 과거를 숨기거나 미화하는 태도와, 잘못된 행적을 사실대로 인정하고 그 시대적 맥락과 의미를 돌아보는 태도까지 똑같이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우리는 왜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할까. 광복절마다 독립운동가 후손의 삶이 소개되고 국가와 사회가 이들을 예우하는 것 역시 후손 개인에게 조상의 공적을 그대로 부여하기보다, 독립운동이라는 역사적 가치를 오늘날까지 기억하기 위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조상의 행적을 후손에게 책임이나 명예로 그대로 대입하는 것과, 후손을 통해 그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자신의 조상이 친일 행적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손에게 사회가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조상의 행위를 대신 사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확인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그 의미를 제대로 바라보는 태도가 그 후손에게 요구할 수 있는 책임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우리가 평가해야 할 것은 조상이 어떤 사람이었는지와 후손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를 하나로 묶는 것이 아니라, 조상의 행적은 역사로서 엄정하게 평가하되 후손의 행동은 후손 자신의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광복절에 찾아야 할 것은 단순히 우리 집안의 과거만은 아니다]
자신의 뿌리를 찾아보는 일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처럼 한 연예인의 가족사를 계기로 사람들이 자신의 성씨와 본관, 조상의 행적까지 찾아보게 된 것은 역사에 대한 관심이 개인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로 광복절을 앞두고 족보와 조상의 행적을 확인하려는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사이트 이용이 급증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검색 결과를 통해 '우리 집안은 어떤 집안인가'를 확인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 것이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인지, 친일 인물의 후손인지에 따라 가문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정작 그 인물이 어떤 시대를 살았고 어떤 선택을 했는지라는 역사적 맥락은 뒤로 밀릴 수 있다. 광복절에 조상을 찾는 일이 가문의 명예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의 선택을 통해 오늘의 우리가 어떤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번 현상이 보여주는 것도 결국 여기에 있다. 역사는 더 이상 교과서나 기념일에만 꺼내 보는 과거가 아니라, 검색창에 자신의 이름과 성씨를 넣어 직접 확인해보는 대상이 됐다. 그렇다면 앞으로 광복절에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단순히 '우리 집안에 누가 있었는가'가 아니라, '그들이 남긴 역사를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전할 것인가'이어야 할 것이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부산대 권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