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매한 화장품 하나를 떠올려보자. 그 제품을 처음 알게 된 순간은 언제였을까. 필요해서 검색창에 '여름 블러셔 추천'을 입력했을 수도 있지만, 인스타그램 릴스를 넘기다 우연히 본 메이크업 영상 속 제품이었을지도 모른다. 제품을 찾으러 나서지 않았는데도 어느 순간 브랜드 이름을 기억하고, 다른 사람의 발색 영상을 찾아보고 있는 식이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찾아가는 것만큼이나, 브랜드가 소비자의 피드 속에 먼저 등장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뷰티 브랜드를 '발견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검색하기 전에 발견하는 소비자]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숏폼 콘텐츠가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25년 공개한 'Z세대의 숏폼 생활' 조사에서 밝히기를, Z세대의 91.9%가 최근 한 달 안에 숏폼 플랫폼을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이들이 숏폼을 시청하는 시간은 평일 평균 126.6분, 주말에는 139.0분에 달했다. 주 이용 플랫폼은 유튜브 쇼츠가 57.4%로 가장 높았으며 인스타그램 릴스 29.2%, 틱톡 10.6%가 뒤를 이었다.
하루 두 시간가량 수많은 짧은 영상을 넘기는 사이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수많은 제품과 브랜드를 마주하게 된다. '무엇을 살까'를 고민하며 검색하는 시간뿐 아니라, 특별한 구매 의도가 없는 시간까지 브랜드와 소비자가 만나는 접점이 된 셈이다.
이는 브랜드 입장에서도 중요한 변화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특정 제품군에 관심을 가지고 검색했을 때 얼마나 눈에 잘 띄는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수많은 콘텐츠가 지나가는 피드 안에서 '굳이 찾지 않았던 사람의 손가락까지 멈추게 할 이유'가 필요해졌다.
[발견은 한 번이지만, 확인은 여러 번]
그렇다고 SNS에서 본 제품을 소비자가 곧바로 믿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20대의 뷰티 정보 탐색은 여러 채널을 넘나드는 형태에 가깝다.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뷰티 트렌드 리포트 2025'에서 밝히기를, 10~20대는 개인이 운영하는 SNS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는 오프라인 매장과 화장품 회사·미디어 SNS 등을 포함해 평균 4.23개의 채널에서 뷰티 정보를 탐색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다양한 채널을 활용했다.
릴스에서 처음 본 립 제품의 이름을 기억했다가 유튜브에서 발색 영상을 찾아보고, 후기를 검색한 뒤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테스트해 보는 행동이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SNS는 브랜드를 처음 만나는 '입구'가 될 수 있지만, 그 한 번의 노출만으로 소비자의 탐색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요즘의 브랜드 발견은 하나의 채널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연한 노출 → 관심 → 추가 탐색'으로 이어진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처음 마주한 순간에 충분한 호기심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다음 검색도, 탐색도 일어나기 어렵다.
[피드에서 살아남는 제품에는 '보여줄 거리'가 있다.]
이 지점에서 최근 뷰티 브랜드들의 제품 전략도 흥미롭게 읽힌다. 대표적인 사례가 K-뷰티 브랜드 퓌(fwee)의 '립앤치크 블러리 푸딩팟'이다.
퓌 공식몰은 해당 제품을 립과 치크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이름 그대로 '푸딩'을 연상시키는 제형과 다채로운 컬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단순히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손으로 제형을 누르고, 색을 섞고, 직접 발색하는 과정 자체가 시각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제품이다.
실제로 미국 뷰티 매체 Byrdie가 2026년 퓌 미국 마케팅팀 김연지 매니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밝히기를, 퓌는 바이럴을 일종의 '입소문'으로 보고 앰배서더 프로그램과 기브어웨이 등을 통해 제품에 대해 이야기할 크리에이터를 적극적으로 확보해 왔다. 매체 역시 블러리 푸딩팟의 탄력 있는 독특한 제형이 기존 크림이나 파우더 제품 사이에서 시각적으로 차별화됐다고 분석했다.
중요한 것은 모든 브랜드가 '바이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제품의 특징 가운데 소비자가 한눈에 알아보고, 다시 보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요소가 무엇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검색될 브랜드'에서 '발견될 브랜드'로]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2026년 6월 발표한 'State of Beauty'에서 밝히기를, 전 세계 뷰티 시장에서 이커머스는 이미 채널별 매출 중 가장 큰 28%를 차지하고 있으며 소셜커머스는 다른 유통 채널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맥킨지는 변화하는 뷰티 시장을 매장의 진열대에서 알고리즘으로 이동하는 흐름으로 설명한다.
이제 뷰티 브랜드의 경쟁은 검색 결과나 매장 진열대 안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소비자가 특별히 화장품을 찾고 있지 않은 순간에도 브랜드는 릴스 한 편, 크리에이터의 메이크업 영상, 눈에 띄는 제품 이미지 한 장을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따라서 앞으로 브랜드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검색했을 때 나오는 브랜드'가 되는 것만이 아니다. 소비자가 찾기 전에도 발견될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발견의 성공 여부는 조회 수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피드에서 스쳐 지나간 제품이 "이거 어디 거지?"라는 질문을 만들고, 다시 한번 브랜드 이름을 검색하게 할 때 비로소 발견은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
우연히 보게 만드는 것, 그리고 일부러 다시 찾아보게 만드는 것. 어쩌면 지금 뷰티 브랜드의 첫 번째 마케팅 경쟁은 바로 그 사이에서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한양대 이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