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014년 개봉해 342만 관객이 극장을 찾은 <비긴 어게인>이 2020년, 2024년 두 차례의 재개봉을 거쳐 다시 한번 극장에 돌아왔다. 이어 2018년 개봉해 국내에서 994만 관객을 동원했던 <보헤미안 랩소디> 또한 지난 12일 재개봉하며 천만 관객을 모을지 기대받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 명작인 <마루 밑 아리에티>와, 일본 영화 역사상 최초로 글로벌 매출 1조 원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운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또한 8월 재개봉 예정작에 들어섰다.
그 외에도 <인터스텔라>, <노트북>, <라라랜드>, <화양연화>, 그리고 각종 일본 애니메이션 명작들. 수년, 길게는 수십 년 전 개봉한 외국영화들은 주기적으로 스크린에 다시 내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반면, 한국 흥행작들은 좀처럼 극장에서 다시 만나볼 기회가 없다.
단순히 외국 영화의 명작 수가 많아서일까? 한국 영화에도 <괴물>, <기생충>, <설국열차>, <아가씨>, <올드보이>처럼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신드롬을 일으킨 흥행작이 수없이 많다. 하지만 제아무리 천만 관객을 넘어도 몇 년 뒤 OTT가 아닌 극장에서 재상영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낮은 비용으로 수익이 보장되는 '외화 재개봉']
해외 영화 재개봉은 수입사와 극장 모두에게 '저비용·고효율' 구조이다. 이미 인지도가 검증된 외화의 재개봉 판권은 신작 수입에 비해 비용 부담이 훨씬 적다. 마케팅비를 많이 투입하지 않아도 충성도 높은 관객층이 모이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이 매우 낮다.
실제로 <비긴 어게인>은 코로나19로 인해 좌석 판매가 절반으로 제한되던 2020년 재개봉 당시에도 약 2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후에도 두 차례의 재개봉을 통해 수입사인 판씨네마에 지속적인 수익을 가져다 주었다.
반면 한국 영화을 재개봉하려면 제작사, 투자배급사, 창작자 간의 수익 배분 구조를 다시 조정해야 하는 부대비용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재개봉을 추진할 유인이 적다. 또한 이미 국내에서 소비된 작품이라는 인식 때문에 새로운 관객층을 유인할 만한 마케팅 포인트도 마땅치 않다. 적은 관객 수로도 흑자가 가능한 외화 재개봉과 달리, 한국 영화는 재개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 자체가 크지 않은 것이다.
[점점 짧아지는 한국의 'OTT 홀드백']
한국 흥행작은 극장 종영 후 빠른 속도로 OTT로 넘어간다. '홀드백(Holdback)'이란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한 뒤 OTT, IPTV 등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기까지의 시간 간격을 의미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26년 4월 발간한 '한국영화 수익극대화를 위한 홀드백 분석 연구'에 따르면, 극장 개봉과 구독형 OTT(SVOD) 공개 사이의 간격은 코로나19 이전 과거에는 9~12개월이었으나, 최근 간격은 3개월 내외로 짧아졌다. 올해 상반기 개봉한 주요 상업영화들의 경우 그 간격이 더 짧아져, <휴민트>는 개봉 49일, <와일드 씽>은 58일만에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관객에게 한국 영화는 '조금만 기다리면 안방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된 것이다.
반면 해외 영화는 OTT 계약 종료, 판권 만료 등의 이유로 스트리밍에서 자취를 감추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관객이 해당 작품을 다시 접할 수 있는 통로는 사실상 극장 재개봉뿐이다. 한국 영화는 점점 짧아지는 홀드백 붕괴로 희소성을 잃어가는 반면, 외국 영화는 유통의 공백으로 극장에서의 희소성을 얻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아이맥스, 돌비시네마… '시청각적 체험'을 중시하는 극장 관객들]
또 다른 이유는 최근 관객들이 티켓값을 지불할 때 중요시하는 기준이 단순한 '줄거리 감상'에서 '극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시청각적 체험'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재개봉 및 장기 흥행을 이끈 외국 영화들은 대형 스크린과 최첨단 음향 시설을 갖춘 아이맥스(IMAX), 돌비시네마(Dolby Cinema), 4DX 등 특수 상영관에 최적화된 블록버스터가 대부분이다.
최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만 해도, 전체 분량을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해 국내에서 원본 화면비를 온전하게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상영관인 '용아맥(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관)'으로 관객들을 몰리게 했다. 정가 2만 원 내외 티켓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10만 원이 넘는 암표로 거래될 만큼, 이제 관객들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극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에 가치를 두고 과감히 지갑을 연다.
문제는 한국 영화 대다수가 서사와 인물 간 감정선을 중시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큰 화면과 웅장한 사운드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압도적인 볼거리를 만들기 어려운 장르 특성과, TV나 스마트폰 화질이 비약적으로 좋아진 상황에서 굳이 만 오천 원 이상을 내고 극장에서 다시 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편리함'과 '희소성'을 맞바꾼 한국 영화]
관객들이 극장 티켓을 끊는 이유는 이제 단순히 '이야기가 궁금해서'를 넘어, '그 공간이 주는 경험'을 사기 위해서로 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극장에서 OTT로 넘어가는 홀드백 기간이 점점 짧아지면서, 넷플릭스·티빙·디즈니플러스·쿠팡플레이 등 OTT가 극장의 상당 부분을 대체해 버렸다. 한국 영화는 안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편의성을 얻은 대신, 극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희소성을 잃은 셈이다. 이렇게 보면 한국 영화의 재개봉 가뭄은 당연한 결과이다. 결국 한국 영화가 다시 극장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극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고유한 가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숭실대 김선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