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공모전, 대외활동, 자격증. 오늘날 대학생의 일상은 끊임없는 '준비'의 연속이다. "스펙을 조금만 더 쌓고 지원해야지", "더 완벽히 분석한 뒤 도전해야지"라며 스톱워치를 누르듯 시작을 유예한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보자. 완벽한 준비가 과연 성공을 보장하던가. 현실은 충분한 준비를 기다리다 정작 시도할 기회 자체를 놓쳐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자격증도 더 따야 할 것 같고 스펙도 부족한 것 같아 지원을 자꾸 미루게 돼요. 막상 준비가 끝났다 싶을 땐 이미 모집이 끝났거나 기회가 지나가 있더라고요." (취업준비생 김OO·23)
인터뷰에 응한 취준생의 고백처럼, 준비라는 명목 아래 도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시점이다.
[존 크럼볼츠가 말하는 '빠른 실패'의 진가]
존 크럼볼츠 스탠퍼드대 교수는 저서 『빠르게 실패하기』를 통해 성공한 이들의 공통적인 행동 패턴을 조명한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거창한 장기 계획이 아닌 '작은 행동의 조기 실행'이다. 여기서 말하는 실패는 목표 달성 무산이라는 '결과적 낙인'이 아니다. 무엇이 나에게 맞고 틀린 지를 가장 확실하게 검증해 내는 '정보 수집 과정'이다. 100번의 머릿속 구상보다 1번의 조잡한 시도가 내 적성과 시장의 반응을 파악하는 데 훨씬 유용한 데이터가 된다.
['준비'라는 가짜 성취감과 거절의 진짜 의미]
많은 이들이 자격증 학원에 등록하고 계획표를 세우며 '준비하는 행위' 그 자체에 안주하곤 한다. 계획을 세울 때 발생하는 가짜 성취감은 실제 행동의 조급함을 가려버린다. 이로 인해 대학생들에게 서류 탈락이나 공모전 낙선 같은 실패는 너무 무겁게 다가온다. 하지만 관점을 바꾸면 이 거절과 난관들은 나에게 맞지 않는 선택지를 효율적으로 걸러내 주는 가장 정확한 '이정표'다. 작게 시도하고 빠르게 수정하는 것만이 실전 감각을 얻는 유일한 길이다.
['무모함'과 '빠른 시도'의 경계]
그렇다면 무조건 아무 생각 없이 빨리 시작하는 것만이 정답일까. 당연히 아니다. 충분한 전문성과 고도의 지식이 요구되는 영역, 혹은 한 번의 실패로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과제는 신중한 접근과 기획이 필수적이다. 핵심은 '준비를 하지 말자'가 아니다. 준비라는 명목으로 행동을 무한정 미루는 '분석 마비' 상태를 경계하자는 것이다.
[완벽해진 뒤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면서 완벽해진다]
우리는 흔히 성공한 이들을 보며 "이미 완벽히 준비되었기에 성공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완벽함은 완벽한 준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작게 시작해 무수한 실패와 수정을 거친 결과물일 뿐이다. "완벽하게 준비되면 시작하겠다"는 생각은 시작을 영원히 늦추는 가장 정교한 핑계다. 오늘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 하나를 옮기는 것. 어쩌면 그 불완전한 첫걸음이야말로 우리를 완벽함으로 이끄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로드맵이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명지대 이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