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조개껍데기에서 스테이블코인까지…화폐 진화의 역사

고려대
박예나 고려대 · 프렌즈 1기
2026.09.06

조개껍데기, 쌀, 금속, 종이 지폐, 은행 계좌 속 숫자는 모두 화폐로 사용됐다. 형태는 달라도 화폐로 쓰일 수 있었던 이유는 비슷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화폐는 재화와 서비스를 사고파는 교환수단, 구매력을 보존해주는 가치저장 수단, 서로 다른 상품의 가치를 하나의 기준으로 표시하는 회계단위의 역할을 수행한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기존 화폐는 신뢰하기 어렵거나 무겁고, 늘어난 거래를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그때마다 화폐는 더 간편하게 쓸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이제는 디지털 화폐가 차세대 화폐로 주목받고 있다.

[국가가 화폐 가치를 보증하다]

금속화폐 상평통보
금속화폐 상평통보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쌀이나 베를 돈처럼 쓰던 시기에는 품질과 보관 상태에 따라 교환가치가 달라졌다. 무게와 순도가 일정한 금속화폐는 이 편차를 줄였다.

국가는 일정한 무게와 형태의 동전을 만들고 액면가를 새겨, 어느 지역에서나 동일한 가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표적인 예가 상평통보다. 1678년 발행된 상평통보는 200여 년간 전국적으로 통용됐다.

초기에는 동전에 들어간 금속의 종류와 양이 화폐의 가치를 좌우했다. 원료 가격과 함량이 달라지면 화폐가치도 같이 흔들렸다. 국가는 동전에 액면가를 표시하고 법정화폐로 발행해 화폐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였다. 오늘날 오백원화에 들어간 구리와 니켈의 원료값은 액면가인 500원보다 낮다. 그렇더라도 전국 어디서든 500원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한국은행이 발행한 법정화폐이기 때문이다.

[무거운 주화에서 가벼운 지폐와 예금화폐로]

화폐 발행잔액 구성 그래프
<자료=한국은행, 그래픽=직접 제작>

1902년, 일본 제일은행권이 거래에 쓰이면서 근대 지폐가 유통되기 시작했다. 1950년 한국전쟁 중에는 첫 한국은행권이 발행됐다. 지폐는 주화보다 가벼워 큰돈을 옮기기 용이했다. 오늘날 화폐 발행잔액의 대부분은 지폐가 차지한다. 2025년 말 주화의 비중은 약 1.1%에 불과했다.

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현금을 직접 주고받는 대신 은행 계좌를 통한 결제가 늘어났다. 예금화폐는 계좌에 기록돼 이체나 카드 사용에 쓰이는 돈이다. 은행이 대출을 실행하면 차주의 계좌에 새로운 예금이 생긴다. 이 돈이 다른 계좌로 옮겨가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예금화폐도 늘어난다. 현금과 예금, 일부 금융상품을 합한 광의통화 M2는 2026년 3월 평균 약 4132조원이었다.

결제 수단별 이용 비중 그래프
<그래픽=직접 제작>

카드의 보급으로 현금 없이도 결제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카드망을 통해 사용 가능 금액을 확인하고 거래 내역을 기록했다. 그만큼 결제도 더 빠르고 정확해졌다.

2024년에는 신용카드가 전체 이용 건수의 46.2%를 차지했고 체크카드는 16.4%, 모바일카드는 12.9%였다. 현금은 15.9%를 차지했다. 비밀번호나 지문만으로 돈을 쓸 수 있는 간편지급이 확산되면서 실물카드를 꺼내는 과정도 사라졌다. 2025년 국내 간편지급 이용규모는 일평균 3557만건, 1조 1,053억원에 달했다.

이제는 핸드폰이 없더라도 결제할 수 있다. 토스의 '페이스페이'를 이용하면 토스 단말기가 설치된 매장에서 얼굴을 인식해 결제할 수 있다.

[디지털 화폐는 일상에 자리 잡을까]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USDT)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USDT) <사진=AI 생성>

2009년 중앙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개인끼리 주고받을 수 있는 비트코인이 등장했다. 하지만 가격 변동이 커 화폐로 쓰이기는 어려웠다. 이후 달러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이 쓰이기 시작했다. 은행 예금을 디지털 토큰으로 만든 예금토큰도 활용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발행사가 달러 등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하고 토큰 가격을 그에 맞춰 유지한다. 국내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 거래에 주로 쓰이고, 국경 간 송금에도 활용된다. 예금토큰은 시중은행의 예금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만든 돈이다. 한국은행의 '프로젝트 한강'에서는 일반 이용자가 은행에서 받은 예금토큰을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했다. 디지털 바우처에는 사용할 수 있는 장소와 품목 같은 조건을 설정했다.

이미 카드결제와 간편결제가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디지털 화폐가 카드와 간편결제를 단번에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 널리 쓰이기 위해서는 기존 지급수단보다 빠르고 수수료가 낮으면서도 안전하다는 신뢰를 얻어야 한다. 화폐는 기존 형태의 한계를 보완하며 발전해왔다. 디지털 화폐도 일상에서 화폐로 쓰일 수 있을까?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고려대 박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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